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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날, 수키는 눈발이 내리는 속을 뚫고 퇴원했다.운서가 와서 미역국을 한솥 끓여 놓았다.   "언니. 부끄러워서 어떡해요." 수키는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운서가 남동생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게. 손주 볼 나이에 득남이라니 주책들이라고 놀려주고 싶은데, 부럽다. 니네들 용기가... 쉰둥이잖아."아기는 누가 척 보더라도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다. 갓난 아기의 눈썹이 웬만한 여자 보다 굵고 특히 주먹이 보통 큰 게 아니었다.모두들 수키의 손으로 눈이 갔다.   "왜들 그러세요..." 숙희가 손을 오무리고 감췄다.   "숙희 손이 여자치고 큰 편인 건 맞지, 뭘."   "내 손이 뭘 그리 크다고..."   "손만 커? 다 크지."수키는 미역국을 그릇채로 들어서 후루룩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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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도 마다 하고 아기부터 보여달라고 두 팔을 내뻗었다.시뻘건 색의 아기가 탯줄에 매달린 채 엄마의 가슴에 놓여졌다.숙희는 머리색부터 피부색 그리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머리는 누가 보더라도 동양인의 특징처럼 새카맣고.피부는 지나봐야 알겠지만 일단 흑인은 아니고.그리고 얼굴이 누가 보더라도 아빠와 똑닮았다.   "으허허허! 꺽꺽꺽꺽!" 숙희는 그렇게 웃었다. 미친 년처럼 웃었다. 울면서 웃었다. 그녀는 다 들뜬 이를 악물었다. '알트! 너 두고 보자!'챌리가 완전 흥분해서 셀폰으로 아기의 사진을 찍고 난리를 피웠다.   그리고 그 사진은 당장 킴벌리에게 날아갔다.킴벌리에게서 당장 아빠의 셀폰으로 축하 전화가 왔다.정작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수키보다 챌리가 더 극성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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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의 연말 경기는 전년보다 더 침울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했다. 특히 Walmart에서 해마다 연말 경제 동향을 발표하면 거의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데, 이 해의 할리데이 경기가 밑바닥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 바람에 경기는 바닥을 향해 더욱 곤두박질 치고,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얼어갔다.미 의회는 정부에게 마이너스 경제 성장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수키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몽땅 처분하기로 했다. 또 거의 반 손해보고.   "일단 돈을 회수해야 하니까, 이번에는 현찰받고 파시지?"   우디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돈이 돌아야 버티니까."수키는 의외로 남편을 전적으로 신임하는 자신에 대해 놀라며 주식을 팔았다.크리스마스 데이를 얼마 안 남기고 수키가 행한 행동이었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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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제프를 만난 뒤의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그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불쾌하지 않았다.제프에게서 풍긴 인상은 제레미나 애담에게서의 그런 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그가 과거에 수키와 어떤 관계였었든 현재로는 누가 그녀와 같이 있는가가 중요하니까.실상 제프가 우디에게 보인 내색은 질투나 멸시 같은 것과 거리가 먼 즉 일종의 존경심 같은 것이었다고 봐야할지.   '괜찮은 놈하고 지냈었네. 근데 왜 둘이 헤어진 거야.'우디는 승자로가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제프를 판단했다. '둘이 헤어지기 진짜 힘들었겠네. 누가 강제로 떼어놓은 것만 아니라면... 알트일래나?'한편 제프는 우디를 만난 뒤의 기분이 패배감이었다.우디란 자에게서 풍긴 첫인상의 은근한 불량끼가 선입관을 가지게 했지만 몇마디 더 계속하면서 전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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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담은 기계의 도움 없이는 호흡이 불가능했다.운진은 숙희에게 잠깐 볼 일이 있다고만 말하고 나왔던 참이라 혹 그 흑인 형사가 또 들르면 보라고 쪽지를 남겼다.   나는 아내 곁을 지켜줘야 하므로 자주 못 옵니다 나의 셀폰 번호는 410-xxx-0000그런데 우디가 병원 건물을 채 빠져나가지 못해서 그 형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제레미를 아시요?]   [예스.]   [그가 원인과 이유는 몰라도 그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not too long ago, 퇴원했다는데.]   [그래서요?]   [혹시 아는 일인가 해서.]   "I don't know and I don't wanna know! (나는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소!)"누구한테 폭행 당했을 때 제레미의 주머니에서 쑤의 맆글로스와 명함이 나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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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가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보고가 알트와 개리 각각에게 득달같이 올라갔다.알트는 당연히 아쉬워 했고.개리는 차라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챌리에게서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I heard you are home now. (아빠 이제 집에 있다고 들었는데.)"   "음, 그래."   "Good! (잘 했네!)"   "아빠가 부끄럽고 미안해, 딸."   "아아. 괜찮아, 아빠."   "근데... 어떻게... 누구한테 들었니? 바보같은 질문이지만."   "주니어. 시니어. 앤드... 그의 멘(men)"   "They follow me! (그들이 나를 쫓아다니는구나!)"   운진은 그 때 그 차가 알트가 아니라 개리의 부하들이구나 하고, 불쾌해졌다. "왜!"   "They try to protect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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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는 남산 만한 배로 우디를 누르며 장난했다.우디는 수키의 남산 만한 배가 누를 때마다 일부러 끽끽 소리를 내어 응수했다.   "자기, 정말 못된 건 아니? 인정할 건 인정해."   수키가 남산 만한 배 너머로 우디의 상반신을 안았다. "날 괴롭히려고 작정한 사람같애. 정말 못됐어!"   "불 켤까?"   "아니! 그냥 이대로 좀 있자."   "몇시나 되었을까?"   우디는 아예 까만 창을 보려고 머리만 들었다. "밤참..."수키가 아마도 흐느끼는가.우디는 그녀의 얼굴을 받친 손으로 미지근한 액체를 느꼈다.수키가 나즈막히 코를 훌쩍거렸다.   "아직도... 화났소?"   "아니." 수키가 젖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소."   "응."   수키는 코가 막힌 음성이었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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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로 소원해졌다가 다시 화해했다고 당장 잠자리를 같이 하는 부부는 없다.우디는 그럴 거라고 상상도 안 했다. 그는 마음 잡고 그 동안 그녀가 못치우고 놔두었던 집안을 치우고 다녔다. 먼지도 훔쳐내고 창문도 활짝 열어서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도 들어오게 했다.숙희는 소파에서 눈 좀 부치고 난 뒤 앉아서 남편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을 열심히 구경했다.운진은 아내가 깨어나니 집안 전체 배큠을 돌렸다.숙희는 일이 다 끝난 남편을 곁에 오라고 불렀다.둘은 조심히 그러나 아주 진한 키쓰를 오래 나누었다.수키가 우디에게 기대었다. "나는 아내들이 왜 남편을 용서하는지 이번에 또 알았어."   "어험! 이제 그만하지?"   "가만!... 왜 용서하는 줄 알어?"   "조강지처의 반대가 뭐더라... 그런 용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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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우디는 늦으막히 일어났다. 그는 걸어서 닿는 거리에 위치한 브렠퍼스트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 안은 마치 경로당인 양 온통 하얀 머리의 쌍쌍들로 가득했다.우디는 자리를 안내 받다가 문득 캐리아웃으로 하겠다고 돌아나왔다. 거기서 오물렛 두 가지를 사서, 우디는 수키에게로, 임신부에게로 향했다. 그러니까 아기를 먹이려고.그러는 우디의 마음이 이상스레 홀가분하다. 아마도 수키와의 이혼이 잘 끝나면 영아랑 애들을 나꿔채서 어디 먼 데로 달아날 새로운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록이는 그 가게나 먹고 떨어지라 하지.'그런데 사람의 일은 제 욕심대로 척척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이, 문이 열려서 들고 온 음식 봉지를 내미는 우디를 수키가 와락 끌어 안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자기,..

pt.4 5-1x041 2002년 겨울 메릴랜드

2002년 겨울 메릴랜드   "그래서, 형부 지금 새여자 만나고 있어?"운진은 영아의 강렬한 눈빛을 바로 볼 수가 없어서 눈을 깔았다가 감았다.영아가 입술을 운진의 귀에다 가만히 갖다댔다. "나, 기다릴께, 형부."   "안 돼! 그건 하지 마."   "왜? 이미 약속한 다른 여자 있어?"   "없어! 없는데, 나 기다리는 건 하지 마. 모두에게 불행해."   "지금보다 더 불행할 거 같아서?"   "애들을 생각해. 우리만 생각하면 안 돼. 나머지 애들을 생각하자구."운진은 아쉬워하는 영아와 작별하고 그 가게를 떠났다.그의 손끝에는 아직도 탄력있는 영아의 피부의 감촉이 남아있다.   '형록씨랑 나, 몸 안 섞는지 벌써 일년이 넘어. 일년이 뭐야. 셋째 임신되고부터 주욱이니까...' 영아의 호흡과 함께 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