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파란 불로 바뀌어 차를 출발시키며 그 추렄이 지나간 사거리의 도로명을 읽었다.그러니까 저리로 가도 화원을 만난다 이건가?그녀는 이대로 가면 은행으로 간다 해서 아무데서건 유-턴을 시도하려고 기회를 찾았다. 내가 이 은행에 근무한지가 언젠데, 그 동안 한번도 다른 길로 다녀보지않았어.그녀는 다음 신호등에서 유-턴을 한 다음, 뜻 모를 다급한 마음에 그 짙은 색 추렄이 지나간 사거리에 와서 또 빨간불에 섰다. 여기서 레프트 턴을 하면 그 추렄이 간 데로 가는 건데. 숙희는 차선을 잘못 서서 좌회전이 안 되는 것에 괜히 신경질이 났다. 한숙희. 너 왜 이러니. 너도 그랬잖아. 괜찮은 남자다 싶으면 이미 임자가 다 있더라고.그녀는 괜히 아빠가 했었던 가게로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