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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부친이 놀 바에는 디 씨로 내려와서 가게 서무나 봐 달라는 말에 고모와 의논한다.   "너... 공희엄마랑 잘 할 수 있겠어?"   "그 엄마랑은 한국에서부터 안 좋았어, 고모."그녀의 고모부가 고모 옆에 앉아서 듣고 있다가 큰기침을 했다. "가지 마라! 언제부터 지가 애비라고 너더러 오라마라 한대냐!"   "왜 오란 말이 나왔는데." 고모의 말이 좀 언짢은 기색으로 나왔다.슥희는 고모를 얼른 봤다. "연락을 제가 했어요."   "얘도 하도 답답하니까 거기는 일자리가 있나 하고 물어봤겠죠, 여보."   "서두르지 마라. 그냥 더 쉬면서 기다리다 보면 좋은 자리 찾아지겠지."   "얘도 전공 아까우니까..."   "여기서 너더러 돈 벌어오라는 사람 없으니까, 부담 절대 갖지 말고 신부수업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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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선 4번 도로에 앞서 가던 차들이 하나둘씩 브레이크를 밟더니 얼마 안 가서 모두 선다.   "흥! 아까 이멀전씨 켜더니 뭔일 생긴 모양이네?" 병선이 아까 마지막이라고 보인 캔 맥주 빈 것을 창 밖으로 또 던졌다.  운진은 대꾸없이 저 멀리 전방에 보이는 경조등들의 불바다를 보았다.그 때 머리 위에서 어떤 특유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왔다.병선이 유리 열린 데로 상반신을 내놓고 위를 쳐다봤다. "성! 메딬(Medic) 인데?"   "메딬 헬리캎터야?"병선이 몸을 바로 했다. "Somebody got fucked up! (누군가가 작살났구만!)"   "흠... 낚시 가면 잘 갈 것이지."   "술 먹고 운전했나부지, 뭐."   "술 먹고 운전 못 할 것 같으면 아예 먹질 말던가."   "남들이 다 성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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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돌 잔치집에서 나와 그 동생이랑 곧장 밤낚시를 떠났다. 낚시 도구들이야 추렄 시트 너머에다 늘 걸어놓고 다니니 어디서 얼은 생선이나 얻으면 갈 수 있다.언 생선은 이십사 시간 영업하는 마켙에서 산다.사촌 동생이 돈 잘 번다고 언 생선 한 푸대와 만일을 생각해서라고 닭다리도 한판 샀다.그 동생이 포드 머스탱 스포츠 카를 운진의 아파트 앞에 세우고, 둘은 추렄으로 떠났다.   그들이 사는 동네에서 4번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물가가 나온다.그 곳은 낚시도 허용되고 크래빙(게잡이)도 허용된다.물 때가 아니라서 고기가 안 올라오면, 낚싯대를 물에 드리워놓고 그 옆에서 게잡이를 한다. 닭다리를 실에 매달아서 얕은 물에 던져놓으면 게란 놈들이 올라와서 문다. 그러면 실을 살살 잡아 당겨서 거의 물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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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안채를 나와서 문을 잠그려다가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누구야! 집인가? 오셨나?그는 도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예, 플라워 샆?"   "오! 아직 안 닫았네?" 운좋게 일찍 아이를 본 사촌동생의 음성이었다.   "엉. 지금 막 닫는 중..."   "오슈."   "왜. 무슨 날이야?"   "무슨 날은. 그냥 오라는데."   "가만 있어 봐. 무슨 날이지?"   "아, 그냥 오슈. 엉? 빨리!"통화는 그것이 다였다.   운진은 사촌동생네 아파트 앞에 가서 알았다.어둑한 주차장이지만 마악 도착하는 이모들을 봤기 때문이다.운진은 이모 이모부들에게 머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했다.   "니 애 돌떡은 언제 먹니?" 막내이모의 질문이다.   "헤헤헤!"   운진은 제 머리 뒤를 만졌다. "곧 어떻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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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3년 전으로 돌아가서 1977년 5월 메릴랜드운진은 여름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한국에 다니러 나간 삼촌을 대신해서 꽃가게를 열고 닫고 한다.그 집에 하이 스쿨 다니는 사촌 여동생이 있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얼굴만 조금 비쳤다가 슬그머니 달아나곤 했다. 그 나이 때는 친구들과 깨몰려 다니기도 바쁜 때이다. 그래서 운진은 화원이 바쁘면 누이를 전화로 불러내곤 했다.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비 오는 날에 꽃가게는 개점휴업이다.운진은 비를 맞아도 괜찮은 것들만 남기고 죄다 안으로 옮겼다.   내 가게 같으면 문 닫고 들어가겠구만.운진은 캐쉬대 곁에 놓여진 래디오의 볼륨을 조금 더 올렸다. 와, 시이! 그나저나 이번에 간신히 통과했는데. 다음 서메스터에는... 일 다니면서 하자니 어싸인먼트 할 시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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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가 숙희 몫인 노랑색 컵을 들어서 흔들고는 손에 쥔 빈 빨강색 컵에다 쏟았다.   "흐흐. Watch this! (잘 봐!)"   그리고 그가 랠프의 빨강색 컵을 들어서 노랑색 컵에다 딸았다. "쉬이이!"대나가 제레미의 장난에 상을 썼다. "제리!"제레미가 노랑색 컵을 숙희의 손에 쥐어주고는 비워진 빨강 컵을 감추었다.   "Hey, Jerry! What'ee doing to my girl, man? (헤이, 제리! 내 여자에게 뭐 하는 거야!"   랠프가 와서 제레미를 밀치는 시늉을 했다. "Danna's gonna beat your butt up, man! (대나가 너의 방댕이를 흠씬 패줄 거야!)"랠프가 빨강색 컵을 들어서 숙희의 노랑색 컵에다 맞대었다.   [마셔, 조. 이렇게.]   랠프가..

1-1x001 1977년 그들의 갈림길

그들의 갈림길   그들의 이야기는 3년 전으로 돌아가서 1977년 5월 펜실배니아.숙희는 고모네 집 앞에 와서 멎는 크림색 콜벳 스포츠 카를 봤다.그 스포츠 카는 뚜껑까지 활짝 열었다.그 차에서 금발 머리에 키도 훤칠한 사내가 내렸다.   "암만 졸업 파티라고 술 너무 마시지 마라."    어떤 어른의 음성이 숙희의 등에 와 닿았다. "조심하고."숙희는 스크린 도어를 밀었다. "네, 고모부."그 백인사내는 제법 더운 날인데도 긴 바지를 입었다. "Hi, Jo!"   "Hi, Ralph!"남녀는 집 앞 드라이브웨이에서 가벼운 포옹을 했다.그 스포츠 카는 남녀를 싣고 이내 집 앞을 떠났다.3년 만에 졸업하는 그녀를 위한 파티가 열리는 데로 간다는 것.   어느 개인집에서 열리는 파티 장소에서는 숙희 즉 조가..

19-10x190 (끝회)

숙희는 알 것 같은 음성의 남자가 받은 것 같은데 그냥 끊어지는 통화를 이해 못한다.그 사촌인가 하는 사람 같은데. 운진씨가 안 받는다고 한 건가. 그녀는 수화기를 천천히 놓았다. 내가 전근을 고집부려서 우린 끝난 건가.그녀는 일이 필요했다. 그녀는 자립을 계속 이루어야 했기 때문이다.그녀가 아이에프티씨를 고집한 이유는 전망이 좋고 그녀의 적성에 맞고 그리고 초봉부터 보너스에다 여행 수당을 합치면 웬만한 4년제 대학 졸업자가 평균 받을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문제는 운진의 지적대로 이글이 그녀를 계속 원했기 때문에 재보직을 임명받았고.결국에는 거의 선택없이 남 캐롤라이나 주로 전근을 택해야 했는데.그녀는 누구보다 더 이해해 줄줄 알았던 운진이 마치 절교를 하듯 싹 돌아서는데에 소위 억장이 무너지고. 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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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드을 바앆에 하안바암중에 야앙 트음에 자아던 모옥자들성가대의 찬양이 본당에 마이크 없이도 메아리친다.교인들도 입술로 따라 부른다.   노오에엘 노오엘 노오엘 노엘 본 이즈 더 키잉 어브 이이스라아아엘1절은 우리 말로 2절은 영어로 부른 그 찬송가는 대히트였다.특히 테너 파트가 잘 뽑아야 하는 고음 처리를 병선이가 기가 막히게 해 낸 것이었다.   지니가 삼일을 두고 닥달해서...운진은 반주자 진희를 봤다. 착한 여자야. 덕분에 발전할 수 있는 최 장로네 둘째딸이 반주를 못하지만 그래도 음대를 나온 피아니스트를 따라 가겠나. 장로 양반의 욕심이지.운진은 맨 뒤에 쳐져서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 모양 치적치적 걷는다.술기운이 아직 남아서도 아니다. 힘든 일을 하고 난 뒤라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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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병선이가 돌아가고 난 후에도 혼자 술을 한다. 그는 새삼스럽게 선을 아예 뽑아 버린 전화기를 쳐다본다. 그녀가 전화를 걸었을지 모른다.그러나 그녀는 증명할 길은 없지만 어딜 가나 남자를 잘 만나서 또 어울리고 이용할 것이다. 그 상대는 동료 사원일 수도 있고 밖에서 만나는 타인일 수도 있다.   그대를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대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남겨질 나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대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대를 보낼 수 있는 마음은   내가 그대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홀로 될 나는 참을 수 있습니다   그대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떠난다면   그래서 그대가 남겨진다면   그대가 무너질 것을 바로 그 순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죽기보다 싫지만 그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