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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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레슬러 출신들인 알트의 경호원들에 의해 반항도 못 해보고 제프의 차에서 강제로 끌려 내린 쑤는 거의 들려지다시피 해서 안으로 들여졌다.   "Let go of me! I'm going to call the police! (나를 놓아! 경찰을 부를 테다!)"   쑤는 안 끌려들어가려고 온몸에다 힘을 줘보고 발버둥을 쳤다. "Let go of me!"그러나 그녀는 안으로 안으로 들려져서 어느 방 안에까지 옮겨졌다.경호원들이 그녀를 사정없이 메다꽂으려 했다.   "Ah-ah! Easy, easy, boys?"   이제는 배가 불뚝하고 얼굴이 붉은 알트가 제 딴에는 좋게 한답시고 나왔다. "You boys may go now."쑤는 그래도 얌전히 내려졌다.    "What the hell do you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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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이제 하이웨이 가장자리는 하늘 높이 세운 그리고 끝도 없는 시멘트 벽. 아니면, 깜깜해서 그 끝이 안 보이는 낭떨어지일 뿐...쑤는 눈물이 자꾸 나오는 것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비탈을 따라 자꾸 내려갔다.어디건 사방을 둘러봐도 인가나 불빛 하나 보이지 않고 맨손에 그리고 얇은 스웨터와 추레이닝 바지는 이제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자기이! 나 어떡해! 어떡해..."   쑤는 아무데건 털썩 앉아서 그냥... "나 여기 어디인 줄도 몰라... 자기..."그러다가 그녀의 머리 위로 환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터졌다.   "응?"   쑤는 웬지 그 불빛이 반가웠다. "경찰이다!"이제 환한 서치라이트가 쑤를 정면으로 비추었다.쑤는 그 불빛에다가 무조건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 여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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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벌써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쑤는 찻길로 나가서 엄지손가락을 세웠다.양의 머리인 닷지 마크를 단 빨간색의 추렄 한대가 막 지나치다가 급정거를 하며 바퀴에서 하얀 연기를 만들어 냈다. 쑤가 그 추렄으로 달려가려는데, 제프가 그녀의 팔을 움켜 잡았다.   "Let go of me! (나를 놔!)"   쑤는 스웨터가 벗겨지도록 몸부림을 쳤다. "Don't touch me! (나를 만지지 마!)"제프가 그 추렄한테 그냥 가라고 손짓했다.쑤는 제프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그녀는 그 닷지 추렄을 향해 뛰어갔다.제프가 뒤따라 갔을 때는 쑤가 이미 그 추렄에 탄 후이고, 그 추렄은 설 때처럼 바퀴에서 하얀 연기를 만들며 출발했다.제프는 금방 사색이 되어 제 차로 돌아갔다.그가 차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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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least he doesn't threaten me. (적어도 그는 나를 위협하지는 않아.)"쑤의 그 말에 제프의 눈썹이 꿈툴거렸다.   "And he never mentioned about my past. (그리고 그는 나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Maybe he thinks you are rich. (아마 그는 당신이 부자인줄 아나부지.)"   "He gave me all his money. (그는 나에게 그의 돈을 모두 주었어.)"   "How much money? (얼마 되는 돈?)" 제프가 거의 코웃음을 쳤다.쑤는 비로소 차가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다.    "Stop the car! Stop the damn car! (차를 세워! 망할 놈의 차를 세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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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는 순간 제프를 받아들이며 반항하는 자신을 봤다.지금 그녀가 앉아있는 바로 그 시트를 뒤로 한껏 뉘이고 그녀는 두 다리를 허공으로 한껏 올렸지. 키가 육척도 넘는 제프가 그녀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는 그의 비싼 콜롱냄새에 황홀해 하며...안 돼!   그녀는 잠금장치를 올림과 동시에 문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딩딩딩! 차에서 경고 차임벨 소리가 났다.제프가 차를 길가 잔디로 서서히 빼어서는 세웠다.쑤는 차 문을 발로 차면서까지 열었다. "You're wrong! (너는 잘못했어!)"   "쑤!" 제프가 불렀지만, 쑤는 차에서 내렸다.사방을 둘러보니 길은 호수 한가운데로 지나가고, 가장 가까운 인가나 건물이라곤 호텔 뿐.쑤는 어쨌거나 그 호텔로라도 가서 공중전화를 찾거나 아니면 호텔 전화라도 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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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제프가 아마도 처음 만났던 볼티모어의 다운타운 호텔의 그 까페를 찾아가려나 했는데...물론 그녀로서는 가끔 지나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어떤 까페의 천막이 슬퍼 보인다.거기서 제프를 처음 만났고, 급속도로 친해져 갔는데...거기서 둘이 늘 바짝 붙어 앉아있어서 남의 눈을 거슬리게도 했는데...   정작 제프가 밤새 차를 달려서 온 곳은 쑤가 그와 첫밤을 같이 지낸 그 호숫가였다.그들이 옛날에 투숙했던 초라한 호텔이 근방에 아직 있을래나.제프를 처음 받아들였던 밤의 추억이 새삼... 지금도 그녀의 질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백인 남자가 한참을 걸려서 찢을 듯한 통증을 유발하며 몸 안으로 들어왔던 기억.그래서 쑤는 제프에게 안간힘을 쓰며 매달렸고, 아파서 어쩔줄 모르면서도 되려 멈추지 말라고, 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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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돌을 밟는 듯 자그락자그락 소리가 들려왔다.쑤는 차 문들이 제대로 잠겨있는지 보고는 손을 얼른 뻗쳐서 잠금을 눌렀다.코 앞도 안 보이게 짙은 안개에서 물체 하나가 나타났다.흰색의 스웨터를 입은 윤곽. 남자의 몸체. 제프 드미트리.그의 양손에 하나씩 뭔가가 아주 조심히 들려져있다.제프가 쑤의 문으로 와서는 아마도 유리를 내리라는 듯 손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그의 손에는 하얀 스타이로폼 컾들이 쥐어져 있었다.쑤는 차의 열쇠가 꽂혀져 있는지 보지도 않고 유리 내리는 단추를 눌렀다.유리는 단숨에 내려가고 안개가 창턱으로 넘어 들어왔다.그리고 제프의 손이 들어와서 그 컾을 받으라고 흔들었다.쑤는 팔만 움직여서 그 컾을 받았다.커피와 크림이 혼합된 아로마 향이 확 풍겼다.집에서 남편이 다른 것은 몰라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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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쑤는 뜻 아니게 제프에게 붙들려서 강제로 얽매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그가 그녀의 침묵으로 되어있는 셀폰에다가 아흔아홉번도 되게 통화를 시도한 끈기.게다가 보이스메일이 수십개도 넘는 정성.쑤는 남편에게서 전혀 없는, 남의 끈기와 정성에 은근히 감동먹고...덕분에 그녀의 셀폰 배터리가 거의 죽어갔고.집 앞에까지 와 있다는 제프의 응답에 잠깐만 얘기하고 돌려 보내려고. 그녀가 셀폰을 부엌 식탁의 충전기에 꽂고는 제프더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이너에서 만나자고 빈 손으로 나선 것이 첫번째 실수였다. 그것도 집에서 입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제프가 쑤에게 마지막 부탁이니 그가 하자는 대로 어디 좀 같이 가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아닌 말로 둘이 처음 만난 곳이라도 찾아가서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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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이란 놈이 제법 씩씩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갔다.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세요?"   "그냥... 나온 김에 들렀...소."   "마지막 세일즈 피치 올리시려구?"   "흐... 지금 오다 받아서 언제... 내년에 배달하라구?"   "그런가?"    영아가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비좁지만 들어오세요."   "아니, 괜... 찮은데."운진은 문을 당겨서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붙잡았다.아들놈을 봤으니 가야지... 자식! 제법 늠름하네.   "어, 가슈?" 형록이 안에서 소리쳤다.   "그래. 갈께!"운진이 어두운 안에다가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서려는데 남자 한명이 들어섰다. 눈매가 범죄자 형이라는 찰라적인 느낌만 받았다.그 자와 얼핏 눈길이 스쳤다고 여겼는데, 그 장면이 운진..

pt.2 11-1x101 어떤 오판의 결과

어떤 오판의 결과   운진은 자던 도중 어디서 들리는지 낮은 음성이 두런두런거리는 것에 눈을 떴다.그가 고개를 돌려서 먼저 안 것은 숙희가 옆 자리에 없다는 것.   '화장실을 갔나?'   운진은 돌아누우며 발치께를 봤다. '불은 안 켜졌는데?'두런두런 소리는 불이 안 켜진 바로 그 화장실에서 들리는 듯 했다.운진은 본의 아니게 숨을 죽이고 귀에다 온 정신을 집중했다.숙희의 음성인데 가만 들으니 영어를 하는 것 같았다.운진은 눈만 치떠서 머리맡의 알람 시계를 봤다.   1: 30 A. M.    이 시간에 그녀는 누구와 통화를 하는데 영어를 쓰나... 애들이랑 영어로 대화를 하나?킴벌리는 거의 구십 퍼센트 영어를 쓰고 챌리는 그래도 우리말을 반 정도 쓴다.그렇다면 이 시간에 밖에 나가있는 아이와 영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