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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지하실의 난장판을 거의 다 치워서야 남편이 깨어난 것을 알았다.   "와아! 청소가 의외로 힘드네?"   그녀는 속마음과 달리 남편에게 미소를 보냈다. "내가 그렇게 말했구만, 어제 술 많이 했나 봐? 이젠 나이도 있는데."운진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움직였다. "개리가 왜 전화했는데?"   "으응... 아이, 뭐라고 해야하지?"   "나한테 한 걸 당신이 받나?"   "응? 오오, 그, 그냥 어쩌다 보니... 자기 안 일어나길래."   "왜... 여자한테서 전화 오나 해서?"운진이 그 말을 내뱉듯 하고는 문으로 향했다.그는 말을 아무렇게나 던지지만 그녀의 심장을 충분히 쑤셔댔다.   운진은 샤워를 마치고 부엌으로 왔다.숙희가 보라고 텔레비젼을 켜 놓았는데, 그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는 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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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 거의 모든 지방 방송국에서는 밤새 안녕이냐는 것처럼 오라이언 뱅크와 이글 그뤂에 대한 보도로 들끓었다.그리고 파일을 어디서 구했는지 쑤 한의 사진이 등장했다.이 여인이 기업의 부상과 몰락을 연출하는 인물이라고.그와 동시에 일부 보도진은 알트의 회사로 그리고 그의 별장으로 달려가고.다른 보도진은 쑤 한의 집을 찾아 대강 들은 정보로 외곽을 뒤지고 있었다.그런 것을 알 턱 없는 운진은 지하실에서 술에 취해 여전히 자고 있고.숙희는 아들을 안은 채 창 밖의 아침 햇살이 번지는 것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그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에 몰래 쥐고 있는 남편의 셀폰이 진동했다.   '새벽부터 누가...'숙희는 행여 하고 방문을 흘낏 보고는 셀폰의 스크린을 들여다봤다. '개리 뻐꺼?'숙희는 남편이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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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배달되어온 음식을 먹으며 남편의 눈치를 연신 살폈다.운진은 면이 담긴 일회용그릇을 들여다 보며 젓가락질만 했다.숙희는 입술을 달짝거리다가 용기내어 말했다. "혹, 아담한테 무슨 일 있어?"   "없어!" 운진이 완전 시베리아 벌판처럼 찬바람을 풍겼다.   "돈... 뭐에 필요한데?"   "그런 건 알 필요없고. 내 돈 해내면 뭐에 쓰든 내 알아서 쓸 거요."   "내 돈 니 돈이 어딨어... 우리 사이에."   "당신 돈은 못 쓰겠다잖아."   "아휴..."   "이렇게 질질 끈다고 우리 사이 나아지는 거 없고. 나한테서 가져간 돈 돌려주면, 소송 같은 거 없이..."그의 다음말은 그녀로 하여금 끊어졌다. "제발!..."   "당신의 그, 이중성계략에, 글쎄, 멍청한 놈 아니고서야, 어느 놈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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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무릎 위에 엎드려서 우는 숙희를 내려다 보다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애담 울어. 가 봐."   운진은 숙희의 건장한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애 운다니까?"   "자기 술 조금만 해, 응? 몸도 안 좋은데."   "무슨 상관인가..."   "자기 술 많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되는 거 보기 무서워서 그래."숙희가 윗층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곧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쳤다.운진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소파에 몸을 뉘었다.그러나 그는 잠을 청하지는 않고 천장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저 사람 정신분열증도 아니고 말야... 왜 저래?'   '불쌍하게 여기다가도 자꾸 밝혀지는 과거 사실 때문에 나도 미쳐간다...'   '아니면 상상을 초월하는 독종이든지...'숙희가 애담을 안고 내려왔다. "아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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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완전히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했다.   "자기! 하루 종일 어디 갔었어?"   숙희가 반갑게 달려갔다. "밥은 먹었어, 자기?"   "비켜!" 운진이 숙희의 손길을 뿌리치고 지나갔다.   "자기이...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숙희의 비굴함은 이럴 때 나오는 법이었다.운진이 홱 돌아서며 숙희를 째려봤다. "왜 내 돈 내놓으라는 것 마저도 안 내놓고, 헤어지자는데 안 헤어져 주는 거요!"   "자기..."   "개리가 훔쳐간 돈 찾아주면 내 돈 내놓는다고 했잖소! 개리가 훔쳐간 돈 뿐만 아니라 애담이 빼돌린 돈도 다 찾아줬는데, 왜 안 주는 거요!"   "나 자기랑 이혼 안 해."   "해!"   "자기이..." 숙희가 또 울려고 했다.   "노! 그런 쌍판떼기 보이지 마! 갈롱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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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병원에 들어섰다가 마침 또 흑인 형사와 마주쳤다.   "Small world, huh? (세상 좁네, 응?)" 그가 그런 농을 던졌다.우디는 농에 대꾸할 기분이 아니었다.둘은 층계를 통해 애담의 병실로 최대한 빨리 갔다.애담은 여전히 깨어나지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여기를 자주 옵니까?]   우다는 궁금해 하던 것을 결국 물었다. [그렇다면, 왜죠?]   [당신이 이 자를 발견해서 구급차를 부를 때까지 그 전의 종적에 대해 흔적이 없소.]   [허! 얘기가 이상해지네.]   [노, 노, 노! 당신을 의심하는 말은 절대 아니요!]   [휴, 다행이요.]   [이 자가... 당신의 집 근처를 배회한 이유... 가볍지만 차끼리의 충돌이 있었고... 그리고 이제 조사를 마친 의사들의 종합 진단에 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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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는 우디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습관처럼 셀폰을 책상 위에 던졌다.   "Why can he not die! (왜 그는 안 죽는 거야!)"   그는 둘러선 부하들에게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소리쳤다. [그는 칼에 찔려도 살아났고, 추렄으로 받아도 살아났다...]그의 부하들은 서로 슬금슬금 눈치를 볼 뿐이었다.   [이글에서 클로버를 회생시키기 전에 우리가 쑤한테 손을 써야 했는데, 왜 이리 일이 안 되는 거야!] 알트가 또 소리를 질렀다.그의 부하들은 이제 방바닥만 내려다 볼 뿐 누구 하나 나서려고 하지않았다.알트는 그제서야 수퍼바이저가 안 보이는 것을 알았다. 그는 좀 전에 던졌던 셀폰을 집느라 잔뜩 부른 배를 구부리며 끙끙거렸다.   [어디 있나!]   알트가 셀폰에다 소리쳤다. [어디? 곧 감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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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아빠를 봤으니 바로 가야한다는 킴벌리를 공항에 내려주고 난 후, 무작정 거리를 운전하고 다니다가 알트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우리의 딜은 완전 깨진 건가, 우디?]   '어, 이 자식이 왜 말꼬리를 물고 나오지? 다 끝난 얘기 아니었나?'   '개리 자식은 우리 아직도 친구냐고 꼬리를 치고...'   '진짜 교활한 백인 새끼들이네! 그걸 수키는 뭐가 그리 좋아서 여태까지 같이 물고 빨고 지냈을까....'   '그 여자는 얼마를 더 당해야 알래나...'  운진은 알트의 속셈이 뭘까 잠시 연구해봤다.  [내가 말했듯, 당신에게 실 없는 말을 했소. 나는, I promised, but 그만한 돈을 동원해 낼 수가 없소. 그러니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그만 전화 하고 너희들 맘대로 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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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경찰서에서 또 잠깐 들러달라는 연락이 왔다.챌리와 킴벌리가 아빠를 따라 갔다.우디의 벤즈 차와 측면 충돌한 그 카고 추렄이 일단정지 신호판을 무시하고 달렸으며, 우디가 그 추렄을 미처 못 보고 좌회전을 하려다가 왼쪽 뒷문께를 세게 받혔다고. 그 카고 추럭의 운전자는 마침 그 주위를 지키던 제롬에게 붙잡혔고...그리고 우디의 벤즈 승용차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대파되었는데, 그 카고 추렄은 앞 범퍼가 겨우 약간 휘었을 뿐이다.   [아빠 몸이 철(steel)보다 더 강한 거야.]   킴벌리가 혀를 내둘렀다. "아빠, 정말 괜찮아?"   "아빠, 괜찮아?" 챌리도 새삼 또 물었다.우디는 형편없이 되어버린 벤즈 차를 보고 치를 떨었다.그 카고 추렄이 뒷문에서 몇 인치만 더 앞쪽을 받기만 했어도 우디..

pt.4 15-1x141 인생의 반환점을 돌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다   다음날, 킴벌리가 챌리와 들이닥쳤다.   "댇! 아 유 오케이?"   킴벌리가 문간에서부터 소리쳤다. "맘? 댇?"우디와 수키는 부엌에 있다가 내다봤다.   "대디!"   킴벌리가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유 오케이!"킴벌리가 제 아빠의 목을 안고 돌았다.아비는 기운이 없어 휘청하면서도 버티었다.챌리가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리빙룸을 두리번거렸다. "맘. 애담은?"   "오, 젖 먹고 제 방에서 자는데, 너 마침 잘 물었다. 손 씻고 따뜻하게 만든 다음, 애담 기저귀 좀 볼래?"   "네!"   "나두!"챌리와 킴벌리가 다투어 이층 계단을 올라갔다.   "자기, 이런 것도 자랑해도 돼. 애들이 착하잖아. 시집 가서도, 그것도 영국으로 가서 살면서도 아빠가 사고 났다 하니까 부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