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는 삶에 번민이 올수록 은행 일에 몰두했다.다들 퇴근한 뒤에도 일부러 남아서 맞춰본 돈을 또 맞춰보고 설합이나 손금고도 잘 잠겼나 몇번씩 당겨보곤 했다. 그녀가 더 이상 뭉갤 이유가 없어져서 대리석 바닥을 또각또각 걸으면 라비 한 구석에 자리잡은 경비석에서 배불뚝이 아저씨가 모자 챙을 만진다.그녀가 늘 은행 주차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직원이다. 그녀가 주차장을 떠나면 은행 정문의 철 셔텨가 내려진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근무 모습이 경비 아저씨에 의해 상부에 보고되고 있었다. 숙희는 퇴근길에 벨트웨이가 밀리면 차라리 더 좋다. 늦어지는 만큼 집에 더 늦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 만큼 공희모와 대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때문이다.그래 봤자 다섯시를 넘긴 적이 없다.그녀는 집에 도착한 때부터 부친과 공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