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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눈만 오면 밀리는 뉴 욬 애브뉴에 또 묶였다.차들이 꼼짝을 않는 것이다.이번에는 서 있는 곳이 어중간해서 유-턴해서 은행으로 돌아가지도 못 한다.코 앞에 있는 신호등은 저 혼자서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로 바뀐다. 그리고 또 파란불. 그러나 차들은 움직일 줄을 모른다. 사거리는 주차장이 되어버렸다.눈은 가늘어졌다가 굵어졌다가 하면서 줄기차게 내린다.   입춘이 엊그젠데.숙희는 무료하게 차 래디오의 시계를 봤다. 벌써 세시야.그 날 숙희는 속이 안 좋아서 점심을 건너뛰었다.그녀는 이제 슬슬 배가 고파져온다. 그런데 길은 뚫릴 줄을 모른다.   눈 뿐만 아니라 비만 와도 이 뉴 욬 에브뉴는 불통이다. 그 이유는 이 길이 꼬불꼬불거리며 가다가 메인 도로를 만나는데, 거기에는 신호등이 없고 살펴가라는 표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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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는 커피 한잔이라도 교양있게 음미하는 스타일이다.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고.그녀가 찾아서 챙긴 찻잔 받침에다 거의 소리 안 나게 놓았다 들었다 한다든지.커피를 마실 때 호로록 소리도 안 나게.그것도 블랰으로. 그리고 잔을 코 앞에서 살살 돌리기도 한다. 아로마 향을 음미하듯.운진은 평소 후딱후딱 마시던 습관을 억제했다.그도 진희를 흉내내어 천천히 음미하는 척.맞어! 어쩌다 몸이 헤프다는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알아주는 음대를 나왔잖아.게다가 못 치는 음악이 없고.소위 개방된 여인인가.그렇지만 아냐 하고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이젠 내 사촌동생하고 연관이 생긴 여잔데...   진희가 창 쪽을 자세히 보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운진은 왜 그러나 하고 그도 창 쪽을 봤다.그녀가 집 앞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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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 일기예보마다 눈에 대해서 경고한다.운진은 오늘도 학교에 다녀왔다. 이제 그는 어싸인먼트도 줄어들었다. 그에게 주어지는 홈워크는 주로 리뷰이다. 왜.이제부터는 그가 뭘 하든 졸업에 도움 되거나 지장 주지 않기 때문에.그는 화원 앞에 추렄을 대고는 내리지 않았다.그는 그냥 추렄 안에 타고 눈 앞의 건물을 마치 남의 것을 보는 양.그러다가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엔진의 발동을 껐다.그는 가방을 내릴까 하고 옆좌석을 내려다봤다. 가방 안에는 그 동안 학교에 제출했던 페이퍼 워크들이 잔뜩 들어있다. 안에 들어가 봐야 심심할 것이다.그나마 구박 받으면서도 놀러오던 사촌동생 병선이는 이삼일 전 플로리다에 칸도 외부공사 하청을 누가 도와달란다고 해서 내려갔다.   성 수업 들어갈 필요 없는데 꽃 필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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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는 텔러들이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는 쿨하다' 라고 칭찬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녀는 통 크게 관대하다.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최대한의 아량을 베푼다.그리고 직원들의 웬만한 과실이 은행 업무에 큰 지장없고 은행 명성에 먹칠하는 것이 아니면 그녀의 선에서 처리되는 것을 하워드도 뭐라 하지않는다.   한번은 텔러가 수키를 손짓으로 불렀다.용건은 손님 하나가 체크를 캐쉬하려는데 수표에 끄적거린 서명과 보관철의 것이 다르다는 것.그 손님 사내가 최근 운전면허증을 재교부하며 핑게 김에 서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No problem!" 수키는 서명변경 용지를 찾아냈다.그 사내가 새 서명을 하고 은행은 보관철의 것을 버렸다. 그리고 그는 수표를 현찰로 바꿀 수 있었다.그녀는 그런 식으로 시원시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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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 오늘도 집으로 찾아온 남자를 문전박대한다.한번 잘못된 판단에 속은 것으로 족하다고.   "계속 이렇게 찾아와서 날 괴롭혀. 영호 오면 혼내주라 할 테니까!"   "영호는 내 편일 걸?"   사내가 약을 올린다. "그리고, 지까짓게 누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나? 콩가루 집안?"그런데 이 집의 어르신 최 장로는 큰기침만 할 뿐 모른 척 하는 기색이다.이 집의 작은딸 영아는 언니와 남자의 말 실랑이를 빤히 구경한다.   "나 새 남자 생겼어. 그러니 이제 그만 와서 치근대."   "어떤 눈 먼 놈이 애 딸린 여자를?"   "무슨 상관이야!"   "또 거짓말했겠지. 애 엄마 아닌 것 처럼."   "다 봤어."   "뭐?"   "내가 애 데리고 교회 나가서 다 보고 안다고!"   "흥!"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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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사귀다가 결혼한다고 헤어진 지 몇달도 안 되어 이혼했다고 분노에 고민.다른 하나는 사귀려다가 생이별을 하고는 지레 낙담.진희에게서 운진에게 연락이 왔다.   삼일 연달아 영진네 집 앞을 지나가 봤는데...   "걔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죠? 땅에 얼음 흔적이 있는데 바퀴 자국이 없어요."   "그럼, 학교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냥, 뭐..."   "혹시, 한국 전화번호 베껴 놓은 거 있어요?"   "없어요. 하지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애요."   "그래요..."그래서 운진은 또 술을 푼다.   참 잊을 만 하면 누가 귀띔을 해줘서 고맙게도 또 생각나게 해준다.운진은 제 무릎을 쳤다. 앤서링을!그래서 그는 화원 전화기를 앤서링이 달린 것으로 바꿨다.   이제 운진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한..

14-1x131 이듬해 그들의 봄

이듬해 그들의 봄   사람들은 해가 바뀔 때면 새해에는 하고 결심들을 한다.운진은 지나가다 들렀다는 병선이가 자청해서 도와준다고 한 바람에 화원의 살림집을 싸그리 뒤집어 엎고 새로 싹 꾸미기로 했다. 비록 남자 혼자 살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데처럼 꾸미려는 것이다.못 쓰는 물건들이 둘의 추렄에 실려 카운티 운영 쓰레기장으로 연신 날라졌다.운진은 학교만 다녀오면 밤늦게까지 사촌동생을 되려 도왔다.둘은 카펫을 들어내다가 무얼 발견했다. 운진이 늘 앉는 낡은 소파 밑에서였다.   "이거 목걸인데, 성?" 병선이가 아주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을 집어 올렸다.운진은 너 가져라 하려다가 혹 모를 일이다 하는 예감에 달래서 주머니에 넣었다.아무래도 목수일에 능통한 병선이가 봄에 재오픈할 가게도 이리저리 하자고 건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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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은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본당을 가득 메운 교인들이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그 중에는 우는 사람들도 있다.지휘자 선생이 몇번이나 인사를 했는지 모른다. 그가 결국에는 운진을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입으로 에이그 하며.쏘프라노 영란의 맑은 음성과 바리톤 음성을 가진 운진의 힘찬 베이스가 특히 어울어져서 불려진 합창은 가히 감동적이었던 것이다.운진은 진희에게 박수를 보냈다.진희는 개인 생활이야 어떻든 훌륭한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녀가 처음에는 입술을 삐죽이며 운진을 흘겨보더니 나중에는 웃었다. 그녀는 그녀가 술 취한 그에게 한 짓을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것 같아 차라리 마음이 놓인다.박수가 차차 잦아들고.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눈은 안 오고 몹시 추웠다.   운진은 옛매형과 장시간의 통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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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누이에게 꿀밤을 맞아가며 이끌려서 성가대 연습에 나왔다.지휘자 선생이 화가 몹시 난 모양이었다.딱딱딱딱!그가 악보대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렸다. "오늘은 베이스부터!"진희가 운진의 눈치를 보며 베이스 파트의 첫음을 건반에 두드렸다.운진은 술김에 반 박자 정도 늦게 발성이 나갔다.   "어이! 똑바로 좀 해! 엉?" 지휘자 선생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찌익!운진의 손에 들려진 악보가 찢어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는 대열을 벗어났다.   "뭐야, 저거!"   "미스타 오!" 지휘자 선생과 진희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운진이 연습실을 나서는데, 진희와 영란이 거의 동시에 따라 나갔다.그러나 운진은 계단을 단숨에 날아 내려갔다.두 여인은 계단 끝에 서서 그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빈 자리를 내려다 봤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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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모는 아들에게 단번에 노 했다.   "엄마는 왜 내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노 부터 해."   "애들을 니가 왜 맡아."   "현재 정식 이혼한 상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 사람이 각자 다른..."   "그래서 내가 밖에 챙피해서 얼굴을 못 들잖니."   "그런 건 중요치 않아요, 엄마."   "그럼, 뭐가 중요한데, 너는."   "애들."   "애들이, 뭐."   "애들 저러다 우울증 걸리거나 자폐증처럼 될지 모르겠는데?"   "니가 닥터니?"   "애들이 나랑도 눈을 안 마주쳐."   "저, 저 인간이 애들 안 원한다고 해서 니 누나가 보낸 거잖니."   "그러면 버지니아에서 누이더러 양육비 달래잖아."   "뭐라구?"   "좀 전에 통화했는데..."   "너는 왜 일을 벌리니."   "엄마 딱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