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77

3-7x027

숙희는 링이 든 밬스를 얌전히 내려놓고 돌아서서 나가는 여자를 쳐다봤다.   아빠도 참 주책이시지...숙희는 각종 색의 플래스팈 링을 내려다 봤다. 돈도 안 받고.   영진은 미스타 오가 머리에 꽂아주는 반짝이 머리핀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이거는 내가 좌판에서 파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엑! 그럼뇨?"   "이거는 차이나에서 수공으로 만든 제품예요."   "비싸면 나 싫어요. 부담돼요."   "시중에서 팔면 비싸지만, 내가 가서 떼어오는 도매상에서는 얼마 안 해요."   "보여주고 하면 안 돼요?"운진은 그 핀을 풀어서 영진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머어! 진짜 나비 같다아!"영진은 가만히 쥐어져 있는데도 날아가는 나비처럼 빛을 조금씩 바꾸는 장식을 보고 어린애처럼 소리지르며 경탄했다. "해..

3-6x026

"내 친구 영진이가요... 진짜 내성적이라 남한테 말을 못 해요."   양품점 아가씨가 한씨에게 하는 말이다. "그 날 거절을 못하고 갔는데요. 내가 아는 영진이는 그것 때문에, 인제, 여기도 안 올 거예요."한씨는 천상 뉴 욬을 가야 하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운진은 챙 넓은 밀집 모자를 눌러쓰고 큼지막한 색안경을 쓰고 장사한다.그의 코너는 소위 연필탑이라고 불리우는 워싱톤 머뉴멘트 부근인데, 가끔 그의 자리를 새치기하는 한국인이 있다. 그러면 그는 조금 떨어져서 좌판을 벌리는데.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부러 찾아서 온다.무슨 신제품이 또 나왔나 하고. 또 여행객들이 처음엔 그냥 들여다 보다가 때로는 신기한 듯 때로는 여기서 이런 걸 발견하게 된다면서 많이들 집는다.옆에서 하는 벤더가 운진의 물건..

3-5x025

영진은 그 미스터 오가 벤더하는 것을 들어서 안다고.   "보이 프렌드 걸 프렌드는 아닌데요. 그냥..."   영진은 처음 보는 아저씨가 별 걸 다 물어본다고 무안해 하면서도 또박또박 대답했다. "미스타 오한테 재고 있나 물어보라구요..."   "지금 몇시야?" 양품점 여자가 두리번거렸다.   "두시."   "그럼, 미스타 오 벌써 뉴 욬으로 가고 있겠다."   "내일은 안 나가는데..."영진은 어르신이 말하는 것을 거절 못하고 미스타 오한테 말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진희는 영진이 미스터 오의 스케쥴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느낌이 좀 그랬다.   이튿날 토요일, 영진은 용기내어 화원으로 갔다.운진은 새카맣게 탄 윗통을 벗고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어. 미쓰 킴이 웬일로...   "아, 안녕하세요. ..

3-4x024

한씨는 뉴 욬의 한국 도매 시장에 갔다가 준수하게 생긴 한 청년과 두번인가 마주쳤다.두 군데 다 다른 곳인데, 그 청년은 물건을 척척 고르고 더러운 색의 핔엎 추렄에다가 실었다.도매상 상인들과도 꽤 친숙한 듯 말도 턱턱 까며 흥정도 잘 하는 청년이었다.    "내가 안 찍는 물건은 쓰레기로 나간대매. 그니까 반값에 내놔."그 청년이 그렇게 좀 싸가지 없이 말했는데, 상인이 못 이기는 체 하며 박스채 내놓는 것이다.한씨는 젊은 사람이 장사 수완이 있나 보다고, 그리고 그 추렄이 메릴랜드에서 왔음을 알고는 그냥 흥미롭게 봤다. 그리고 딸이 괜찮을 것 같다고 동그라미를 그린 품목 외에도 그 청년이 집어간 것들 중 두 가지를 달래서 실었다.   한가지는 플래스팈 링이다.상인의 설명에 의하면 요즘 키 길이 만한 ..

3-3x023

수키는 일주일을 기다리다가 대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I already sent it, Sookie? (이미 보냈는데, 수키?)"   대나는 대나대로 연락 없는 수키에게 조금 서운해 있던 참이라고. [장난 아니고 진정이었는데...]숙희는 공희를 족쳤다.   엄마가... 스물 한살의 처녀가 언니에게 혼나고 어린애처럼 울었다.수키는 대나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다.그리고 그녀는 대나가 만나자는 장소를 향해 떠났다.    대나가 수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어플리케이숀은 형식적이라는 것. [제레미가 부친의 기업을 물려 받는데, 상속세를 물어야 하니까, 취직해서 승진하는 식으로...]수키는 대나가 다시 얻어온 어플리케이숀을 다 기입하고 주었다.그리고 그 길로 제레미를 보러 차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

3-2x022

숙희는 면접한 남자로부터 추후 연락한다는 말을 듣고 은행을 나섰다.그녀는 어플리케이숀을 도로 달랠까 하다가 말았다. 그냥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어차피 바로 취직된 것도 아니고 해서 디 씨를 나와 죠지아 애브뉴를 찾아서 북쪽으로 타고 부친의 가게로 향했다.   부친의 악세사리 가게가 위치한 샤핑 센터는 차차 한인들의 장소로 변해간다고 했다. 처음 발 들여놓은 이가 바로 한씨. 그 다음이 세탁소. 그리고 양품점...최근에 내부 수리가 시작된 한국식 식당 자리 등등.이제 그 샤핑 센터는 외국인들이 차차 물러가고 코리안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씨의 가게가 차차 불경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즉 가짜 보석가게는 한인들에게 먹히지않는다. 한인들은 돈을 모아서 적어도 반 캐렛짜리 진짜 다이어몬드 귀걸이라도 ..

3-1x021 가깝고도 먼 거리

가깝고도 먼 거리   숙희는 그런대로 계모와 잘 지낸다.첫째는 그녀의 부친 말에 의하면 숙희가 가게에 나오고부터 이상하게 남자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숙희의 동양 여인치고 훤칠한 키에 이목이 뚜렷한 용모, 그리고 까만 머리에 대조되는 흰 피부 때문이리라. 그리고 공희가 다시 만난 언니를 잘 따른다.공희는 키가 숙희의 어깨에 온다. 그리고 공희는 차 사고로 다쳐서 한쪽 다리를 약간 전다.공희는 언니가 집에서 티 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그 늘씬한 몸매를 보이면 가서 안아본다.   어느 일요일, 숙희는 혼자 집을 보고 있다.가족들은 모두 교회에 갔다.그녀는 같이 가자 할 때마다 종교에 취미없다고 사양한다.그녀는 워싱톤 포스트 신문을 이 날도 뒤적인다. 구인난을 보는 것이다.그녀의 눈에 뭐가 ..

2-10x020

그 교회 성원들은 왁자지껄하며 주문대에 줄 맞춰 섰다.거의 대부분이 노인네들이며, 젊은 여자가 두어명 끼었다.   "휴. 다행히 없네."   병선이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또..."   "아는 교회냐?"   "저기... 나랑 헤어진 기집애네 교회... 또 김영진, 걔네 교회."   "오오!"   운진은 일부러 크게 끄떡였다. "근데! 어떻게 미쓰 강이랑 둘이 친구냐? 교회도 다른데?"   "걔네 아버지들끼리 잘 아니까. 정비."   "오오!"교회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모두 사 가지고 나갔다.운진은 밴 버스에 씌여진 글자들을 새삼스레 또 읽었다.   저긴 침례교회네... 우린 장로교횐가 본데 침례교회는 또 뭐야.   운진은 만나지는 여자 없이 여름을 지낸다.돈 좀 모아지면 올 여름에는 진짜 바닷..

2-9x019

운진은 헌금 바구니가 돌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아차! 했다. 그래서 그는 옆에 앉은 병선에게 손을 내밀었다. "5불만 주라."병선이가 헌금 바구니에다 십불짜리를 떨구면서 둘이라는 손짓을 했다.운진은 소리 안 내고 웃으면서 사촌동생을 툭 건드렸다.   이제 다들 일어서셔서 찬송가를...   목사의 안내 방송이 귀가 따갑다. 주 예수를 찬양...과앙~올갠 소리가 천장을 울린다.운진은 약간 발돋음을 해서 앞을 살펴봤다.   강진희 저깄네! 진짜 반주자인가 보네?운진은 속으로 웃었다. 깨끗한 척은! 완전 걸레가 성스러운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자시라...   사람들은 몰라도 하나님은 아시지.운진은 모르는 찬송가이지만 콩나물 대가리를 읽어가며 음을 바로 잡았다. 그의 바리톤 음성이 음정도 정확하게 주위를 울리기 시작..

2-8x018

일요일 아침 일찍 병선이 정장 차림으로 사촌형네로 왔다.운진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아니, 둘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교회를 다 나간대?"   운진모가 조카에게 밥을 주며 한 말이다. "장가들 가고 싶어서 미리 얼굴 내미는 거야?"   "아이고, 이모도, 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들이 우습게 되죠."   "뭐가아! 내가 니네들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운진은 삼년 전 이민 올 때 챙겨온 베이지색 양복에 안에는 빨강색 칼라없는 셔츠를 받쳐 입었다. 양복은 그 새 살이 불었나 바지 허리가 약간 끼었다.   "내 넼타이가 아주 구닥다리라."   "그렇게 입어두 성 멋있는데? 베이지랑 레드랑."   "긴 소매 입고 엄청 더울텐데, 그치?"   "내 차로 갈까, 성? 내 차 에어콘 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