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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엨스-레이를 찍어보러 가는 날.운진이 추렄으로 와서는 숙희의 혼다 차를 운전하기로 했다.숙희는 이제 거의 절룩거리지않는다.그러나 아직 개스 페달을 밟기에는 힘이 떨어진다.   "변호사한테서는 아직 소식이 없어요?"   운진이 하늘 색 차를 운전하며 물은 말이다. "너무 오래 끄는데."   "며칠 전에 전화해 보니까, 힘 쓰고 있는 중이라고, 기다리라네요."    "그러니까요."   숙희의 다리 엨스-레이 결과는 며칠 후면 담당 의사에게 넘겨진다고.운진은 전에 갔었던 그 화교 출신의 중국 음식점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은 제가 낼께요." 숙희가 말했다.   "그러셔도 무방하구요."   "말미에 여운이 남네요?"   "아직 남았으니까요."   "어이구, 참 내." 숙희는 저도 모르게 사투리가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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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서언니의 리드에 따라 조그맣게 발성연습을 했다.진희는 음성이 고음이라 영란 옆에 섰다. 그리고는 영아의 반주가 틀릴 때마다 악보로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뒤에 섰는 병선에게 악보를 짚어 보였다.   "둘이 그럴려면 나가!"   결국 운진의 손가락이 병선과 진희의 머리를 콕콕 찍었다. "언니가 옆에 계신데!" 숙희는 운진의 그런 동작을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영란이 약 오른 기색으로 옆의 진희를 봤다.      인원이 조금 늘어난 성가대원들이 목사석 뒤로 줄 맞춰 들어왔다.목사가 그냥 눈으로 그들을 보다가 손을 높이 들었다.운진은 얼른 구십도로 인사했다.목사가 앉은 자세에서 팔을 길게 뻗었다.운진은 목사의 악수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목사가 한참 후에 손을 풀어주었다.병선이는 그 다음 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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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운서가 숙희를 태우러 왔다. 운진이가 자세히 가르쳐 줬는데도 내가 길눈이 어두워서 한참 헤맸다고 하면서.숙희는 아주 오랫만에 정장을 했다. 대신 아래에는 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었다. 무릎과 허벅지에 보조대 한 것을 감추려고.숙희는 아직도 약간 절룩거리는데, 단화를 찾아 신었다.그래도 숙희는 높은 구두를 신은 운서 보다 크다.   "운진이가 웬일로 오늘 교회로 바로 간다고."    운서가 숙희의 궁금해 하는 것을 미리 말로 풀어주었다. "작년 성탄절 찬양 한 후로 교회에 발을 딱 끊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진은 혹시나 병선이나 진희를 만날까 하고 본당과 아랫층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다가 최 장로에게 붙들렸다.    "서라구!"   "안녕하십니까!"   "가세!"    성가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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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걷는데 아직 불편해서 절룩거린다. 그래서 둘은 얼마 걷지않고 길 가에 만들어진 공중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았다.비탈진 아래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올라왔다.숙희는 앞을 똑바로 보며 머리칼을 자꾸 잡았다.운진은 그녀에게서 풍기는 약한 로숀 냄새를 맡는다.    화장이나 향수를 안 쓰는 여인.숙희는 바람이 멎을 때마다 그에게서 남자 콜롱 냄새를 맡는다.   그냥 개 데리고 바람 쐬러 나온 게 아닌 모양.딩딩딩~이 철 늦은 때에 언덕 아래에서 아이스크림 차가 올라왔다.운진은 그 추렄에다 손짓을 했다.그 아이스크림 추렄이 서고. 운진은 또 아이스크림과 오렌지 소다를 샀다.숙희는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크게 굽신하고 아이스크림과 소다병을 받았다. "번번히..."   "잘 받아놓으세요. 나중에 한꺼번에 갚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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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가을로 접어들며 화원은 국화가 한창 팔린다.화원 뒷뜰에는 봄에 왔었던 히스패닠들이 일렬로 줄 서서 늦오이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한입 건너 두입으로 전해진 무 호박 채소 농사 소문이 퍼져서 연일 한인들이 차로 온다.방문자들 손으로 뽑아서 푸대나 상자에 담아오면 박과 운진과 삼촌은 무게를 달아 값을 부르고 사람들은 차가 주저앉을 정도로 실어담아 간다.   "오이는 얼마에요!" 누가 소리친다.   "한접에 삼십불이요!" 박이 맞받아친다.   "반은 안 팔아요?"   "두 분이 나누세요!"밤이 깜깜해질 때까지 사람들은 쉬지않고 들어오고 나갔다.어디서 대형 추렄이 와서는 오이를 백 밬스 이상 실었다.그제서야 사람들이 오이 달라고 덤벼들었다. 저게 디 씨(Washington D. C.)의 플로리다 야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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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숙희와 혼다 차에 남고 박이 집 동네에 다녀 오기로 했다. 숙희는 운진과 둘이만 남게 되자 비로소 울음을 터뜨렸다. "저, 죽는 줄 알았어요."운진은 숙희가 등 뒤에 기대어 우는 것을 묘한 기분으로 받았다.일단은 운전하다가 졸아버린 추렠터 추레일러 운전자의 과실로 판정났다고. 그녀는 차선 하나를 비켜서 지나가려 했고. 핔엎 추렄이 혼다 차를 추월하면서 그 추레일러에 바짝 붙었다가 받히면서 튕겨나오는 바람에 숙희의 차를 길 가 도랑으로 빠지게 한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그 추렄은 추렠터 추레일러 앞으로 도로 들어갔고. 밀리면서 몇 바퀴 굴렀다고.숙희의 찌그러진 차를 일단 그녀의 면허증 주소인 고모네로 끌어가기로 했다.    숙희는 운진에게 위로를 받고 놀란 가슴이 풀린 다음에야 오른쪽 다리가 아픔을 ..

17-1x161 첫 데이트

첫 데이트   체크 캐쉬를 하며 동시에 머니 오더도 끊고 하는 그 한국인 술가게 남자가 지점장에게 불평을 했고.수키는 그 날 불친절한 근무태도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아니.그냥 말 한 마디로 you're fired 였다.   토요일 아침 그녀는 집에서 왜 일을 안 나가느냐는 질문에 일량에 비해서 수당이 너무 적어서 그만 두었다고 그러나 곧 다른 일을 찾아볼 거라고 변명했다.그리고 그녀는 대나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그런데 대나 대신 그녀네 집에 와 있는 제레미가 수키더러 무조건 만나자고 나왔다.그녀는 간단히 노 하고 통화를 끝냈다.그리고 제레미로부터 되돌아 온 전화는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해서 응답을 무시했다.   이 참에 그냥 미스타 오를 처들어 가서 나 좀 먹여 살리라고 해?숙희는 그런 공상을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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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은 새벽에 운진이 와서 문을 열어야 삼촌이 부시시 일어나 나온다.금요일 아침부터 더운 비가 내렸다.운진은 이것저것 밖으로 다 내놓도록 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이 치가 비오니까 꽁치는 줄 미리 알고 혼자 뉴 욬 갔나?   진짜 무대에서 그걸 하나...운진은 같이 못 가 보는 것이 아쉽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진짠가...그런데 아침 아홉시 되어 박이 나타났다.그리고 그가 계속 졸랐다.    어차피 비 오면 화원은 꽁치니까 삼촌더러 혼자 보시라 하고 뉴 욬 가자고.그래서 둘은 그냥 어디 가까운 데 간다고, 삼촌의 허락 받고 떠났다.삼촌의 바쁘면 집에 전화할테니까 오라는 말에 네네 하고.   수키는 비 오는 날의 한가한 은행을 그냥 거닌다.비가 오면 사람들은 은행 볼 일도 귀찮은가 보다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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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는 근무하면서 막연히 미스타 오란 남자가 졸업식을 잘 마쳤나 궁금하다.나더러 더 좋은 데 졸업했으면서 자기 2년제 졸업 축하한다니까 이상한 말 하고.남자가 허우대는 멀쩡해 갖고 내성적인가 봐?수키는 자신도 모르게 오운진이란 남자에게 급속도로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냐, 아냐! 정신 바짝 차려라, 한숙희!   그는 보통 꾼이 아닌 거야.밥 사 주면서 절대 지 자랑은 않고, 꽃 장사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나 말하고.은근히 어디 사는지를 밝히고.빚 갚으라고 하면 유치할 거라면서 나로 하여금 부담 갖게 하고.수키는 고액을 인출하는 고객의 건수를 처리하면서도 내내 오운진 생각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돈을 세고 또 세고 했다.그 덕분에 그녀는 보통 꼼꼼하지 않다는 칭찬을 바로 들었다.   수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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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사람들은, 저의 외삼촌하고 숙모하고 숙모의 먼 조카딸, 그러니까 사돈이예요."   "아, 네." 숙희는 정말 맛있는 짬뽕을 연신 든다.   "삼촌이 한국 나가셨다가 몇달 만에 도로 온 거예요."   "아, 네."   "그 때 떠날 때, 화원을 저한테 팔았는데요. 다시 한다고 해서."   "돈 돌려주고요?"   "음... 아뇨. 대신 삼촌네 집을 우리가 하기로... 거기 화원에 살림도 할 수 있게 꾸몄거든요."   "그러니까요."   "지금 화원이, 삼촌이 저한테 팔았을 때 보다 매상이 몇배 넘거든요. 만일 제가 그걸 정식으로 판다고 하면... 제가 살 값의 몇배는 받아야..."   "그렇게라도 되면 맞바꾸는 게 손해 아닌가요?"   "그러니까요." 이번에는 운진이 숙희처럼 말했다.   "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