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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파란 불로 바뀌어 차를 출발시키며 그 추렄이 지나간 사거리의 도로명을 읽었다.그러니까 저리로 가도 화원을 만난다 이건가?그녀는 이대로 가면 은행으로 간다 해서 아무데서건 유-턴을 시도하려고 기회를 찾았다. 내가 이 은행에 근무한지가 언젠데, 그 동안 한번도 다른 길로 다녀보지않았어.그녀는 다음 신호등에서 유-턴을 한 다음, 뜻 모를 다급한 마음에 그 짙은 색 추렄이 지나간 사거리에 와서 또 빨간불에 섰다. 여기서 레프트 턴을 하면 그 추렄이 간 데로 가는 건데.   숙희는 차선을 잘못 서서 좌회전이 안 되는 것에 괜히 신경질이 났다. 한숙희. 너 왜 이러니.   너도 그랬잖아. 괜찮은 남자다 싶으면 이미 임자가 다 있더라고.그녀는 괜히 아빠가 했었던 가게로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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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서는 아이 둘이 여름 방학 시작을 기회로 아주 오는 것에 좋으면서도 부담을 갖는다.말은 운진이가 애들 뒷바라지를 책임진다고 하지만, 걔도 곧 제 삶을 찾을 텐데. 괜히 운진이 말만 듣고 동의했나. 운서는 자신도 모르게 모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응, 엄마. 운진이도 곧 제 삶을 찾을 텐데. 내가 이 나이에 동생한테 너무 의지하는 건가?"   "걔가 지 누나를 생각하는 게 특별하니까."   "신기하지, 엄마. 운진이가 내 말은 듣는다는 게."   "니가 다 거둬 키웠으니까... 정작 엄마보다 누나를 더 어려워하지."   "커서도 그게 남아 있을까?"   "니가 늦게라도 들어오는 날은 걔가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널 기다렸잖니."   "흐흐흐."    운서는 입으로는 웃지만 잠깐 떠오르는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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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나중에 온 공원을 헤매고 다니며 나중에는 바둑아 바둑아 하고 목이 쉬도록 불렀다.날이 어두워져 가는 것으로 보아 저녁 여덟시는 되어가는 듯.그녀는 허기지고 목이 말라 돌아가실 지경이었다.이대로 가면 개를 버리고 가는 거잖아.숙희는 혹시나 개가 기억하고 돌아와 있나 하고 차로 벌써 두번째 오는 길이다. 개들이 색맹이라는데 제 주인의 하늘색 차를 기억할래나 하면서.그녀는 차에 가면 일단 안에 들어앉아서 쉬자고 기운이 다 빠진 다리를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데 어디서 귀에 익은 캥 소리가 들려왔다.   "바둑아? 바둑아아!"그녀는 사방을 둘러보며 개를 불렀다.어디서 귀에 익은 캥캥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혹시 그 개가 내 차를 알아보고?숙희가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주차장을 찾아오니 그녀의 차만 보이고 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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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는 꼭 알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수영도 한국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소식을 다른 이를 통해서 들었다.   "내 친구네 그 집이 원래 한국에서 빚 많이 지고 미국으로 도망 이민 온 케이스거든요."   진희가 박과 밥을 같이 먹으며 하는 말이다. "그래서 영진이가 한국 할머니네 집에 나갔다가 못 들어오고 붙잡혔는지."박이란 친구는 진희에 대해 한가지 염두 외에는 없기 때문에 그녀가 재잘거리면 응 그래요 아 네에 하고 맞장구치며 그저 스킨슆의 챈스만 노린다.사실 진희는 그런 말이 미스타 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인데.   박은 일 나와서 운진에게 전하기는 커녕 진희와 벌써 세번이나 만났다는 것 조차 침묵이다.그가 보건데 운진은 진희에게 관심을 끈 것 같다.박은 영주권이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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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네 구멍가게에 단골로 오는 손님 중 하나가 강아지 한마리를 선사했다. 테리어도 한 핏줄, 치와와도 한 핏줄 섞인 잡종이라고. 그러니까 크기는 치와와 만하고 무늬는 테리어처럼 알록달록한 똥개 암놈이었다.숙희는 웬일로 그 똥개가 눈에 들어왔다.그래서 그녀는 철사를 엮여서 만든 개우리 소형을 사서 방에다 들여놨다. 개로 하여금 대소변을 따로 보도록 훈련시키는 구조로 고안된 것이라고 했다.그녀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방에 하루 종일 갇혀있던 그 개에게 물과 밥을 먹이고 집 앞길을 따라 한바퀴 도는 운동을 시작했다. 전에는 심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라서 늘 늘씬했는데, 나이도 먹어가고 몸을 별로 안 움직이다 보니 배에 군살이 붙는 것 같아서 겸사겸사였다.   그녀는 심지어 비 오는 오후도 뒤집어 쓰고 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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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민들레꽃이 흰머리가 되고 바람에 그 홑씨를 날리기 시작하면 앨러지로 봄 내내 고생하던 이들에게 숨 돌릴 여유가 찾아온다.그 하얀 솜털이 바람에 하늘 높이 날면 앨러지가 더 심할 것 같지만 희한하게 그 정반대이다. 진희는 집안에 두달을 처박혀서 앨러지와 싸우다가 처음으로 나들이를, 그것도 운진의 화원으로 찾아갔다.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참 희한한 것이, 진희가 운진을 찾느라 기웃거리는 것을 박이 먼저 발견하고 사뭇 달려 나왔다.    "어서 오십쇼오!"    "여기... 그러니까, 여기 사장님."   "미스타 오요?"   "네!"   진희는 그가 아직 주인이구나 해서 반갑게 대꾸했다. "어디 가셨어요?"   "아뇨. 안에 있는데요. 꽃 사러 오셨습니까?"   "아뇨. 그냥... 지나가다..."   "..

15-1x141 돌아 온 그들의 여름

돌아 온 그들의 여름   숙희는 새로 일하는 은행의 출퇴근이 용이함에 만족한다.그녀가 집에서 출근하는 길은 한적하다. 왜.반대편 찻길이 즉 남행길이 워싱톤 디 씨쪽으로 출근하는 차량으로 밀린다. 그리고 퇴근할 때는 그녀가 아침에 탔던 길이 디 씨에서 나오는 즉 북행길이 차량으로 밀리고 그녀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귀가한다.그리고 그녀가 일하는 은행에는 한국인들이 제법 드나들어서 우리 말로의 업무 처리할 때가 종종 있으며 그것이 그 은행의 감독관들 눈에 띄었다.그 한국인들은 주로 괜찮은 부류들이다.숙희는 부근 동네가 최근 들어 급속히 발전하는 중산층 이상임을 나중에 알았다.그리고 그녀는 아파트에서 만났던 이들에 대한 기억이 옅어져 갔다.   운진은 남자 하나를 더 두고 화원 일로 분주하다.운진의 누이가 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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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눈에서의 그 해프닝 이후로 숙희는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운진은 누이의 동거남을 쫓아내고는 그 아파트로 다시 돌아오지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아파트 사무실로 임대 연장을 하지않겠다는 등기 우편 통보가 전달되었다.그늘진 곳 여기저기에 남았던 잔설들이 마저 다 녹고.자세히 보면 잔디에 벌써 민들레와 냉이가 머리를 내미는 계절이 왔다.   운진은 그 때 이후로 영진에게서 콜랰트 투 콜로 오는 전화를 다시 받지 못했고. 수키는 하워드의 노골적인 접근에 그 은행을 사직했다. 그녀는 아파트에 두달치 벌금을 미리 내고 나머지 임대 계약을 파기했다. 핑게는 전근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부친네 집으로 도로 들어갔다.공희모는 그럼 그렇지 하는 식으로 숙희를 냉대했다.숙희는 이번에 다시 이사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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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아파트 주차장에 간신히 돌아와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뭔가 붙잡아야 했다.그 좁아터진 일제 차 안에 아마 일곱 여덟시간은 갇혀 있었나.오금은 펴지지 않고, 허리는 끊어져 나가려고 하고, 게다가 오줌보는 터지려고 한다.그녀는 아침에 날씨가 멀쩡할 때 신고 나간 하이힐이 눈에 빠지면서 자꾸 미끄러졌다. 이제는 차로 돌아가서 붙잡지도 못하고 인도로 올라서지도 못한다. 소변은 급한데...그렇다고 눈도 내리고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서 처녀가 아무데서건 엉덩이를 훌러덩 까고 눈에다 소변을 볼 수도 없다. 그녀는 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차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려보려고 했다.하이힐 하나가 뭐에 걸렸는지 벗겨지려한다.눈만 아니면 확 벗어 버리고 달려 들어가겠건만.그녀는 요도를 최대한 조이느라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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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운진은 진희더러 얼른 들어오고 문 닫으란 손짓을 하며 무례하든말든 소리질렀다.   여기는 한국 전화 공삽니다. 오운진씨. 김영진씨로부터 콜렠투콜 받으시겠어요?    "어, 녜, 녜!"   김영진씨. 오운진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보세요!" 운진은 무턱대고 소리부터 질렀다.   김영진씨. 미국 연결됐습니다.   "여보세요!" 운진은 계속 소리질렀다.   연결됐습니다. 미국,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운진은 온 집안이 떠나가라고 소리질렀다.잠시 후 여자의 음성이 모기소리만 하게 나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영진씨?"   여보세요...   "녜! 내 말 들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녜! 여기 미국이예요! 여보세요?"   여...꾸뤀!   엉?운진은 수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