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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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일에 스케쥴이 없었다.때로는 밤새 작업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날은 집에서 쉬기도 했다. 그녀는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잠만 잤다.어떤 회사의 손실액 쓰리 헌드레드 밀리언 달라를 회복할 방법을 감원에서만 찾아보려는 작업은 쉬운 게 아니었다. 쑤란 여인이 그 회사 자원에 대해 지식이 있건없건 결론은 회사를 다시 흑자로 돌아서게 하는 해결책으로 일단 인건비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서 무조건 일방적으로 감원을 감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그 회사에는 다른 두뇌가 또한 초빙되어 기타 비용과 공정에서 절약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자연 숙희로서는 그 쪽 분야의 두뇌와 회동이 잦았다.어떤 공정을 줄이거나 합쳐버리면 얼마만한 인원을 삭감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이 감원되느냐에 따라 어떤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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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왔다.덩치는 커서 리빙룸의 한끝에서 게스트룸의 반대편 끝을 보면 한참 거리가 된다.그런 집이 되려 운진의 목을 꽉 조이고 숨을 막히게 한다.그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쓰레기통을 뒤져서 아침에 나가면서 쓸어넣어버렸던 집기들을 죄다 끄집어 내어 말끔히 씻었다.   십할, 다행히 깨진 건 없네.그렇게 마음 약한 사내 운진은 혼자서만 발끈하는 성질을 부리고는 하루 해도 채 안 져서 후회하고 뒷수습을 한다.   숙희는 제레미의 저녁 초대를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나중에는 마치 마지 못하는 척 따라 나섰다.   너 왜 이러는 거야... 또 하나의 숙희가 상사를 따라 나서는 숙희를 나무란다.    알아볼 게 있어서라잖아... 남자를 따라 나서서 그의 차에 올라타는 숙희가 다른 숙희와 타협을 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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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는 밤새 약간 내린 눈으로 흰반점들 투성이었다. 아니. 여기저기 눈이 녹아 흙반점 투성이 차 유리창에 흙물로 튀어 올랐다.   '무슨 상관이야!' 운진은 자신에게 그렇게 외쳤다.그 날 주문량은 아주 형편없었다. 소위 나인원원 테러 사태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져가고,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기 시작하는 것이라고.군부대 전체가 파병 나간 북 캐롤라이나 주의 어떤 도시는 아예 폐장되었다고. 아빠나 엄마 또는 집 식구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데, 돈 쓰고 다닐 계제가 아닌 것이다.그런데 아내 숙희는 무슨 회사이길래 남들은 감원이네 축소네 하고 법석인데 윗돈을 얹어줘가며 고용하려 드는 것인지...   여기에 운진의 눈 먼 사회 경험이 있다.숙희는 재취업을 찾았지만, 솔직히 일정 기간만 필요로 하는 임시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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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내 말 좀 더 듣고 가!"   숙희는 그를 이대로 가게 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나 씻어야 해."   "저녁은, 먹었어?"운진은 숙희의 마지막 그 말을 무시하고, 욕실문을 탕 닫았다.   '잘못된 결혼이야! 저 여잔 집에 들어 앉아서 살림을 할 여자가 아니었어!' 운진은 그 부르짖음을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에 대고 했다. '애들 결혼 빨리 시키고 이혼하자!'숙희는 이미 닫힌 욕실문을 멍 하니 바라다봤다.나는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리 줏대없는 여자처럼 누가 듣기 좋은 말만 하면 저 이와 비교하고... 왜 이리 쉽게 흔들리는 거야. 숙희 너 운진씨를 다시 찾을 때는 이유가 있었잖아. 저 이야말로 나를 보호해주고 내 생명을 지켜줄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그래서 캘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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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종이를 더 접어서 사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진들을 눈만 내놓고 모두 가렸다. 머리도 입도 코도. 오직 눈 두개만 보이도록 애썼다.사진마다 종이로 접은 박스를 다시 대 놓고 자세히 들여다봤다.종이의 간격을 점점 더 좁게 만들었다.그러다가 운진은 고개를 힘없이 저어보였다.여자 경찰이 운진의 손을 치우게 했다. "We thought so, too!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지!)"운진은 맥이 풀려서 의자에 힘 없이 기댔다.남자 경찰이 운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케이, 오케이." 운진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떡이면서 악수를 받았다.   운진은 집으로 가는 길에 영호를 만났다. "너 무슨 수작 하는 거냐?"   "명은 길구만."   영호도 그 새 나이가 더 들어서 파싹 늙어 보인다. "명두 길구, 복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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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남편의 입에서 제프란 이름이 나오자 속으로 놀랬다.그러나 그녀는 능숙하게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제프는... 지금... 여기 없지."   "들어갔어?"   "들어가?... 오오, 아니... 나와 있어. 나중에 재판에서 실형 받으면 20년이래."   "..." 운진은 그 쯤에서 대화가 끝날 줄 알았다.   "나, 어쨌든 인터뷰만 할께. 인터뷰 하고... 뭐, 천천히 결정해도 되니까."   "그러다 나오라 하면?"   "글쎄... 그럴 거 같거든, 자기?" 그 쯤에서 운진은 아내에게 등을 보였다.   그 날 경찰에서 운진더러 출두해 달라고 연락왔다.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들 다섯명을 일렬로 세워놓고, 옆방 유리를 통해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운진은 정말 앞의 유리가 일방적인 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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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가 아직도 잊지않고 쑤에 대해서 아주 잘 안다고. 비단 일 때문만 아니라 둘이 꼭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아주 간곡히 애원해서이다.그리고 숙희가 얼른 거절하지 못하고 미련을 갖는 이유는 그 자의 엉뚱한 청혼 때문이 아니다.그 쪽에서 제의하는 일자리가 영구직이 아니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혹 제레미를 이용해서 알트를 놀래킬 수 있을까 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다.그녀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대학동창인 대나를 배신해야 하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단 인터뷰를 빙자한 만남을 약속했다.    '일단 만나보고 최종 결정해도 늦지는 않으니까... 남편에게는 일단... 글쎄, 말을 하는 게 좋겠지?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돌아온 토요일 아침, 숙희와 운진 부부는 사이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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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약 먹고 자야 하는 운진을 머리며 이마며 만져주며 말했다.    "나 보고 이제 그만 일하래매? 나 다시 일하라구?"숙희의 말에 운진은 약에 취해서 대답도 못하고 잠에 빠졌다.그 약은 뇌신경까지 안정시켜서 꿈 같은 것도 안 꾸고 푹 잔다는 의사의 처방으로 산 진통제였다. 운진은 그 약만 먹으면 마치 죽은 듯이 잤다.운진을 재워놓고 아랫층으로 내려온 숙희는 챌리와 킴벌리와 마주쳤다.   "아빠는요?" 챌리가 늘 먼저 묻는다.   "약 먹고 자. 니네들 저녁은?"   "밖에서 먹었는데요."   "내가 쿸 할 줄 모르니까 니네들 고생이 많구나. 난 어쩌면 쿸 할 줄을 모를까?"킴벌리가 계모 숙희의 팔을 잡았다. "Nobody's perfect, mom. (완전한 사람은 없어, 엄마.)"   "나는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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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의 호흡이 차차 수월해지고, 그래도 숙희는 재미 들려서 매일 같이 나갔다. 그녀가 같이 다닌다고 주문량이 늘어났다거나 구역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자기랑 같이 다니니까 애정이 더 살아나는 거 같지?"   숙희가 환하게 웃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붙어 다닌 적 있어? 서로 일 다니느라고 바빠서 얼굴 볼 새도 없었는데. 그치?"   "..." 운진은 대답 대신 식 웃었다. 일단은 동감한다는 뜻이다.   "자기, 참 사람들에게 포용력 있다? 그 말 같지도 않은 떼거지를 다 받아주고... 하긴, 뭐, 얻고자 하는 주문만 나오게 하면 서로 좋으니까... 이 사람한테 들은 거 저 사람한테 들은 거 서로 옮기지 않고, 들어만 주는 거... 좋은 거 같애."   "귀따갑지."   "그 사람들도 그..

pt.2 13-1x121 미스테리우스한 인물들

미스테리우스한 인물들   숙희의 말대로 경찰이 운진에게 출두 요청을 해왔다.운진은 숙희의 부축을 받으며 관할 경찰서로 갔다. 운진은 경찰이 용의자라고 한 자를 자세히 볼 것도 없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보였다.    "I remember the man's eyes. (그 남자의 눈을 기억합니다.)"운진의 그 말에 경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피해자가 진술하는 용의자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달리 동양인이 아니었다.   둘은 경찰서를 나와서 숙희가 차를 출발시켰다.    "자기. 우리 정말 오랫만에 밖에 나왔는데, 뭐 먹고 들어갈까? 애들 꺼는 나중에 들어가며 시켜가구?" 그녀는 남편에게 그렇게 미끼를 놓았다.경찰이 어떤 연관인지 의문이라고, 숙희에게 질문한, 개리 시니어의 현상금 인상에 대해서 행여 남편이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