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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뛰어오더니 숙희더러 어디로 가자는 손신호를 했다.   "어딜 가요?" 숙희는 펑 젖어서 달라붙은 옷이 신경쓰인다. 몸이 다 비쳐 보이는 것이다.그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차를 돌아다봤다.좀 전의 작업복 입은 사내가 꼬챙이 같은 것으로 문을 어찌 하려고 하고 있다.운진이 어디로 꺾어지는 복도를 가리켰다. "여전도회 방요."그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숙희는 통로 가운데에 서서 사방을 둘러봤다.웅장한 올갠 소리와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통로를 가득 채운다.운진이 몸에서 물을 줄줄 흘리며 들어왔다.그가 그녀더러 왼쪽으로 가라는 손짓을 했다.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숙희는 자신의 옷이 속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서 통로로 얼른 들어섰다.   성!   오! 차 치웠냐?   예!   수고했다. 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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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일요일.아침부터 찬비가 내렸다.운진은 교회에 일찍 갔다.지휘자 선생이 그를 보고는 반색했다. 사촌동생한테 쏘프라노와의 이중창을 시켜보려 하는데 말이 통할 것 같으냐고. "미스타 오가 하라면 할 것 같은데 말야."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제 사촌동생이 아직 경험이 많지않아서."   "연습을 많이 시켜보지, 뭐."   "얘기는 해보겠습니다."그리고 운진은 정문 앞에서 밖을 계속 살폈다.정문을 들어오는 이들이 다들 운진이 안내인줄 아는지 인사를 한다.운진도 구십도로 인사하며 눈은 계속 밖을 살폈다.기왕 나왔으니 성가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운진은 그칠 줄 모르는 비를 원망한다. 날씨가 이래서 다리가 아프나. 집에 가 볼까? 다리가 아파서 못 움직이나? 직접 온다 했어도 가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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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이 먼저 지나친 접근으로 나오면 한 대 때려주나 어쩌나 연구 중이었다. 그녀는 화장실을 쓰러 가서는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화장실이 너무 깨끗한 것이다.깔끔한 남자네...그렇다면 사생활도 성격처럼 깔끔해서 조금 만난 여자라 해서 함부로 하지는...   숙희는 검열 나온 사람처럼 화장실을 꼼꼼히 살펴봤다. 다행이다. 내가 좀 칠칠맞은데.그리고 숙희는 화장실에서 혼자 웃었다. 한숙희, 너, 미쳤어.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서야 운진이 없음을 알았다.밖은 그 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숙희는 뒷문을 밀어봤다.문은 쉽게 열렸다.큰 개가 껑 하고 짖고, 작은 개가 깡 하고 짖었다.뒷뜰은 불이 없어서 어두웠다.숙희는 철계단에 서서 그냥 내다봤다.운진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는 작은개를 안았다.숙희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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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토요일에 가게 나오라는 공희모의 전화에 아직 추레이닝 단계라 출근해서 일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운진의 추렄에 탔다.이번에는 운진이 그녀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대신 어깨를 빌려주었다.그녀가 이제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제법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운진이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 숙희가 개를 안았다가 차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추렄은 화원으로 갔다.   숙희는 운진이 그 화교 출신이 하는 음식점에서 사왔다는 음식을 같이 나눠 먹고.뒷뜰에 마구 굴러다니는 낙엽들을 밟으며 산책도 하고.그가 손수 끓여주는 무슨 잎 차도 마시고 하다가... 결국 그에게 물었다.그녀가 늘 궁금해 했고, 물었다가 실망할 대답을 들을까봐 고민도 많이 했던 것을.   "제가 이렇게 운진씨한테 폐 많이 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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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일주일째 그가 태워다 줘서야 아차 개스비 하고 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백에서 이십불짜리 한장을 내밀었다.   "뭡니까?"   "개스비요."   "녜엣?" 그가 소리를 꽥 질렀다.   "왜 그러세요? 소리를..."   "제가 인심쓰는 김에 다 쓰게 가만 계세요."   "제가 너무 염치가 없어서 그래요."   "염치 없으셔도 됩니다."   "너무 부담되는데."   "얼른 내리세요. 저 이러다 딱지 떼요."   운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늦장부리다가 지각해요."숙희는 추렄에서 아예 그에게로 몸무게를 실었다.그가 그녀를 안다시피 하고 내려오게 했다.자연 둘의 볼이 마주 스치고. 숙희는 이 날도 그의 볼에다 쪽 소리나는 입술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이 하고 손을 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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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집에 가서 개를 먹이고 걸리고. 숙희네 집으로 갔다.숙희가 아침에 헤어지기 직전 집 열쇠를 주며 강아지 운동을 부탁했던 것이다. 요즘에 주인이 다리가 불편해서 못 걷는 바람에 개가 방안에서 스트레쓰만 쌓일 거라고.   아유, 요 쪼그만 강아지 새끼!운진은 집 개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될 작은 개를 부서질쎄라 조심하며 걸렸다. 그리고 그는 화원으로 도로 돌아가서 숙희의 전화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새 삼촌네는 운진의 부모를 만나러 나갔다.운진은 병선이와 땀 흘려가며 수리한 가게가 그 새 도로 개엉망인 것에 한탄이 나왔다.하긴 한국에서 고명아들로 일이라고는 마당의 풀도 안 뽑아본 분이니...그래도 울 아버지 어머니는 줄기차게 청소차 타시는데. 우리 부모님 두 분 맨날 다투시면서도 그래도 미국 ..

18-1x171 첫사랑

첫사랑   일요일에 교회가 끝난 후, 운진과 숙희 둘은 다른 길로 회사를 가보자고 해서 워싱톤 디 씨 시내의 그 수십개 신호등을 거치며 한도 끝도 없이 갔다. 운진은 회사가 위치한 길을 찾고는 천상 벨트웨이 타고 돌아야 되겠군요 했다.그는 일단 건물을 확인한 후 아는 길로 해서 돌아갔다.그리고 월요일 숙희의 첫 출근은 운진이 미리 한바퀴 돌면서 길을 알아놨기 때문에 용의했다.   "제가 어쩌면 화원에 가 있을 거예요."   운진이 숙희의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한 말이다. "미리... 끝나시기 한 삼십분 전에 전화하세요. 그래야 안 기다리시죠."   "네. 그럴께요. 고마와요. 그리고 미안해요."   "어이, 시이. 전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미안해 하지 마세요."   "제가 그 새 미스타 오하고 허물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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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숙희를 추렄에 태우는데.그녀가 다친 다리에 아직 힘을 줘서 오르지 못하니 천상 그가 그녀를 밀어 올려줘야 하는데. 그렇다고 처녀의 엉덩이에 손을 대어서 떠받쳐 줄 수도 없고, 허리를 잡아줄 수도 없고.   "제 추렄을 여기다 세워놓고, 미쓰 한 차로 갈까요?"   "아니요. 제 허리만 받쳐주세요."그래서 운진이 숙희의 허리를 받쳐서 올라 타게 하려는데.몸의 무게가 하반신에 있으니 허리를 밀어서는 그녀의 상반신만 구부러진다.그러니 이번에도 자연적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얼른얼른 밀어서 그녀를 올려 보냈다.숙희가 깜짝 놀라면서 좌석에 얼른 올라앉고.운진은 그 쪽 문을 닫고 운전석 쪽으로 돌아갔다.   와아! 엉덩이 탄력 끝내준다!운진은 그녀의 엉덩이에 닿았던 손의 감촉을 길이 간직하고싶다. 크면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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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숙희는 교회에 의무적으로 나가야 했다. 아니. 운진이 일요일 예배 시간 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추렄을 몰고 나타났다.   "저거, 저거 그, 미스타 온가 하는 친구 아니냐!" 여태 가족 사이에서 침묵과 회피로 일삼던 한씨가 추렄을 내다보고 한 말이다.    "네."   "저 친구가 여길 어떻게 알고, 아니, 아니, 왜 왔어."   "저 교회 태워다 주러요."   "숙희, 너 교회 나가?"   "네."   "어디 교회!"   "메릴랜드 장로... 교회."   "아니, 집에서 아빠 엄마가 침례교회 나가는 거 알면서, 넌 왜 장로교회야."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무슨 상관은! 얘가, 얘가." 한씨는 그 쯤에서 마누라의 눈치를 본다.그런데 공희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 저 자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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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집 앞에 와서 운진더러 차 한잔 하고 가라 해야 하나 하고 망설였다.그런데 그가 순순히 돌아서서 가는 것이다.    "담주 일요일날도 교회에서 뵙는 거죠?"   "생각... 해... 네!" 숙희는 그렇게 대답했다.그가 추렄에 바로 올라타고는 부릉거리며 집 앞을 떠났다.숙희는 그의 추렄이 약간 비탈진 언덕을 다 내려가도록 지켜봤다.   싹싹하게 구는 게 정말 꾼인가 본데?   친절이 몸에 배인 척 해서는 내 마음을 자꾸 흔드네?숙희는 운진에게 무너져 가려는 마음을 자꾸 일으켜 세운다. 저 정도의 남자인데 여태 여자가 없다는 게 수상해. 하지만 조심하자 하면서도 내가 먼저 끌리는 것 같잖아?   공희모의 숙희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 못하다.걸을 만하면 가게에 나와서 장사하고 나 좀 들어앉아야겠다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