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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물론이고 심지어 운서를 봐도 싫어하고 으르렁거리는 개가 숙희를 보고는 꼬리를 친다.숙희는 큰 개라서 겁이 더럭 났지만 그래도 꼬리를 치는데 조금 안심하고 손을 내밀었다.개가 그녀의 손을 냄새맡고는 꼬리를 좀 더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사람머리 보다 더 단단한 것 같은 개의 대가리가 숙희의 손에 와 닿는다. 개가 스스로 대가리를 그녀의 손에다 갖다 댄 것이다.숙희는 아주 맨질맨질한 개의 대가리를 쓰다듬었다.개가 숙희를 올려다 보며 꼬리를 계속 친다.숙희는 그러다 개한테 물리기라도 할까 봐 경계하며 손으로 계속 쓰다듬었다.   "허, 그 놈, 희한하네."   운진은 누가 안 봐주나 하고 돌아다봤다. "나 빼고는 다 싫어하는데."숙희는 그제서야 손을 거두었다. "혹시, 그 때, 공원에서 절 봤다고 기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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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서의 권유로 이번에는 안채로 들어갔다.   "저기 소파에 앉아서 쉬어요."   "그냥 지나가다 들른 건데. 바쁘신데 죄송해요."   "뭘... 미쓰 한은, 아직도 그 아파트에?"   "아뇨. 얼마 전에 리스 캔슬하고 다시 아빠 집으로..."   "잘 됐지, 뭐. 돈 세이브 하고."   "그러니까요."   "일은 아직도, 그, 은행 일?"   "최근에 다른 데로 옮겼어요."   "오오..."   "디 씨로 다닐 때는 보수가 좋았는데,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어요. 눈만 오면 하루 종일..."눈 얘기 하다가 숙희는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미스타 오한테, 그 때, 실례했는데.   "작년 겨울은 또, 유난히 눈이 자주 왔어."   "그러니까요. 어떤 때는 하루 종일 차 안에 갇혀 있었어요." 그리고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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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뒷뜰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앞에 물 준 거냐?"   "오, 왔어요?" 박이 어디서 나타나서는 진희를 반기는 척 했다.진희의 안색에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이 번졌다. 미쓰 한이 화원에 나타난 것이 꽃 때문이 아니라는 의심에서이다. 영진이 잘 하면 국제미아 되겠다...   "참! 영진이 연락 왔어요, 혹시?"진희가 그렇게 물었는데, 운진은 대꾸도 없이 안으로 더 들어갔다.운서가 진희를 찬찬히 봤다. "영진이?"   "제 친구요."   "지니 친구 영진인가가 내 동생한테 연락을 해?"   "둘이 사귀니까요."   "언제부터?"   "오래 됐죠. 둘이... 키쓰까지 하는 사이."그런데 운진이 안에서 나타나서는 진희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또, 또! 또! 하여튼 되게 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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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운서는 안 가겠다는 남동생을 떠다밀어서 쫓아야 했다.다음날이 졸업식이라 졸업생들은 하루 전에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운진이 바쁘다고 안 간다는 것을 등을 때려서 보내는 것이다.   "그냥 영어귀를 트이려고 다닌 거, 졸업은 필요없어요."   "그래도 가!" 운서는 남동생의 등짝을 때렸다. 박사 누나지만 그래도 동생이 대견한 것이다.비록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이지만 일하면서 졸업하는 동생이 자랑스러운 것이다.박이 호스물을 운진의 발치에다 뿌렸다.운진이 대충 하고 금방 돌아온다 하고 떠난 뒤 진희가 화원으로 놀러왔다. 그녀는 화원에서 새로 일하기 시작한 박을 보러 온 것인데, 운서에게 붙들려서 일을 도와주게 생겼다.   오후 두시쯤.사람들이 조금 뜸해져서 운서랑 진희랑 박은 한숨 돌리는데.하늘색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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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약혼자가 이미 있다는 것에 스스로를 최면 건다.누가 물으면 그의 나이도 말하고 어떻게 지냈었나도 말한다. 물론 그 창조의 대상은 미스타 오란 남자이다. 그의 나이를 대충 짐작해서 말했고, 그가 한때 벤더했었던 기억을 확대해서 비지네스 맨으로 꾸몄다. 그러다 보니 차차 그녀는 정말 든든한 남자 하나를 기다리는 여인이 되어가는 착각...늘 속으로 대화하고 정말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리라고 시나리오를 쓰고 고친다.그러다가 아주 가끔 자신을 나무란다.상상만 하면 뭐 하니 부딪쳐 볼 생각도 안 하면서 하고.그러면 변명한다. 용기가 안 난다고.감히 찾아갔다가 무안만 당하면 어쩌나 하고.    숙희는 최대한 용기를 내어 그 샤핑 센터로 갔다.우선 양품점에 살짝 들어가서 둘러보니 아는 그 여자가 안 보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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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이 부친에게 붙들려서 말 몇마디 나누다가 나중에 쫓아간 그 어느 방은 그 오운서란 여인과 사촌동생이란 사내가 이미 가 버린 후였다.   에잇! 영란은 부질없지만 울화가 치밀었다. 절호의 기회였는데!그녀는 부친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했다. 앞으론 성가대에 안 나간다고.   "아니, 왜?"   "왜 없어요! 그냥요... 재미도 없고."영란은 홱 토라져서 집으로 먼저 갔다.   이튿날도 숙희는 출근길에서 찻길들을 살펴봤다. 혹시나 그 추렄이 또 지나가나 해서.나 이러다 혼자 재미붙이겠네.   숙희는 운전하면서 혼자 흐뭇하다. 누군가를 알고 싶어하고 그 누군가를 혹 만날까 하고 기대한다는 자체가 나한테는 큰 발전이니까. 발전한다는 것은 살고 싶어한다는 것이지.그런데 그 미스타 오도 날 궁금해 하지않나? 그녀는..

16-1x151 우연한 재회들

우연한 재회들   숙희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갈림길을 유심히 봐두었다. 그 다음에 만나는 그 사거리를 일부러 천천히 지나면서 어디로 어떻게 통하나 살펴봤다.그러면서 혹 그 추렄을 다시 볼까...   '퇴근할 때 저리로 들어가 볼까?'그녀는 이제 머리를 흔들어서 생각을 떨구려 하지않는다. 추렄이 있는 김에 남의 짐을 실어다 줘도 황송한데, 침대를 실어와서 정리까지 해 주는 경우는 아무래도 드물지.혹시 나한테 관심 있어서 친절한 거 아닐까? 비록 여자가 있는 것 같지만, 혹 누가 알어.   숙희는 하루 종일 근무하면서 혼자 성을 쌓고 허물고 한다.그 미스타 오란 사내는 말은 잘 안 하는데, 언뜻 보기에 누나한테 잘 하는 것 같았다. 그 뜻은 여자를 잘 대할 줄 안다는 것 아닌가.   아이. 그 때 성가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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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부모네가 얼마 전부터 나가기 시작한다는 교회를 일단 따라가 보기로 했다.일요일 아침 일찍. 그리고 그녀는 입구에서부터 실망했다.우선 그 곳에는 그녀가 일단 만났으면 하는 그 언니가 없다.   다른 교회지, 참...숙희는 여러 여인들의 반김에 응수만 하고 얼른 나왔다. 어떻게 알아내지?그녀는 집에 먼저 돌아와서 분풀이를 운동으로 풀었다. 뒷마당에 나가서 아직 기억하고있는 태권도 동작을 근 한 시간에 걸쳐서 휘두른 후, 땀으로 목욕한 몸을 찬물에 샤워했다.남자를 절대로 똑바로 안 보겠다 한 나를 이렇게 휘둘러 놓는 걸로 봐서 틀림없이 꾼이야.그런데 어쩌면 좋지? 내가 봐도 내가 마구 흔들리고 있으니?그녀는 식구들이 돌아옴 직한 시간에 나가자고 움직였다. 아파트에서는 만나기 힘들 것 같고.   정작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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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선은 옛애인이 영진이 어머니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었을 때 사촌형만 봤다.운진은 그 둘을 세워놓고 지나갔다.   "영진이네... 한국에서 돈 해 먹고 왔는데..."   "오옹..." 병선은 사촌형의 뒷모습을 봤다.   "여기 쫓아온 사람 만나 갖고... 돈 떼먹은 거, 영진이, 한국에 어떤 남자랑 결혼해 주는 조건으로."   "아앙?"   "미국에 들어오게 해 주는 조건이라던가?"운진은 듣기 싫다고 사촌동생과 여자를 쫓아보냈다.   운진은 이틀 정도 지나서 영진모에 대해 화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는 궁금해지기 시작하며 동시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어디로 증발한 거야?운진은 아닌 말로 한 군데가 의심스럽지만 일단 잠자코 있어 보기로 한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오빠란 이도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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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영진모에게 최대한 쌀쌀맞게 군다. 아주 건방지고 거만하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걱정이 쌓이기 시작하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영진이가 한국 할머니네 집에 나가 있었는데, 며칠 전에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우리 영진이가 여기는 틀링없이 연락을 했을 거야, 그치?" 영진모가 벌써 얼마째 운진에게 얼토당토 되지도 않는 질문을 자꾸 하는 것이다.운진은 영진을 다시 만날 경우를 생각해서 잘 대해주고 싶지만, 소금에 맞은 것만 생각하면 건물 옆에 산같이 쌓여있는 거름흙을 한삽 퍼서 뿌려주고 싶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왜. 내가 못 올 덴가?"   "누가 가르쳐 드리던가요?"   "누가 가르쳐 줬으면!"   "필요에 따라선 연락하지 마라. 그러다가 필요하면 연락하는, 그런, 이기주의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