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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수키가 주도한 부부행위를 끝내고. 우디는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만 묻고 마음을 비우자 했다.   부페에서 만난 동창은 여기서 만나 아는 동창이었냐고.   "응. 자기 왜 물어?"   "별로... 안 친했나부지?"   "뭐, 그냥... 저도 나도 나이 들어 이민 와서는, 난 그래도 여기서 또 졸업했는데, 쟤는 아마 살림 도우느라 못마쳤을걸? 그리 길게 안 사이는 아니었어. 왜? 자기 아는 사람이야?"   "알긴! 내가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우디는 일종의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쉬었다. '그렇다면 다행인가? 수키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아서 남편 황성렬에게 시시콜콜 일러바치지는 않았을까?' 우디는 저도 모르게 아는 말을 하고 마는데. "그 여자도 펜실배니아에서 학교 다녔나?"   "응! 왜 자꾸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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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갈등이 이십 몇년이 지나도록 각자들의 마음 속에 잠재의식처럼 남아 있는 것인지. 그러나 숙희는 성렬을 보고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다.운진은 성렬의 처란 여인을 보고는 옛날에 숙희가 그를 떼어버리려고 소개한 그 여자이지 하고, 사무적으로 대했다.반면 황성렬은 한숙희를 다시 보고는 오운진에게 울화가 치밀었다.   그렇게 안 되길 바랬고 남들 앞에서 종종 놀려 먹었는데, 떡 하니 한숙희와 늦게라도 재결합해서는 쉰둥이 아들을 자랑스럽게 데리고 다니고...성렬의 처는 남편의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동창의 남편이 아내가 하라는 대로 척척 움직여 주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녀의 남편이란 이는 꼼짝하기 싫어서 발 앞에 있는 리못 콘추롤도 멀리 있는 아내를 불러서 집어 달라 하는데.여자들끼리 또 연락하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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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가 음식 담은 접시 두개를 가져왔다.그 중 새우볶음과 엔젤 헤어가 담긴 것이 수키의 앞에 놓였다.그리고 우디는 닭날개 튀김 두개와 포테이토 샐러드가 담긴 것을 제 앞에 놓았다.   "또 치킨이야? 몸에 안 좋다고 그렇게 먹지 말라는데두."   수키가 우디에게 눈을 흘겼다. 누가 있어서 가식된 말투가 아니다. 그녀가 집에서도 늘 쓰는 그런 말투였다. "몸에 좋은 샐러드는 하나도 안 먹고."   "가져올께!" 우디가 퉁명스럽게 그리고 반항하듯 말했다.   "이따 가져올 때 내 것까지도 많이 담아 와. 응?"   "알았어!"오운진 부부의 대화를 황성렬 부부가 유심히 보고 듣는다.수키는 마치 동생을 야단치듯 말하고, 우디는 삐친듯이 듣는 모습을.   "근데, 너두 애들은 다 컸겠네?"   수키가 동창에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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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넓고도 좁다는 말이 새록새록 실감나는 그 증명을 부페에 갔다가 수키는 당했다.우디를 먼저 보고 '어이, 오형!' 하고, 손을 처든 이는 황성렬이었다.남자들은 서먹서먹한 악수를 나누었다.수키는 비록 짧은 기간의 미국 학창 시절이었지만 친하게 지냈던 동창을 만나 포옹했다. 여자들은 서슴없이 너 나 했다.남자들은 계속 서먹서먹해서 눈길을 잘 안 마주치려했고.수키의 동창은 우디가 남편인 것을 반가워했는 반면, 성렬은 어떻게 보면 못 마땅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왜 안그렇겠는가.그래도 두 남자가 한때는 한숙희를 가운데 놓고 신경전을 벌이곤 했었는데.그리고 오운진이 최영란과 어울릴 때도 황성렬이는 간섭하고 싶어 했고.한숙희가 황성렬을 떼어버리려고 동창을 소개시켜주어서 그 둘은 백년가약을 맺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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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박스 안에 들어있는 사진을 몇번이고 지나치는 휴지통에 넣을까 하다가 행여 짖궂은 관심사로 남이 들추고 장난으로라도 어떻게 할까 봐 그러지는 못 하고... 그렇다고 집에 가져와서 수키에게 어떻게 하겠느냐 보이기는 말도 안 되고... 숨겨놓기도 뭐 하고...그는 결국 길가 주유소에 주유도 할겸 들어가서, 펌프를 차에 꽂아놓은 동안 사진을 발기발기 찢었다. 그리고 최소한으로 만든 조각들을 주유소 쓰레기통 안에 흩뿌렸다.   '이로써 나의 아내에 대한 의심은 끝!'그는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 여자 그 인물에 남자들과 돌아가며 데이트 골백번 안 했겠어? 내가 같이 살고 있는 것이 행운이고 감지덕지지.'설사 그녀 앞으로 일개 사단 병력이 지나갔던들 우디의 처지에서는 그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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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말없이 동작으로만 우디더러 따라오라 하며 아마도 건물의 뒤로 통하는 문을 향해 갔다.우디는 그 경찰을 따라가서 깜짝 놀란 만한 것을 대해야 했다. 그가 놀란 것은 경찰이 보여준 어떤 세단 때문이었다.군청색의 영국제 벤틀리차의 한 모델 실버 고스트였다.   "Jeff wanted your wife to take this car and was granted. (제프는 당신의 부인이 이 차를 가져가기를 원했고 허락되었소.)" 경찰이 점퍼 주머니에서 작은 비닐 봉지에 든 차 열쇠를 꺼내 보였다.우디는 갑자기 벌어지는 상황이 꿈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제프를 연방 교도소에까지 찾아가서 만난 것도.   "What's he look like? (그는 어떻게 보이는지요?)"   "Who? The guy J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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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찰이 보여주겠다는 어떤 사진은 우디의 기대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우디가 이단계로 우려했던 수키와 제프와의 데이트 장면이 담긴 그런 사진이 아니었다.    아닌 말로 그녀와 뭇남자들의 밀회적인 장면은 더욱 아니었다.그러나 우디의 시야를 어지럽게 하기에는 충분한 그런 사진들이었다.수키가 어느 백인 남자와 산에서 포옹하고 찍은 사진. 그녀가 바닷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앉아서 찍은 사진. 어디서 여럿이 먹고 마시며 찍힌 그녀의 스냎 사진. 그녀가 파티 모자를 쓰고 또 다른 백인 남자와 입술을 맞대고 있는 사진... 등등 제법 되는 양이었다.   환상에서인지 실제인지의 카메라 동영상의 내용에서처럼 거의 발가벗고 집 앞 잔디에서 신문을 줍는 장면 보다는 낫지만 어쨌거나 남자들과 어울린 사진들이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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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챌리가 누이네까지 가서 데리고 온 애담을 자세히 봤다.아기는 어딜 봐도 노란 머리나 파란 눈이 아니었다. 아기는 까만 머리털이 뽀송뽀송 났고 슬쩍만 봐도 엄마의 크고 두터운 손을 꼭 닮았다. 수키는 의붓딸 챌리가 있는 데도 앞섶을 열고 애담에게 젖을 물렸다.   "우와아! 엄마... 삐딩(feeding)하네?"   챌리가 무릎을 꿇으며 아기를 보는지 새엄마의 풍만한 유방을 보는지 머리를 들이밀었다. "맛있겠다."   "맛 없더라. 사 먹는 우유는 가공했나 달콤한데, 엄마 젖은 찝찔해."   "찝찔이 뭐야?"   "리틀 설티(little salty)"   "아아, 그렇겠다. 블러드도 설티잖아, 응."   챌리가 더 가까이 달라 붙었다. 그리고는 새엄마의 가슴살을 살짝 만졌다. "와아! 엄마 젖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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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빨리는 못 걷지만 다리와 배가 땡기는 것만 아니면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그 동안 병실에 왔다 간 이들이 놓고 갔다는 선물들을 병원에다 기부하고, 수키의 인도에 따라 복도를 걷는데, 우디는 입 안과 이들이 멀쩡한 것이 이상했다.   '제프 그거 한테 맞아서 이가 다 나갔는데... 그 새 빨리 이렇게 새로 했나?'우디는 옆에서 앞만 보고 가는 수키를 찬찬히 살펴봤다. '내가 며칠 누웠었다고?'병원 밖으로 나오니 주차장 구석구석마다 눈이 밀어져 있는 것이다.   "눈 왔어?"   우디는 설마 하고, 눈쌀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이..."몇월이야 하는 말이 차마 안 나았다.    "뭐라고 하지? 꽃샘 추위?"   수키가 어딘가를 향해 손짓했다. 흰눈을 쓰고 있는 이른 꽃들을 가리키는지. "킴..

pt.4 14-1x131 어떤 착각과 그 착각의 실체

어떤 착각과 그 착각의 실체   우디는 얼마 만에 다시 눈을 뜬 건지 모르겠다.그가 알 수 있는 것은 병실에 혼자 남아 있다는 것 뿐. 인기척이나 어떤 움직임이 없는 걸로 미루어 보아 아내 수키는 아마 집에 갔는지.그러다가 우디는 공중에 무엇이 매달려 있고, 뭔가 알려주려는 표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초점을 잘 맞춰서 그 매달린 것을 보니 짐작컨대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장치로 높낮이는 물론 거리도 조절할 수 있는 세단계 연결대였다.그 끝에 달린 사각판에 종이가 잘 보이도록 붙어 있고.그리고 우디가 알아볼 수 있는 활자가 아주 크게 쓰여져 있었다.   자기 나 집에 아담 젖 먹이러 가거든   금방 올께   쑤우디는 그 세줄을 읽으면서 왜 눈물이 나오는지 이유를 몰랐다. 마치 혼자 놔두면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