[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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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있으면서 숙희는 셀폰을 늘 손에 쥐고 산다. 그리고 벨톤이 울리면 채 두번째 소리가 나기 전에 얼른 받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때로는 뒷뜰이나 집 앞 드라이브웨이로 나가서 통화하기도 한다.때로는 굉장히 심각한 듯도 하고. 때로는 몹시 불안한 기색도 비친다.   이 날도 쑤는 셀폰이 울리자, 스크린으로 발신인을 확인하고는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뒷뜰로 허둥지둥 나가서 받았다.    "Hi! It's me. (하이! 나예요.)"   쑤의 답하는 음성이 몹시 긴장되었고, 새삼스레 빈 집을 돌아다봤다. "I'm outside. (나 밖에 있어요.)"   "What are you doing? (너 뭐 하는 거냐?)"   그녀의 셀폰에서 걸직한 남자의 음성이 나왔다. "You didn't come la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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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하느님이 이브를 아담에게 친히 데려오심으로 창제하셨고, 그럼으로써 남녀가 합법적으로 성교를 해도 된다는 허락이다. 그런데 부인 쪽에서 음문을 닫아버리고 남편을 거부함으로써 주도권을 잡으려 든다면, 남자가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것에 굴복하고 그저 한번 주십쇼 하고 굽실대나...   'Fuck that shit! (좆 같은 소리!)'운진은 그 여자의 술 가게를 늘 마지막 정거장으로 만들고 아예 죽 쳤다.그는 벌써 두번째 숙희의 전화를 무시하고 있다.그 여인네가 키가 작아 카운터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술도 내주고 돈도 받고 하는데 단단할 것 같은 엉덩이가 헐렁한 바지 안에서 제법 튕긴다.   "우리 차이니스 시켜 먹을까, 오 선생님?" 그 여자가 옆에 와서 앉았다.키는 작은데 몸의 볼륨이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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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밀실에 들어가서 매모그램 촬영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운진.그는 새삼 영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억하기로 영란이 주기적으로 그런 점검을 했었는지 어쨌는지 모른다. 여자들은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 유방암 검사를 하고 펲스미어 검사를 해야한다는데...   "결과는 우리 닥터한테로 보낸대."    숙희가 당당히 걸어나와서 운진의 팔짱을 꼈다. "일차적인 검사는 남편이 해줘야 한대. 애무할 때나 수시로 아내의 유방을 만져서 뭐가 만져지는지 잘 왓치하래. 질 검사도 여자는 모르니까 남편이 봐서 안 나던 냄새가 난다던가 그 안에 뭐가 만져진다던가 그런 걸 잘 봐야 좋은 남편이라네?"    "..."운진은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먼저 아내 영란은 남편이 손가락을 넣고 자극하는 걸 좋아했고 유방도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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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주선으로 내가 챌리 킴벌리와 채팅을 시작했을 때, 나는 많은 걸 느꼈어, 자기. 물론 글자로 주고받는 채팅이지만 쟤네들의 마음이 전달되더라구."   "..."   "뭐랄까. 마음 속의 울분을 터뜨리지 못해 꾹꾹 눌러 참아야 하는 그런..."쑤가 말하다 말고 갑자기 우후우!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킴벌리가 일등으로 레이싱을 끝낸 것이다.스물 두 살의 킴벌리가 쑤에게 달려와서 하이 파이브를 하고 갔다.   "굿 나잇!"   "굿 나잇!"남자 친구들이 딸들과 포옹과 가벼운 키쓰를 하고 집을 나섰다.숙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을 배웅하는데, 운진은 자꾸 못마땅해 한다.   '체! 암만 미국식이라 해도 부모가 보는 앞에서 키쓰들을 하구...' 그런 못마땅함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하다.챌리와 킴벌리가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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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운전해야 하는 제이콥은 딱 한잔만 한다며 와인을 받았다.쑤가 모두를 리셒숀 룸으로 불러서 와인을 주욱 돌린 것이다.킴벌리의 남자 친구 제이콥이 챌리와 개리 주니어의 약혼 소식을 듣고는 반발했다.   "What about us! (우리는 어떡하고!)" 그가 셀폰을 찾아 들었다. 그가 제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것이다.그리고 즉석 전화통화에서 킴벌리의 졸업식이 있을 5월의 둘째 주말이 제이콥과의 약혼으로 잡혔다.챌리는 약혼만 하고 사회생활을 좀 더 한 후에 결혼한다고 양보 아닌 양보를 했다.어차피 제이콥은 여기서 박사 학위를 받고는 영국으로 또 유학을 간다는 것이다.우디는 그런 것들이 불만이다.어서어서 짝을 찾아 결혼들을 하고 얼른얼른 자녀를 낳고 해야 말년이 편할 텐데 공부를 더 하겠다 직장 생활을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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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와 쑤에 의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너무 가깝지않게 양가만 모여서 조촐한 약혼식을 갖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What do you think? (어떻게 생각하시요?)" 개리 시니어가 우디에게 물었다.우디는 쑤를 가리켰다. "She's the boss. (그녀가 대장이요.)"우디는 쑤와 재혼하고는 무조건 그녀의 결정에 따른다. 전에 영란과는 독단적으로 밀어 부쳤었는데.   "Good choice! (좋은 선택!"   개리 시니어가 우디에게 윙크까지 했다. "I have no problem with that. (나는 그렇게 하는 것에 아무 문제 없소.)"여자 대장 둘이 당연한 것을 남자들이 새삼스럽게 군다는 미소를 주고 받았다.시기는 주니어의 대학원 과정이 끝나고, 마침 챌리가 해외 출장 가는 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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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리를 초대한 이들은 벤틀리 차에서 내렸다.레스토랑 앞에 차가 대어지니 버스 보이들에 의해 문이 열어지고, 멀리서 보더라도 그 값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 밍크 코트 차림의 백인 여성이 내렸다. 그리고 훤칠한 키의 백인 남자가 내렸다. 그리고 호리호리한 키의 젊은 남자가 내리고 틴에이저로 보이는 여자가 내렸다. 젊은 남자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 보고 주위를 둘러봤다.그 벤틀리 차는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갔다.곧 이어 우디의 아이보리 색 렠서스 차가 와서 닿았다.앞서 내린 젊은 남자가 렠서스 차의 뒷문을 열었다.챌리가 내리고, 그 둘은 가벼운 포옹을 했다.쑤가 버스보이에 의해 문이 열어지고, 킴벌리가 언니의 뒤를 이어 내렸다.우디는 차를 움직이려다가 벨렛 파킹 시키는 이가 다가오는 바람에 내렸다.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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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숙희는 인사 문제를 처리할 때 전처럼 정식대로만 하지않고 먹고 사는 문제로 놓고 처리한다고.남편된 운진이란 사내가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으로만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 나름대로 대인 관계에서 지는 척 하면서 이기는 처세술이 있음을 알았다고...   이 날도 숙희는 어떤 사원의 게으름을 놓고 파면시키느냐 어떠냐 하는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This is last chance. Three strikes, you're out! (이번에 마지막 기회요. 삼진이면, 당신 아웃!)" 숙희가 회의석상을 먼저 일어나 나왔다.그리고 그녀는 남편 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는 쓰리 스트라잌이 먼젓번인데, 모른 척하고 한번 더 기회를 줬지."   "나이스..."   "어떡허냐, 그럼. 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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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이 우디를 회사에다가 정식으로 소개했다.그래서 운진이 얻은 구역이 백인 세일즈맨들이 들어가기 꺼려하는 시내의 서부지역. 그 중 술가게 주인이 한국인이면 무조건 그에게 연락하기로 했다.이중언어 사용이 잇점으로 등장한 것이다.운진은 일을 나갈 때마다 챌리가 쓰다 놔둔 중고차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길거리에 흑인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잘 난 차를 몰고 가서 세워놓았다가는 언제 어떤 놈이 해꼬지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숙희가 운진이 차려준 아침과 커피를 맛있게 해치우고 출근길에 나란히 나섰다.남편이 조금 늦게 나가니 아내를 배웅하는 격이었다. "수고하쇼."   "오늘 많이 팔어, 운진씨."   그녀가 문 앞에서 뽀뽀를 했다. "오늘 디너는 애들하고 밖에서 하는 거 잊지 말고?"   "오케이!"운진도 이젠 숙희와..

pt.2 9-1x081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이튿날, 숙희와 운진은 걸어서 고풍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로 나섰다.호텔 라비에서 준 관광 소개 전단지를 소중히 들고서.북위도가 높다 보니 봄의 북유럽은 기온이 낮았다.숙희는 코트를 입고, 운진은 편한 파커를 입었다.두 사람이 팔짱을 바짝 끼고 거리를 걷는데, 무척 어울려 보였다.   "어머어! 여기서 또 만나네에?" 단체 여행객들 중 한 여인이 숙희를 먼저 아는 체 했다.운진은 속으로 아, 재수없다는 기분이 들었다.그 이상한 눈초리를 하는 남자가 숙희를 자꾸 훑어 보는 것이다.   '자식은 지 마누라나 잘 간수할 것이지!' 하는 눈초리로 운진은 그 자를 자꾸 째려봤다.숙희가 그들과 인사하고 운진에게로 왔다.   "같이 어울리자는데, 안 하길 잘했지?" 숙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