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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화하면 받으라 한 영진이 화원으로 먼저 찾아왔다.그녀는 아무도 없는 화원 앞에서 기다렸다.이제 낼모레면 추수감사절. 이리저리 부는 바람에 차 안에서 보더라도 춥게 느껴진다.화원 앞 마당은 낙엽과 비닐 봉지 같은 것들이 마구 날아다닌다.지나가는 바람이 어지러운 것을 가져가면, 또 다른 바람이 어디서 또 몰아온다.영진은 차 안에서 가요를 듣고 있다.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   "왔다!"영진은 차의 발동을 껐다. 학교가 우리 보다 더 늦게 끝나나?운진의 짙은 고동색 추렄이 화원 앞 마당으로 들어와서 문 바로 앞까지 갔다.영진은 차에서 얼른 내렸다.바람이 이리저리 불며 영진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었다.   '운진씨!'   영진은 연습을 많이 한 그 호칭을 입에 올렸다. 그런데 소리가 안 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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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진이가 다시 예전의 영진이로 변해가는 것을 봅니다. 아버지. 어머니."   수영이 부모 앞에 다소곳이 서서 말하고 있다. "아버님이 뭘 보셨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버님 안목에 뭐가 못 마땅하시면 그렇겠지요. 보지 못 하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진이가 옛날처럼 다시 남과 말하고 소리내어 웃기도 한다는 겁니다."모친이 영진의 방쪽을 본다.   "저는 그 친구를 자주는 못 봤습니다. 영진이가 혼자 나가기 뭐하면 저를 데리고 나갔는데, 보면 볼수록 속이 꽉 찬 남잡니다. 나이 터울은 저랑 비슷한 듯... 한데. 벌써 자기 앞가림 다 해 놨고. 화원이 딸린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영의 말하는 얼굴에 스스로 감동의 빛이 서린다. "부모의 보는 눈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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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프라젴트 안 도와주셔도 들어오세요."   영진은 막무가내였다. 그녀는 운진의 셔츠 깃이 늘어나든말든 마구 잡아당겼다. "아니면, 절 데려가세요."운진은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영진이 아예 운진을 얼싸안듯이 하고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그들의 모친은 아들에게 가로막혀서는 이이 소리만 냈다.   "어머니! 영진이 또 죽일 작정이세요?" 수영이 고함을 질렀다.운진은 집 안에 들어서서야 영진더러 옷을 놓으라고 했다.영진이 손은 떼지만 다시 잡을 기세이다.운진은 웃음이 나왔다. "이거 새옷인데에."   "미안해요. 안 망가졌어요. 그리구 새 거 사드릴께요."   영진이 운진의 옷깃을 매만졌다. "쫌 늘어났는데, 빨면 줄어들어요."운진은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 집 어르신을 봤다. 멀리서 보더라도 턱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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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영진의 강요에 의해 그녀의 집으로 가야 했다.   "아빠. 이번에 제 프라젴트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영진이 그렇게 소개했다.그녀 딴에는 이번에는 그렇게 소개하면 무난하게 넘어갈 줄 알았다.사실 그것이 그녀의 부모에게 잘못된 어프로치였다.   먼저 운진의 등장에 그녀의 부친이 재수없다고 소금을 뿌리라고 했는데. 수영이 제지하고 정정하려 했을 때는 때가 조금 늦었다.   "어디서 청소차 타는 주제에!"   그녀의 모친의 말이었다. "언감생심! 어디서 감히!"그리고 운진의 얼굴로 머리로 정말 소금이 날아왔다.수영이 앉았던 자리에서 날아갈 것 처럼 솟구쳐 올랐고.영진은 너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운진은 입에 들어간 소금을 퉤 하고 내뱉았다. 그리고 그는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후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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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죽은 여인은 가족 친지도 나타나지않아서 은행이 주동되어 장례를 치췄다.그리고 하워드에 의해 수키가 그 여인의 자리에 승진되었다.수키는 두번째 키-퍼슨의 반발을 우려해서 사양했는데, 그 여인도 수키의 근면성과 성실성에 동의했고, 주주총회에서 결정한 것에 승복한다고 했다.이제 수키는 라비의 업무에서는 최고자가 된 것이다.봉급도 시간당 얼마에서 갑자기 연봉제로 바뀌었다. 연봉 3만 6천불.그녀는 원하면 집도 살 수 있다.그녀는 그 기쁜 소식을 전할 데가 없다.그녀는 그 좋은 소식을 전할 데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은행직원들이 그녀의 등 뒤에서 뭐라고 수근거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운진은 수학은 늘 A plus를 받는다. 수학은 늘 만점인 것이다. 심지어 수학선생이 싫어할 정도로.영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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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나 아부지가 지금도 큰이모 말이래문 꺼뻑 죽는 것도 인간이 은혜 입은 것을 잊으면 짐승만도 못하다고. 울 아버지 사람 때려 사고치고 도망 다녔을 때 큰이모가 울 엄마랑 나 데려다가 성네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나중에 울 아버지 돌아와서 자수하니까, 이모부가 돈 써서 빼내주고.이모부가 울 아버지 술 사주면서... 이제, 대갈통 깨져가며 그만큼 놀았으면 집식구들 먹여살리는 일에 대가리 터지게 덤벼보라구. 이모부가 정비에 정자도 모르는 울 아버지 데려다가 몽키 스빠나로 두들겨 패가며 가르쳐서... 울 아버지 국내 최고의 정비사에다가 미국도 취업 이민으로 와서는 엄마랑 시민권 따자마자 제일 먼저 큰이모 들어오시라고...큰이모가 조금만 아프셔도 울 엄마 울 아부지 그저 오래오래 사시라고 절절...이제 아..

9-1x081 미국에 오니 죄다들

미국에 오니 죄다들 왕년에 한국에서 어떠어떠 했는데    11월 들어 거리는 곧 다가올 추수감사절과 홀리데이 분위기로 벌써 흥청거린다.운진은 사촌으로부터 숙원이던 추렄 수리를 받았다. 대형 추렄 렌트 컴퍼니에서 정비공으로 일하는 그 사촌이 마침 잘못 배달된 머플러 시스템 일체를 그의 상사로부터 실비에 넘겨 받은 것이다.그가 한 일이라고는 약간 안 맞는 각도를 일터에서 불에 달구어 좀 더 구부러지게 한 것뿐.둘이 토요일 하루 종일 추렄 밑에 들어가서 갈아 끼웠다.   "시동 걸어보슈." 사촌이 추렄 밑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운진은 클러치를 밟고 추렄의 엔진을 시동 걸었다.부릉!그 소리가 다였다. 평상시처럼 우다다다 하는 소리가 안 났다.   "함마치!" 운진은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   "이백불만 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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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의 기지와 길 눈썰미로 영진은 학교로 가서 그 날의 어싸인먼트를 베껴왔다. 아파서 꼼짝 못했는데 친구가 대신 운전을 해줘서 가질러 왔다고.   "저 원래 거짓말 같은 거 못해요. 미스타 오가 책임지세요." 영진이 귀여운 앙탈을 부렸다.   "아, 평생을 책임지면 될 거라고, 내가 벌써 몇번째 말하니."   "오빠! 내려!"   영진이 시트를 때렸다.그녀의 얼굴이 쌔빨개졌다. "누가, 무슨 책임!"   "아니. 여자가 남자더러 평생 책임지라 할 때는 한 뜻 밖에 없어."   "모." 영진이 사뭇 긴장한다.   "아유, 요게 순진한 척은!"   "오빠!"   영진이 운진을 흘끔 봤다. "우린 깨끗해. 오빠가 걱정 안 해도."   "그걸 누가 믿냐."   "오빠!"   영진이 시트에다 몸을 부빈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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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피에이 삼 점 영 못 넘으면 미스타 오가 책임지세요."   영진이 아주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오늘 아주 중요한 과목이 들었는데, 학교 못 갔잖아요."그 말을 뒷좌석에 앉은 수영이 받았다. "아예 평생을 책임지지?"   "오빠!"   영진이 뒤에다 주먹을 들어보였다. "남자들은 그저, 응큼하게!"운진은 버지니아로 통하는 벨트웨이를 영진의 비엠더블유 차로 운전한다. "여기 이 점 영 못 넘을까 봐 불안해 하는 사람 놔두고 삼 점 영 걱정을 합니까?"   "미스타 오는 이 점 영 넘기세요. 저는 삼 점 영 넘어야 분이 풀려요."   영진이 운진을 쥐어 박는 시늉을 했다. "암만 해도 만점짜리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 같애."   "허이구... 남 속 타는 말씀 하시네."운진의 그 말에 영진이 시트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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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하룻 새에 파크웨이의 정경이 확 달라졌음을 느꼈다.우선 나무들이 그 아름다운 옷들을 거의 다 벗었다.그리고 아스팔트는 젖은 잎들로 덮혔다.   이제 곧 겨울이 오겠지.   혼자 지낼 겨울이 어떨까.숙희는 앞에서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혼다차의 브레이크를 살며시 밟았다. 사고났나?   운진은 이 날 수업이 안 들어있다.그래서 그는 아주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다.그는 아파트에 가서 우편물도 보고 아침도 겸사겸사 먹기로 하고 화원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눈에 익은 외제 차가 앞에 와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미스 킴?그 차에서는 수영이 내렸다. "여기 계신 걸 모르구."   "오, 김형! 웬일이요. 오랫만이네?"   운진은 수영에게 악수부터 청했다. "내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아시구?"   "아파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