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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가지고 온 챌리의 남자친구가 동양여자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 하지만 분위기로 대충 알아차리고 돌아가려 했다. 숙희가 둘을 세우고 챌리에게 말했다.   “서구사람들, 특히 뉴 잉글랜드 쪽 사람들은 자기네 전통을 꼭 지킨다. 그들은 영국 후손들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다른 종족을 영입하지 않는데, 그래도 네가 아주 뛰어나고 장래가 보이니까 받아들이려 했다가 네가 홀아비하고 사니까 그걸 우려해서 조용히 끊었어. 이제 누가 와서 집안꼴이 되어가니까 다시 찾아왔는데, 그게 뭐가 그리 나빠? 너 남자친구랑 헤어지고는 머리 싸매고 누웠었잖아. 차도 네가 자청해서 보냈대매? 왜 그랬어? 그건 자격지심이야. 너도 사과하고 받아들여!”숙희가 명령쪼로 타이르고 챌리가 울면서 남자친구와 포옹했다. 자연 둘의 교제가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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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고 마지막 단계인 세틀먼트 때에 맞춰서 숙희가 혼자만 아주 돌아왔다. 그녀는 이번에는 큰 안경을 쓰지않았다.    “설이는 거기서 결혼하고 살 거나 봐요.”    그녀가 둘의 일에 아무 관련도 없는 설이 얘기로 말을 꺼냈다. "재판 끝났다면서요?"숙희가 운진더러 처신을 잘 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아무 여자나 접근한다고 넙죽넙죽 덤벼든 댓가라고 호통을 쳤다. “되도록 그들은 멀리 하세요. 내가 불편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게 운진씨에게도 좋으니까. 돌아가신 분의 친정과도 끊으세요.” 그녀의 말에 운진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니. 그는 입을 다물기로 한 이유가 있다.      “You’d better listen to her, dad. (아줌마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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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모든 서류 관계를 운진의 폭행 케이스를 맡았던 같은 변호사에게 일임하고 떠났다.운진은 예나 마찬가지로 탐과 세일즈를 나갔다. 운진의 얼굴이 밝아지고 그가 말을 자신있게 내뱉으니 매상도 제법 눈에 띄게 올라갔다.  자연 그의 루트가 형성되었고, 그래도 운진은 탐과 같이 다녔다.   설이가 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운진은 누이로부터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들었다.부사장 아줌마가 메릴랜드로 돌아가는 것을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아무도 그 영문을 모른다고. 원래는 메세추세트 주에 있는 어떤 큰 회사가 메릴랜드 주에 있었던 회사, 즉 숙희가 마지막까지 부사장격으로 일했었던 융자회사를 합병하고 간판을 아예 내려버렸는데. 그리고 숙희는 메릴랜드에서 혼자만 살아 남아 캘리포니아의 자매회사로 전근을 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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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며칠 만에 운진에게 간다는 인사를 하러 왔다.그녀는 여전히 얼굴 만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그리고 운진은 언뜻 스치는 눈길에서 그녀의 목덜미가 약간 부었던지 멍이 들었던지 그렇게 보았다.   "잠깐... 얘기 좀 하죠." 운진은 그 말을 무척 힘들고 조심스럽게 꺼냈다.   "무슨 얘기죠? 나 비행기 시간 때문에 바로 돌아가 봐야 하는데."   "저랑... 결혼하자 하시는 거 말입니다.."   "아, 또 그 얘기예요? 왜 내가 운진씨랑 결혼하고 싶어하느냐고?"   "보시다 시피, 저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겠고. 마치... 뭐에 홀린듯, 그렇습니다. 아직 결혼도 안 한 상태에서 남의 돈을 임의로 나누시고. 이 사람 저 사람 일방적으로 끊고 맺게 하고 말입니다."   "운진씨. 그럼, 내가요, 이렇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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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별채로 들어서니 부엌에서 한 살림 차려놓고 숙제를 하던 킴벌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봤다. 챌리도 책인가를 들고서 입을 딱 벌렸다. 둘의 입에서 동시에 탄식이 나왔다.    “What the... (뭐야.)”그제서야 운진과 숙희는 자신들에게 마른 풀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봤다.   “What are you guys doing! (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 킴벌리가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챌리의 그 말에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운진은 펄쩍 뛰었다. “It’s not what you’re thinking!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챌리와 킴벌리가 서로 마주보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I kicked his ass so he fell on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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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일어나 풀 위에 앉았다. 그들의 등 뒤로 차들이 씽씽하고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들이 보면 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두 늙은이들이 주책이라고 하겠네요.” 운진이 말하고 나서 킥킥 소리내어 웃었다.   “운진씬 그렇게 생각들지 몰라도 전 아직도 22년전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그 때의 그 기분인데요? 저한테는 그 때 시간이 멎었어요.”   “저, 오션 씨티 갔었읍니다.”   “설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상하죠? 저는 해마다 그 호텔을 찾아 갔었는데, 그 때만 이상하게 안 가졌어요. 태풍이 아마 왔었죠?”   “오셨더라면, 아마, 우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랬을 거예요.”둘은 그 때의 상념에 젖어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 숲을 바라다봤다. 숙희는 나무들의 굴곡선 위로 희미한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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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운진은 챌리의 차를 몰고 숙희가 가라는 길을 따라 운전했다. 큰길로 나가는 초입에 집을 판다는 팻말이 땅에 꽂혀있었다. 운진은 숙희의 신호에 차를 천천히 몰았다. 거기서부터 길게 뻗은 드라이브웨이의 끝에 불들이 휘황찬란하게 밝혀진 콜로니얼 형의 저택이 보였다.   “비싸겠는데요...” 운진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원 앤드 해프 밀리언은 하겠죠? 가요.”    숙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방은 몇갤래나..." 운진은 행여 그 집에서 총알이라도 날아올까 무서워 그 집 앞을 얼른 떠났다. “돌아가죠?”   “좀 더 가 봐요. 어디 또 하나 나와 있나 보게.”그러다가 그들은 큰 길가로 나와 속도제한대로 달려야했다. 운진은 그녀가 그만 가라 할  때까지 가리라고 차를 계속 몰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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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할줄 모르는 숙희는 거들기만 하고, 챌리가 거의 혼자 저녁을 차렸다. 저녁 식탁도 세 여자의 차지였다. 처음 대하는 자리인데도 챌리와 킴벌리가 숙희의 늠름한 모습에 매료되었는지 연신 말을 붙였다. 숙희는 어느 면에서는 명령쪼의 말투를 쓰고 있었지만 두 딸은 개념치 않는 기색이었다. 숙희는 주로 그들이 학교에서 어떤 친구들을 만나고 어딜 다니는가를 물었다. 챌리와 킴벌리는 싫은 내색없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고 때로는 무얼 묻기도 했다.   운진은 그녀들의 수다를 대충 들으며 식사를 묵묵히 끝냈다.딸들이 설겆이는 저희들이 한다고 아빠와 숙희를 밖으로 떠밀었다.두 사람은 나무로 끝도 없이 세운 울타리에 걸터앉아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봤다.   “들어오는 입구에 집 하나가 나왔더군요?” 숙희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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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청사를 나오니 세 여자가 인도에서 돌아섰다.   “Bring the car, dad! (차 가져와, 아빠!)” 킴벌리가 고개를 까딱했다. 그리고는 숙희를 보고 한던 말을 이었다.    “I’m junior. (나 대학 3학년이요.)”   “How’s your grade. (성적은 어때?)”   “I got some C’s and a few B’s. (C 좀 있고 B 몇개.)”   “I’m gonna ground you, Kimmie! (너 벌 줄 거야, 키미!)”숙희가 말하는 걸 들으며 운진은 찻길을 건넜다.    ‘애를 그라운드 한다구? 아니, 뭐야. 지 애야? 나도 줘 본 적 없는 그라운드를!’그런데 킴벌리의 그 다음 말을 듣고 운진은 기도 안 찼다.   “How long... (얼마동안.)”더..

pt.2 7-1x061 모든 일에는 그 까먹은 시작이 있어요

모든 일에는 그 까먹은 시작이 있어요   미스터 오.    댁은 나한테 한 모든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친절하게 내가 댁을 겁나게 한 문젯점을 지적했어요. 그런 말들이 나를 깊게 생각하게 했고 난 22년전으로 돌아갔어요. 내가 댁한테 한 일이 미안해요. 다음 주에 휴가를 냅니다. 내가 날아가서 댁을 만날 거예요. 뭐, 이 이-메일이 댁을 거북하게 한다면, 우리가 만날  때 내게 말해요. 언제 정확히 비행기 탈 지 키미에게 말할 께요. 빠이! 킴벌리가 '빠이!' 에 힘을 주었다.   운진은 딸들의 안색을 의아한 눈길로 살폈다. '얘들하고 숙희씨하고?'킴벌리가 아빠를 올라탔다. “22 years, huh! (22년씩이나, 엉!)”챌리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How romant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