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화하면 받으라 한 영진이 화원으로 먼저 찾아왔다.그녀는 아무도 없는 화원 앞에서 기다렸다.이제 낼모레면 추수감사절. 이리저리 부는 바람에 차 안에서 보더라도 춥게 느껴진다.화원 앞 마당은 낙엽과 비닐 봉지 같은 것들이 마구 날아다닌다.지나가는 바람이 어지러운 것을 가져가면, 또 다른 바람이 어디서 또 몰아온다.영진은 차 안에서 가요를 듣고 있다.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 "왔다!"영진은 차의 발동을 껐다. 학교가 우리 보다 더 늦게 끝나나?운진의 짙은 고동색 추렄이 화원 앞 마당으로 들어와서 문 바로 앞까지 갔다.영진은 차에서 얼른 내렸다.바람이 이리저리 불며 영진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었다. '운진씨!' 영진은 연습을 많이 한 그 호칭을 입에 올렸다. 그런데 소리가 안 나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