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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정애를 내려준 길로 누이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맡겼던 밬스를 도로 달라는 동생에게 운서가 들어와 보라고 권했다.    "잊는다고 맡긴 걸 왜 또 갑자기 달래는데?"   "얼른 주슈. 밤도 늦었는데 누이 주무셔야지."   "글쎄, 그 밬스를 새삼스럽게 왜 달래냐니까?"   "나중에 말할께요."   "난 또... 잘 잊고 사나 보다 했더니."운서가 아파트 입구 클라짓(closet)을 열고 그 바닥을 뒤졌다. 그녀의 손에 어떤 신발 밬스가 찾아졌다.운진이 그걸 얼른 받았다. "다 그냥 들어있죠?"   "그런 걸 누가 손 대. 겁나게."   "주무슈."   "그걸 갑자기 왜 달라는 건데?"   "몇 놈 손 봐줄 일이 생겨서."   "여기 미국이야. 섣불리 하다가는..."   "법이 가만 있으니까 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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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운전하며 정애에게 결정적이듯 말했다.    "집사람이 정애씨와 나를 바람 피운 걸로 한데 싸잡아 몰고가는데, 정애씨에게 무마쪼로 건네준 돈을 가만 놔둘 것 같애?"   "나, 돈 더 줘. 보아하니 숙희 그거한테 돈 많어."   "정애씨 하는 걸로 봐서, 돈 더 줘봐야 입 안 닫을 것 같은데?"   "그것 갖고는 숙희 그거 더러운 과거 못덮어."   "정애씨가 우리 집사람 과거를 덮어주나? 정애씨만 우리 집사람 과거에 대해서 아나?"   "같이 학교 다니면서 내 눈으로 똑똑히 다 봤으니까."   "그렇다면, 우리 집사람이 미국에 와서 이십 몇년 동안 살면서 뭘 했나는... 그냥 소문으로나 듣고, 아니면, 그러려니 하고 짐작한 거네?"   "한국에까지 소문났을 정도면 말 다했지."   "누가 그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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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만 해도 이유야 어쨌든 돈을 줘놓고는 도로 달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니까 대번에 못내놓는다고 버틴다.   '숙희는 돈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이유가 뭘까.'   '정애처럼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왜 못 나가지?'   운진은 잠자코 술을 기울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김정애씨. 내가 당신 입이 무서우니까 돈으로 무마시키려고 줬다가 도로 달라 하면, 못 준다고 하는 걸로 끝인가?"   "당연하지!"   "어떤 경우에 두말 않고 도로 내놔야 하는데?"   "그런 게 어딨어!"   "만일 위협하고 협박하면..."   "흥! 해볼테면 해보라지? 아예 밖에다 죄 터뜨릴테니까!"   "그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나?"   "인간 이하, 형편없이 살아온 과거가 다 폭로되는데, 어디다 얼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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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야 어쨌든... 당신에게 돈을 준 것은 당신더러 입을 닫으라 한 건데."   운진은 말을 그렇게 꺼내면서 입맛이 썼다. "나중에 내 맘이 변해서 도로 달라 하면."정애가 코웃음을 쳤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내 말을 더 들으슈."   "돈, 못 주지."   "아아."   운진은 오해 말라는 시늉으로 손을 내저었다. "돈을 그냥 받았든 아니면 위협해서 받았든 정애씨한테 돈이 넘어갔는데... 내가 도로 달라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참 나! 내 입 무서워서 줬다고 하더니 이제 도로 내놓으라는 말인가 보네?"   "그러니까!... 정애씨 같으면 순순히 돌려주겠소, 아니면..."   "아니면, 뭐!"숙희에게 이런 면이 없는 게 문제... 아니면, 이렇게 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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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는 하는 수 없이 운진이 앞이라고 남긴 전화 메세지를 듣고는 아파트를 얼른 나왔다.그의 벤즈 차가 소등만 켠 채 건물 문 앞에 세워져 있었다.정애는 그 차에 얼른 타지 않고 안을 보려고 기웃거렸다.차에서 탈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옆좌석의 문 유리가 소리없이 내려갔다.   "타지, 안 타고 뭐 합니까?"   파커에 가죽 장갑을 낀 모습의 운진이 손짓했다. "딸내미 알아채기 전에 얼른 타슈."   "어딜... 가시게요?" 정애는 저도 모르게 한발 물러섰다.   "어허이! 그럼, 천상 내가 들어가야겠군."운진이 차를 움직이려는 동작을 취했다.   "앗! 알았어요!" 정애가 옆 자리에 얼른 들어가서 앉았다.그 쪽 차 문유리가 올라가고, 차는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갔다.   "어딜 가는데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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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작정한 사람이었다.    '나도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당신 같이 형편 없는 여자 때문에 아내를 잃는다는 걸 못 참겠다. 그러니까 내가 돈 좀 있어 보이는 줄 알고 접근했다아. 흠.'운진은 눈은 텔레비젼에 가 있지만 머릿속은 정애란 여자를 어떻게 혼내주나 그 연구에 바쁘다. 그는 정애에게 한번 더 통화를 시도해 보고 클클클 웃었다.보나마나 그녀의 셀폰은 꺼져 있는 것이다.그러나 운진은 나중에라도 흠이 잡힐 보이스메일은 남기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정애를 괴롭히기로 마음 먹은 메세지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여겼다.   챌리는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한밤중에 시집으로 갔다. 킴벌리 내외를 동반하고. 그리고 거기서 넷은 술을 더 했다. 나중에 자매는 따로 자리를 했다.아무래도 아빠와 새엄마의 사이가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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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폰을 귀에서 떼는 정애가 무안해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어쭈우... 제법 세게 나오는데. 섣불리 대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당하겠다?'짐작했던대로 오운진이란 사내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정애는 은행 잔고를 보지않아도 얼마 들어있는지 잘 안다. 식당에서 일해주고 받는 돈은 사실 아파트비 내고 잡비 쓰기도 벅차다. 추수감사절이랍시고 딸이 올 때도 비행기표를 미리 사서 보내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 비행기값은 어떤 홀아비 남자와 세번 연거퍼 정을 통하고 얻었다.   '쟤 갈 때 용돈이라도 챙겨줘야 할텐데...' 그래서 찍은 오운진이란 사내는 이십사만불이라는 돈을 던져주고는 되려 쳐다도 안 본다. 하루 종일 그의 셀폰 번호를 눌러댔는데 밤중에야 비로소 응답하고는 대뜸 뭐냐고 끊어버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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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채였지만 사용하지 않아도 배터리는 소모되는지. 셀폰은 눈금이 하나 남았다.운진은 모텔 방에서 전기 꽂는 아울렡을 찾아 셀폰의 충전기를 연결했다.밤 열시.   '뉴스나 보자!' 운진은 침대 위로 올라가 앉고는 리못 콘추롤로 텔레비젼을 켰다.희한한 것은 매년 땡쓰기빙 때마다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일정한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 바로 땡쓰기빙의 기원과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 청교도들에 관한 것들.다행히 이 모텔은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서 다른 방송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그가 늘 즐기는 경찰 현장 취재 프로를 찾아놓고 침대에 눕는데, 그의 셀폰이 작은 벨톤을 내었다.    '이런 시팔! 언제 저절로 켜졌구나!'운진은 팔만 뻗어서 셀폰을 집었다. 혹시 수키가 화해하자고!    "헬로?"   "아, 인젠 받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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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다 치운 것을 한번 더 확인하고, 나갈 자세로 아내 앞에 섰다.    "다 했소."   "수고했어." 숙희가 애들 방향을 슬쩍 보며 낮게 말했다.딸들과 사위들의 눈들이 돌아보려다가 얼른 텔레비젼으로 돌아갔다.좀 전까지도 게임에 열중해서 소리지르던 그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운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간다구?"    숙희가 운진을 발에서부터 얼굴까지 찬찬히 훑었다. "어디로 가느냐 묻지 않을께."운진은 주머니에서 여태 꺼져있는 셀폰을 꺼내 들었다. "오 참! 나 차저(charger)는 가져가야 사용하지."   "빼 가..." 숙희가 앉은 데서 일어섰다.운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숙희가 눈에 띄게 심호흡을 했다. '정애 그거를 어떻게 한다?'   운진은 신장 앞에서 우물쭈..

pt.3 19-1x181 동짓달 메릴랜드

동짓달 메릴랜드   숙희가 남편의 셀폰으로 정애에게 전화를 또 했다.    "너 왜 이래! 내가 너한테 돈까지 주었잖아. 내 남편에게서 떨어지라고!"   "미안해."   정애가 우는 소리를 냈다. "너무 좋은 분이라서..."   "너 학교 다닐 때도 내가 만나던 선배 가로채서 날 우습게 만들더니 이십년도 지나 우연히 만났는데, 나한테 또 이러니?"   "사실, 운진씨는 너보다 내가 먼저 만났어. 그건 확실히 하지?"   "얘가! 지금은 내 남편이잖아!"   "아, 그런가? 그럼, 그렇다 그러구."   정애가 뺀질거렸다. "어떻게 만난 건데?"   "그건 니가 알 필요없구. 오늘 이 후로 내 남편 앞에서 사라져! 알았지?"   "니네 남편 보고도 말해. 나 찾지 말라구."   "두번 다시 말 안 한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