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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실장갑을 끼고 나무토막들이나 드라이월 쪼가리 등을 추렄으로 실어 날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 끝난 것처럼 여겨지는 공간을 빗자루로 쓸었다.병선이가 큰 쓰레기를 추렄으로 날랐다.운진은 지나치다가 숙희가 무얼 줍거나 하면 쳐다보다가 계속 갔다.그 날로 일층의 외벽이 다 끝났다.   "이제 여기다 페인트 칠 해?" 숙희의 묻는 말에 병선이가 사촌형을 봤다.   "이음매마다 빠대 바르고. 마르면 뻬빠질 해야죠."운진은 숙희를 보지 않고 병선이 대신 그렇게 말했다.세 사람은 깨끗해진 바닥을 둘러보았다.   "야. 대충 손 씻고 먹으러 나가자." 운진이 먼저 움직였다.숙희는 어쩌지 못하고 제 자리에 섰다.   "형수님도 가셔야죠."병선의 그 말 그 호칭에 숙희가 먼저 놀랬고, 운진이 사촌동생을 째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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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벽 세울 드라이월을 재다가 병선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성, 저기 하고.운진은 춥지만 먼지 때문에 열어놓고 일하는 과수원 집 문을 쳐다봤다.숙희의 하늘색 혼다 차가 와서 섰다.운진은 연필로 금 긋던 일로 돌아갔다.차에서 내리는 숙희는 정장한 모습이다.운진은 T-자를 척 걸치고 툴 파우치에서 유틸리티 나이프를 뺐다.숙희가 문 앞에 와서 섰다. "추운데 문 열어놓고 하네?"   "..." 운진은 칼로 드라이월을 주욱 긁었다.병선이가 성 하고 조그맣게 불렀다.   "나, 회사... 잠깐 나갔다... 잠깐 들러보려구."숙희의 말에 운진은 대꾸없이 잘라진 드라이월을 번쩍 들었다.그가 그것과 함께 코너로 사라져 버리고.숙희는 문 앞에 있다가 돌아섰다.운진은 병선더러 먹을 것 좀 사오라고 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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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여늬 때처럼 로스트비프를 시켰는데.이번에는 소스에 담궈가며 하나도 안 남기고 싹 먹어치웠다. 그녀는 고기와 함께 나온 알코홀도 붉은 와인으로 한 잔 거뜬히 비웠다. 그리고 운진의 몫으로 나온 야채 샐러드에도 손을 대었다.   "나 갑자기 너무 먹지."   "소화만 시키면야..."   "침 맞고 지압 받아서 그러나?"   "아무래도... 등 만질 때 보니까, 윗부분에서부터 꽉 막혔다 하더군요. 그걸 지압으로 풀어주니까 위장이 활발히 움직이나 보죠."   "음... 이런 얘기 해도 되나."   "..."   "소변도 굉장히..."   "신장을."   "희한하지?"   "그 냥반이 적어도 우리한테 속이지 않죠."   "..."숙희는 침 다 맞고나서 일어나 앉았을 때 운진 곁에 앉아서 지켜보던 여성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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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침 맞고 온 그 다음날 몸살처럼 죽게 앓고 일어났다.   "나 일 그만둔다고 말했어. 뱃지도 반납하고."숙희가 약 중탕한 것을 받으며 한 말이다.   "전화왔어요."   "누구?"   "채프먼?"   "응? 나 엨스-보쓴데. 뭐래?"   "전근에 대해 걱정말고 잘 쉬다가 다 나으면 일 나오랍디다."   "으응... 운진씨 말이 맞나 봐. 비겁한..."   "전근 문제로 센세티브 하니까, 저들도 막 못 하겠는 모양이죠."숙희는 운진의 그 말에는 대꾸않고 빈 약봉지를 빨다가 내밀었다.운진의 손이 그 빈 약봉지를 릴레이식으로 휴지통에 들어가게 했다. "좀 어때요?"   "배 고파."   "흥..."   "막 허기져."   "나갑시다, 그럼."   "뭐 먹을 건데?"   "맘대로 정하세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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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가 운진에게 숙희의 브래지어를 풀라고 손짓했다.숙희는 고슴도치처럼 침이 무수히 꽂힌 상태라 느낌으로 감지하면서도 그의 손이 브래지어 호크를 여는 것을 참아야 했다.그녀는 유방이 보일까 봐 두 팔을 양 옆으로 최대한 붙였다.한의가 등뼈 중앙 부근을 꾹꾹 눌렀다.   "아! 아파요!" 숙희는 몸을 뒤틀었다.   "꽉 맥혔어. 부황 좀 뜨자구."   "네?" 숙희가 일어나려 했다.   "어, 그건, 좀 그런데요, 어르신."   "그럼, 지압 좀 해 줄까."한의가 그녀의 등뼈를 목에서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누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그녀는 만져지는 곳 마다 아파서 신음을 냈다.그녀는 바지가 엉덩이에 반쯤 걸쳐진 느낌이라 하반신도 최대한 붙였다.그것도 잠시 숙희는 온 등에 침을 꽂고 엎드린 채 저도 모르게 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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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회사에 출근해서 운진과 상의한 대로 말했다.남 캐롤라이나 주로의 전근은 피앙세가 반대해서 불가능하고 하니까.   [대신 회사에서 다른 이를 이글에다 추천하시길...]그녀의 말에 전무급 상사의 눈썹이 올라갔다. "Which means? (그런 뜻은?)"   [피앙세가 일을 그만 두라 합니다. 그가 사업을 더 크게 키우거든요.]   [왜 그만 둘 생각을 하는지?]   [그는 내가 출장 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더구나 곧 결혼할 건데, 전근은 천만에라고...]   "Somebody's playing game. (누가 잔머리 굴리고 있군.)"   [나는 해고 당했다가 이글에서 찾는다 하니까 재취업한!...]   숙희는 일이냐 운진이냐 둘 중에서 이 때 만은 운진을 택한다. [이글에서의 의뢰가 아니었으면..

18-1x171 영진 돌아오다

영진 돌아오다   숙희는 숙취 때문에 자리에서 못 일어났다.그것을 본 운진은 아이에프티씨에다가 전화해서 그녀가 여독으로 못 일어난다고 전했다.숙희는 오후 두 시가 넘어서 눈만 간신히 떴다.그녀가 기억하기로 술은 과수원에서 했는데, 누워 있는 데는 화원의 침대 위이다.그런데 그녀가 누운 시트의 감촉이 참 보드랍다. 마치 맨살에 닿는 듯. 그녀는 손만 움직여서 몸을 더듬었다.허걱!그녀는 알몸이다.유방은 눈에 직접 보이고 당황하는 손에 음모도 만져졌다.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침대 시트를 턱 밑까지 끌어당겼다. 내가 왜 빨가벗고 있지?그녀는 고개만 돌려서 방 안을 살펴봤다.연이어 그녀는 어떤 구수한 냄새를 맡았다. 언니? 운진씨?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운진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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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이틀 후 밤에 도착했다.화원은 불이 꺼져서 깜깜했다.화원 앞에는 추렄이 안 보였다.숙희는 혼다 차를 내처 몰아서 언덕 너머 과수원으로 갔다.과수원은 불이 훤하고 추렄이 두 대 세워져 있었다.   사촌이 와 있구나...숙희는 차를 세우지않고 돌리다가 빨강색 스테이숀웨곤도 있었음을 알았다.그녀는 차를 세웠다. 무슨... 의논을 하는 걸까?혹시 나에 대해서 하는 의구심이 들자 숙희는 겁이 더럭 났다. 나랑 헤어질 각온가?과수원 앞문은 안에서 잠겼다.숙희는 문을 두드리려고 주먹을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안에서는 음악 소리와 함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런데 여자의 음성이 하나 이상인 것 같다.숙희는 행여 문이 안으로부터 열릴까 봐 부지런히 뒷걸음질 쳤다.   벽만 다 뜯기고 나무 뼈대만 남은 방은 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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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통사정해서 차는 일단 모텔로 돌아왔다.운진은 창 밖을 내다보고 섰고. 숙희는 침대에 걸터 앉아서 운진의 뒷모습을 쳐다본다.밖은 완전 어두움에 물들었고,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배 안 고파, 운진씨?"   "..."   "응?"   "뭘 시키든가 맘대로 하시요."   "나 좀 보고 말해."   "우리 그만..."   "응? 나 배고파." 숙희는 그렇게 운진의 말을 가로 막았다.그녀는 그의 말을 끊어야 했다. "나 좀 보라니까?"운진이 마지 못한 척 창가에서 돌아섰다.   "운진씨 말처럼, 어차피 나는 이글에서 고집부려서 리인스테이트 된 거구... 이글 파이넨셜이 아이에프티씨에다가 나를 가까이 오게 해달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이글 아니었으면 아이에프티씬지 뭣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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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미팅은 여섯시 넘어서 끝났다.운진은 역시 대기실에서 텔레비젼의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자들이 몰려 나오는데, 첫눈에 봐도 아 회징이다 싶은 키 작은 백인 여자가 숙희와 나란히 나오는 것이었다.두 여인은 굳게 악수도 했다.숙희가 대기실의 유리문을 통해 운진을 찾고는 잠깐 더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는 곧 라비에서 어떤 백인 남자와 마주 하고는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다.운진은 그 남자를 흘낏 봤지만 그냥 대화하는 분위기 이상임을 냄새맡았다.사람들이 다 나가도록 숙희와 그 남자와의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뉴스가 다 끝나고 저녁 시트콤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곱시가 되었다는 것인데.밖은 이미 해가 기울었다.그제서야 숙희와 그 남자와의 대화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