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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숙희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즉 가방을 방 안에다가 도로 감춘 것이다.숙희가 운진을 방 안으로 밀어넣고 따라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사위들이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니까, 내색하지말고 오늘은 일단 땡쓰기빙 보내."   "알았소. 시키는 대로 하겠소." 운진은 얼른 대답했다.숙희가 운진을 훌어봤다. "자기 왜 그래? 어디 아퍼?"   "아니요."   "안색이 왜 그래?"   "사실 난... 아니요."   "자기, 떨고 있니?"   "떠, 떨긴! 체!'그런데 실상 운진은 비겁하지만 숙희의 사지를 감시하는 중이었다. 어느 순간 이 여자가 발을 날릴지 아니면 잡고 넘겨뜨릴지 그걸 지켜보는 것이다. 맞싸울 수도 없는 일.숙희는 정말 끓어오르지만 일단은 털키 디너를 잘 지내고 나서 마저 얘기하자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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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는 정애대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데, 이상스레 오운진이란 남자에게는 밀리는 심정이다. 웬만한 남자는 꼬시려고 접근하면서 이미 간 쓸개 다 내주었다. 유독 오운진만 전이나 지금이나 몸을 탐할 때는 사정없이 대하면서 밖에만 나오면 마치 귀찮은 존재를 보듯 한다.   '혹시 이 남자가 한 수 더 높은 거 아닐까?' 정애는 말로 일단 겁을 줘 봤는데, 오운진의 반응이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 위압감이 오는 것을 느꼈다. '웬만한 남자는 그 정도 겁주면 벌써 돈지갑을 벌리는데...' 그러다가 정애는 속으로 흠칫 하고 놀랐다. '맞다! 그 거센 숙희와 살 정도의 남자라면, 보통 아닐걸?'공항으로 갈 때 보다 정애의 아파트로 빨리 돌아왔다.운진은 차를 문 앞에다 대주었다.   "안... 내리세요?"   정애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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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챌리가 일단 마켙으로 주문한 털키 디너 패캐지를 가질러 가겠다는 말까지만 나누고 일단 통화를 마쳤다.   "따님?" 정애가 셀폰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음."   "음성이 참 곱네... 큰딸?"   "음."   "따님하고 잘 지내시나 봐요? 대화하시는 게 참... 좋다."운진은 구태여 역사 얘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착해. 둘 다."   "그러실 거예요. 아빠가 자상하시니..."   "별로 그렇지도 못하지, 뭐."차는 어느 덧 195번 도로로 접어 들었다. 볼티모어 공항으로 직행하는 도로이다.   "정애씨 따님이... 날 보면... 놀라지 않을까?" 운진은 그 점이 걱정되었다. 엄마가 낯선 남자와 같이 마중 나온 것을 보는 딸의 심정이 어떨지.   "말했어요. 엄마가 길을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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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숙희는 아빠가 갑자기 안 보이는 것을 궁금해 하는 챌리와 킴벌리에게 침묵을 지켰다. 자연히 집 안의 분위기는 어색해졌다.어쨌거나 마켙에 주문한 털키 디너를 일찍 문 닫기 전에 누가 가서 찾아와야했다.게다가 숙희는 마켙에 돈을 이미 지불했는데, 그 영수증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정애 그게... 학교 다닐 때도 남학생 문제로 내 속을 뒤집곤 하더니 여기서 만났어도 여전히. 전에야 서로 프리였다 치고, 이젠 내 남편이 된 것을 알면서도 끼어들어서는.' 숙희는 마음 같아서는 정애를 당장 찾아내어 분풀이를 하고 싶지만... 부질없는 짓이라고 여겼다. 그랬다가 남편을 어젯밤 쫓아냈더니 연락도 없는 것이 '혹시 둘이?' 하는 데까지 연상이 되자 울화가 치밀었다.   '이건 안 살겠다는 행동이잖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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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쓰기빙 이브의 밤은 특히 땡쓰기빙 데이의 새벽은 거리들이 유달리 조용하다.대부분 부잣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들어선 변두리의 도로는 해만 떨어지면 차량의 통행이 뜸하다. 더욱이 다들 들어앉아 있을 새벽의 그런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전혀 없다.그 길을, 그러니까 알트의 별장을 드나드는 아주 한적한 도로를 까만색 차 한대가 헤드라이트도 켜지않은 채 질주했다. 어쩌다 코너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그 차는 쏜 살보다 더 빠르게 스쳐갔다.   정확히 같은 시각.운진은 저도 모르게 눈이 확 떠졌다.이유는 모르지만 이상한 직감이 들어서 절로 깬 것이다. 마치 불침번 보초가 깜빡 졸다가 확 끼치는 예감에 눈을 확 뜨고 근무 자세를 취하는 그런 능숙함에서처럼. 그러나 그는 도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애들이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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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는 잠들지 않고 있다가 아랫층에서 우당탕하는 소리에 일어났다.   [보쓰! 애담을 잡아왔습니다!]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To the basement. (지하실로.)"   "I'll be right down. (금방 내려갈께.)"애담은 두 장정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버둥거리며 지하실로 끌려 내려갔다. 그로서는 이 집에 간혹 드나들면서 처음 대하는 지하실인 셈이다.애담은 겁에 질린 채 지하실을 얼른얼른 훑어봤다.그리고 그는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벽을 뺑 돌아가며 걸려있는 쑤의 사진들.그러나 그 사진들은 그녀의 똑바르고 행복한 모습을 찍은 것이 아니었다.   '오 마이 뻐낑 가앗!'애담은 사진 몇개를 보지도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 결국 그는 웩! 하고 토했다.사진들은 하나같이 쑤를 고문한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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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에 밥상이 다시 보아졌다.운진과 정애가 출출해서 야식을 즐기는 것이다.정애는 아예 옷을 입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둘이만 있다고 위에는 짧은 셔츠만 걸치고. 조그맣고 하얀 궁둥이를 아예 내놓다시피 하고 부엌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이었다.   "거 무슨 왕년에 삼류소설에 나오는 야설 같네?"   운진이 맞은 편에 앉아서 팬티를 보여주는 정애에게 웃었다. "난 뭐야?"   "뭐, 어차피 우리가 애정 도피 행각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눈이 맞아서 어울리는데 적당히 생각하세요. 우리가 몸도 맞춘 주제에."정애가 밥수저에다가 김치 찢은 것을 얹어서 운진에게 권했다. "아."   "크크크! 내가 이렇게 들어앉아 있는 동안, 밖에 몇놈이 울고 있나..."   "난 한번에 한 남자만 사귀어요."   "어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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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아들애가 한국에 나가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은 어떻게 하셨대?"    정애가 운진의 가슴을 매만지며 말했다. "쪽찝게네?"운진은 정애의 작은 몸을 끌어 당겼다. 숙희보다 한참 작아 아담한 몸을. "어딜 갔겠어. 걔가 차도 없는데. 엄마한테 반항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국에서... 나오라네요. 나보고. 애들 아빠가... 다 때려치고."   "여자가 있다면서?"   "청산했대나."   "아무리 그런 것이 요즘 한국의 추세라지만. 너무 하네."   "우리 애가 한국에 나가니까 그 여자를 내보냈다나, 어쨌다나."   "딸내미는... 걔도 나간대?"   "걔는... 여기 미국이 좋대. 걔가 늘 천식끼가 있었는데. 여기 공항에 처음 내리자마자 기침을 안 하는 거예요. 저도 신기하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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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는 부하를 쑤의 집을 돌아보며 정황을 보고하라고 보냈다가 그녀의 집을 드나드는 긴 드라이브웨이에서 애담의 차 같은 것을 봤다는 것을 들었다.    "Adam! That son-of-a-bitch! Bring him here! (애담! 그 개새끼! 이리 데려와!)"   알트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서 어쩔줄 모르다가 앞에서 보좌하는 자에게 소리쳤다. "If he comes, get rid of him! (그가 오면, 없애버려!)"   [그를 처치하면 돈의 행방을 모릅니다.]   [어쨌든 잡아 와!]그리고 개리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애담의 것으로 보이는 자가?   [우디가 어디로 갔는지 감이 안 잡힙니다.]   개리의 다른 심복이 보고했다. "He's not in the liquor store. (그..

pt.3 18-1x171 김정애와 한숙희

김정애와 한숙희   숙희는 애들로부터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봤다.자동차 한대가 집 앞을 마악 떠나고 있는데, 그 차의 뒤의 빨강색 렌즈가 숙희의 눈에 몹시 익어 보였다.허걱! 그녀는 그 차의 꽁무니를 많이 쫓아다녀봐서 잘 안다. '역시 아담이었구나!'아담이 대담하게도 한밤중에 이 집 문을 두드린 것이다.남편이 아직 집에 없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랬다가 애들을 대하니 거짓말로 둘러대고 가는 것이다.   이상한 예감이 숙희의 머리를 스쳤다. 마치 잘 키워온 과실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렸던 열매들이 갑자기 안 보이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고, 그녀는 어디론가 홀로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숙희는 이번에도 벽을 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배가 아까보다는 많이 말랑말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