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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이사 비용에서 남은 돈과 첫 주급을 합쳐서 가구를 들여 놓았다.이 곳은 물건을 고른 당일 날 가게 추렄에 실어서 뒤따라 왔다.히스패닠 계통의 일꾼들이 척척 들여놔 주고는 쓰레기까지 싹 치웠다.숙희는 그들에게 이십불짜리를 주었다.그 날 숙희는 용기를 내어 화원으로 전화를 걸었는데.벨톤만 한없이 울리고 앤서링도 터지지 않았다.그녀는 술 생각이 간절했다.하지만 절대 술 하지 마시요 하는 운진의 말이 귓전에서 맴도는 바람에 포기할 수 있었다.   운진은 영진모에게 좋게 인사하고 그 앞을 물러 나왔다.우리 집 양반이 쓰러진 것도 다 자네 덕분이네.영진이를 돌아오게 누가 부탁이라도 했나.   '흐! 나는 보고 싶어서 돈을 들여서 들어오게 했더니 그게 화근이라...'운진은 웃음이 나왔다. '세상 참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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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부는 일단 집으로 옮겨져 왔다.병원에서는 이제 빌(bill)이 날아올 것이다. 그 때 가서 다달이 얼마씩 보내든가. 아니면, 병원은 바로 콜렠숀으로 넘겨 버릴 것이다.콜렠숀으로 넘어가면 다달이 보내는 것이 없어진다.   "일을 못하는데..."영진은 끌탕만 하고. 영진모는 울기만 한다.   "가게를 일단 파셔야죠. 운영을 못 할 것 같으면."그래서 그들의 가게는 물건값만 받고 남은 리스를 인계하는 조건으로 어느 이민 신참에게 팔렸다.   그러다 보니 12월이다.그 사이 숙희는 조용히 아파트를 얻어서 이사 들어갔다.그녀에게 생겨난 버릇 한가지.그녀는 이제 입을 딱 다물고 눈도 딱 내리뜨고 새롭게 배정 받은 사무실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서류들과 씨름한다. 그녀는 다른 사원들과 말도 안 텄다.그녀가 방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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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대학 병원 건물 정문을 들어서니 영진이 중문칸에서 기다리고 섰다가 달겨들었다.   "운진씨!"   "영진씨!" 두 사람은 일단 포옹부터 하고 떨어졌다.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예요?"   "아빠가... 여기 말로 스트로크."   "저런!"   "반을 못 쓴대요."   "어느 쪽이요."영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왼팔을 움직였다. "이쪽이요."   왼쪽이면 영구적인데.운진은 일단 입구를 피하자고 영진을 대기실 쪽으로 밀었다. "정신은 깨어나셨구요?"   "거동을 전혀 못 하셔요. 말도 못 하고."   "저런!... 아니, 근데, 어쩌다 그러신 거예요?"   "엄마랑 다투시다가 갑자기 목이 땡긴다더니..."   "..."   "저 땜에 두 분이 다투셨어요."   "대체 뭘 어떻게 하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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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백인 세 놈이 경찰에 붙잡혀 가고.모텔에서는 숙희의 방을 사무실 바로 옆으로 바꿔 주었고. 동시에 먼저 받은 방값을 환불해 주었다.그러나 그런 것은 숙희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그녀가 지금 낙담해 있는 이유는...   숙희씨에게서 풍기는 그런 끼는 아마 서양놈들 눈에도 잘 보이는가 봅니다. 숙희씨에게서는 남자 경험이 아주 많은 그래서 웬만한 히야까시에도 쉽게 넘어가는 그런 끼가 다분히 보입니다.그래서 그대는 직장 동료 남자들이나 상사들이 전혀 꺼리낌없이 동침을 물어보고. 심지어 낯선 동네에 갔는데도 동네 양아치들이 서슴없이 덤비는 겁니다!   그의 그 고함은 숙희가 세 놈과 싸운 것을 전화로 말했을 때 날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숙희씨 몸에 손을 대기 싫었고, 나중에는 키쓰도 거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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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땡쓰기빙 데이를 아무 데고 못 가고 모텔 방 안에서만 뭉개는데.그런 날도 오픈하는 차이니스 캐리아웃에다가 새우 종류의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었는데.어둑해질 무렵 방 밖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그리고 담배 연기가 문 틈으로 빼곡히 스며든다.그녀는 그냥 딴 방의 사람들이 추운 데도 나와서 담배를 피우나.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내 방 앞에서 피우나 하고 괴로워 하다가 이상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그녀는 소리 안 나게 살금살금 움직여서 커튼의 자연적인 틈으로 밖으로 살폈다.허걱!서너명은 족히 됨직한 백인 사내들이 바깥 게다가 그녀의 하늘색 혼다 승용차에 한 놈이 걸터앉고 나머지들은 아예 벽에 기대고 문 앞에 서고 하면서 떠드는데.그들은 담배 연기를 일부러 문 방향으로 내뿜으며.그들은 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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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가 영진네 집으로 전화를 거니 아무도 안 받는다. 연이어 걸어 본 가게도 무응답.진희는 사무실을 나와서 베이 에어리아로 아빠를 찾았다. "딴 말은 없었어, 아빠?"   "그냥 널 찾았어."   "근데 아무 데도 전화를 안 받지?"   "무슨 일이 있냐?"   "몰라아!"   "근데!... 걔 도루 왔냐? 한국 나가서 안 들어 오는 것 같대더니?"   "미스타 오가 비행기표 보내 줘서 벌써 왔어."   "미스타 오?"   "화원."   "아아... 응?"진희는 뭘 생각하다가 그 곳을 떠났다.   같은 시각 남 캐롤라이나 주에서 숙희는 모텔 프론트 직원의 이상하게 보는 눈초리를 의식하며 사무실 라비의 각종 선전물을 뒤적거려서 혹 아파트 팜플렛이 있나 봤다.모텔은 일단 본사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19-1x181 이별

이별   "그렇습니까?"숙희가 피치 못해 전근을 가야 하게 생겼다고 말했을 때, 운진이 간단하게 대꾸한 말이다.   "나한테는 그 길 밖에 선택이 없었어. 운진씨가 우리 일을 어떻게 알어."   "그렇습니까아... 그 하시는 일이 그렇게 대단해요."   운진의 눈 가에 싸늘한 냉소가 번졌다. "잘 가십시요."낼모레가 미국의 추수감사절인데.숙희는 가방 두 개를 혼다 차 뒤에다 싣고 남행 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그녀가 화원을 떠날 때, 그녀를 배웅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 또한 혹시 운진이 과수원에 가 있나 하고 가 보지도 않았다.   그 때 운진은 영진네 집 문을 노크하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두드리다가 아무도 없다 단정짓고 돌아섰다.영진이 새로 몰고 다닌다는 중고차는 물론 집 앞에 없다.   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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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출근 준비를 하려고 방을 나와서 보니 리빙룸에는 운진이 이미 없다.그녀는 그가 아마 일찍부터 과수원 가서 일 하나 보다고 여겼다.그녀는 화원 앞을 떠날 때, 과수원으로 한바퀴 돌까 하다가 그냥 떠났다. 만 이틀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과수원 쪽으로 가기가 싫었다.   운진은 과수원에 가 있지 않았다.그는 병선과 진희를 만나고 있었다.운진의 추렄을 점검할 겸 진희부의 정비소에서였다.정비소 대기실에 세 사람은 마치 죽치는 것처럼 앉았다.어차피 겨울비가 구질구질 오니 차 봐 달라고 오는 손님도 없다.운진의 추렄은 네 바퀴가 모두 떼어졌고, 오일 챈지에다 벨트 등도 보는 중이다.   "영진이 집에 전화 안 돼요."   진희가 운진에게 괜히 미안해 하며 하는 말이다. "가게에 따라 나갔는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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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이튿날도 그치지 않았다.운진은 과수원의 문들을 모두 점검하고 화원으로 돌아왔다.숙희가 소파에 앉은 채 통화를 하고 있다가 운진이 들어서자 수화기를 손으로 막았다. "회사야."운진은 회사란 말을 듣자 또 화가 치밀었다. "내가 전화 올 거라고 그랬죠. 그래서요?"   "언제 나, 나올 수 있냐고."   "나한테 자꾸 묻지 말고 맘대로 해요, 네?"운진이 돌아서서 나갔다.숙희는 운진이란 남자가 왜 화를 자꾸 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   천상 여기를 떠야 하나...그녀는 수화기를 귀에다 갖다 댔다. "I see you tomorrow, boss."   영진은 겨울로 접어 드는데, 까무잡잡한 얼굴을 하고 진희를 만나러 나왔다.진희와 영진은 샤핑 몰 복도에서 포옹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스터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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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나 볼 일이 있는 거 알지 하고 운진이 병선에게 말했는데.병선의 눈이 숙희를 빠르게 훑고는 내가 지니랑 알아서 할께 성 하고 대답했다.그리고 병선이가 먼저 떠났다.   "오늘 출혈이 많으셨네요."운진이 숙희에게 추렄 문을 잡아 주면서 한 말이다.   "늘 나도 사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운진이 실로 오랫만에 숙희의 엉덩이께를 받쳐 주었다.숙희는 오랫만에 그의 손길을 느껴보는 것이었다.   잠시 후 추렄이 숙희의 눈에 몹시 익숙한 길을 달린다.   "이리로 가면..." 숙희가 어두운 밖을 살펴보며 한 말이다.   "우리가 이 길을 다녔을 때만 해도 가슴이 참 설레였었어요."   "..."그 길은 숙희가 다 낫지 않은 다리로 일을 다닐 때, 운진이 아침 저녁으로 태워 가고 태워 오던 길.가슴이 설레였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