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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운전 면허증을 딴 이래 처음으로 길에 나와 본다.동생 영진이가 외제인 제 차의 사용 요령을 가르쳐 주고 또 가르쳐 주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거기 교회에 갔을 건데.   어쩌지.   그 교회를 내가 모르는데.그래서 수영은 우선 동생이 가르쳐준 대로 화원을 찾아갔다.화원은 물론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닫혔다.거기서부터 수영은 길을 잃었다.그래서 다 아는 길 같은 데로 착각하며 정처없이 다니다가 어디 우리 말로 씌여진 어떤 간판을 보고 너무 반가운 김에 들어가서 보니.무슨 장로 교회였다.그런데 그 곳은 그 날의 예배가 다 끝났는지 주차장은 잎사귀들만 바람에 날리고.수영은 차를 잘 세운 다음, 건물로 다가갔다.마침 문이 안에서부터 열리면서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나왔다.수영은 구부정한 몸을 숙여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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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는 머스탱에서 내리려다가 병선이 끌어당기는 바람에 쓰러졌다.   "나 가야 돼!"   진희가 다시 일어났다. "병선씨는 미스타 오가 형이래매, 왜 날 자꾸 만나재?"   "사춘형하고 끝났잖아."   "오늘은 내가 그냥... 그냥 쓸쓸해서 아무나 보고 싶은 생각에 와 본 건데. 솔직히 말하라면, 병선씨는 사촌형이라는 미스타 오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   "체!"   "미스타 오는 여태까지 내가 만나 본 세 남자 중, 최고야."   진희가 병선이 잡아 당긴 바람에 흐트러진 옷을 추수리고 차에서 내려섰다. "담부터는 나 보더라도 아는 척 하지 마. 오늘 만난 것도 말하지 마."병선도 따라 내렸다. "너 교회에다 일른다?"   "일러! 그 교회 반주자 새로 구해야지."   "어쭈?"   "누가 와!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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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찍 추워질 것 같구나. 그치, 운진아?"   화원하는 삼촌이 조카에게 하는 말이다. "어떻게 할까. 펜실배니아를 한번 더 다녀오니, 그냥 이대로 올해 국화 장사는 마니."   "대신, 저기, 책에서 보니까,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포인세타라는 걸 찾던대요."   "아, 그, 빨갛고 하얀 거..."   "녜. 그걸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럴까... 그럼, 국화는 그만 사오라니?"   "국화 여기 남은 거에다가, 한번만 더 들여다가 섞어서 그냥 반값 세일하고... 제가 말씀드린 그거 판다고 미리 써붙이죠."   "니가 스펠링 알면, 니가 써 붙여라."   "녜."그래서 운진이 화원 문 앞에다가 큼지막한 밬스를 펼쳐서 굵은 매짘 마커로 뭘 만들었다.   국화는 추수감사절 때까지만 취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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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일 하는 화원의 삼촌은 그의 모친보다 손위 오빠인데, 소위 헌금으로 된 집사이다.그러나 운진은 교회란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먹고 살기 바빠죽겠는데 모여서는 당파 싸움이나 하고 재미없다 하며. 어떤 집단 교인들이 우우 모여서 다른 데로 가면 여기 교회는 죽고 다른 교회가 부흥한다 하며.   "그나저나 너는 갑자기 웬 교회바람이냐?" 삼촌이 조카에게 물은 말이다.   "장가 좀 가려구요."   "오오! 그건 말 된다."   화 수 목요일 그렇게 영진은 화원으로 안 왔다.금 토요일 그렇게 영진은 디 씨 거리로도 안 왔다.그래서 운진은 그녀가 바쁘거나 어쩐 줄로 미뤘다.그렇다고 그는 피아노 반주자인 진희에게 눈길을 주기는 뭐하다. 그녀에게 물으면 영진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줄 텐데. 하지만 진희는 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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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이 사촌동생의 머스탱에서 내리는데, 누가 와서 툭 건드렸다.   "하우 두 유 두!" 그 그림자가 하는 말이었다.   어, 뭐야! 강도야?운진은 술에 취했지만 경계 자세를 취했다가 얼른 바로 했다. "어, 삼촌! 안녕하세요!"병선은 제 차 옆문으로 내리려다가 삼촌이라 도로 앉았다.   "너 술 먹고 남의 차는 왜 운전하냐?" 또 다른 남자 음성이 날아왔다.   "어, 아부지?"   "너 낼 학교 안 가?" 이번에는 모친의 음성이 날아왔다.   "어? 엄마? 왜 다들 밖에..."병선은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 병선이의 상반신이 구십도로 숙여졌다. "안녕하세요~"병선을 보는 삼촌의 안색이 딱 굳어졌다.   "저녁 내내 성가대장이란 이가 전화하셨다."    모친의 말이다. "아무 걱정 말고 다음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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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로교회는 늦게까지 불이 안 꺼지고 있다.늦게까지 당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목사께서 결국 책상을 내리쳤다.   "그 가족이 합치면 교회에 내는 헌금이 얼만지 아십니까? 내가 그런 가족을 그깟 애들 시비 벌어진 걸로 잃을 것 같습니까?"   목사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황장로님은 이번 기회에 그 사시는 근처 교회로 옮기시지요. 여기 먼 데까지 오시느라 주일마다 애 쓰지 마시고."장로들이 깜짝 놀랐다.   "이번에 애들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맙시다!"   아니, 당회장님!   그건 안됩니다!   장로님 말씀이 맞습니다. 교회 내에서 폭력은 절대 금물입니다.   "아니, 목사가 그러자는데 왜 이리 말들이 많아욧!"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아니!...   허!...   장로회가 똘똘 뭉쳐서 반..

6-1x051 그들의 가족

그들의 가족   운진은 모친으로부터 장로 한 분이 찾는다는 전화에 안 받겠다고 대답했다.그의 모친이 얘가 대낮부터 잠이 깊이 들었나 본데요 하고 끊었다.병선이 자꾸 사촌형의 눈치를 봤다.그의 부친이 귀가해서는 아들에게 이런 이런 하고 손가락질을 했다. "니 누나가 너 때문에 챙피해서 성가대 그만 둔댄다."   "왜. 무슨 일인데요." 그의 모친이 물었다.그의 부친이 아내를 흘낏 눈치를 봤다. "몰라."병선이 사촌형의 무릎을 슬쩍 건드렸다.운진은 눈만 돌려서 사촌동생을 봤다.병선이 손을 살짝 움직여서 한잔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나갑시다, 성...   돈 없어...운진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고 손을 내저었다. 안 해...   나가요, 성. 병선이 사정하는 표정을 지었다.둘은 소파에서 동시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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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하고 끝난 거 아니예요?"   영진의 얼굴이 분해서 빨갛다. "두 사람이 왜 또 만나요?"운진은 일순 뭐야 이거 했다. "오늘 만나자고 여기로 오라고 했대매요."   "저 기집애가 정말!"   "그래서 저는 일단 진희씨를 잘 대접하고 있던 중이죠. 일종의 아첨. 다리 좀 잘 놔달라고."   "아무리 그래도 진희 지가 나인 거 처럼 미스타 오하고 어떻게 술을..."   "맥주 갖고, 뭘요."   "집에선 미스타 오 얘기를 일체 못해요."   "그래요..." 운진은 속으로 영진은 옷벗겨 봤자겠다 여겼다.   "그래서 저도 안 해요. 오빠와만 말하고. 그걸 저게 약점으로 잡고."   "참! 미스타 김은, 오빠는 잘 지내요?"   "오빠도 미스타 오를 친했으면 해요."   "제 생각엔..."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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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하고 끝난 거 아니예요?"   영진의 얼굴이 분해서 빨갛다. "두 사람이 왜 또 만나요?"운진은 일순 뭐야 이거 했다. "오늘 만나자고 여기로 오라고 했대매요."   "저 기집애가 정말!"   "그래서 저는 일단 진희씨를 잘 대접하고 있던 중이죠. 일종의 아첨. 다리 좀 잘 놔달라고."   "아무리 그래도 진희 지가 나인 거 처럼 미스타 오하고 어떻게 술을..."   "맥주 갖고, 뭘요."   "집에선 미스타 오 얘기를 일체 못해요."   "그래요..." 운진은 속으로 영진은 옷벗겨 봤자겠다 여겼다.   "그래서 저도 안 해요. 오빠와만 말하고. 그걸 저게 약점으로 잡고."   "참! 미스타 김은, 오빠는 잘 지내요?"   "오빠도 미스타 오를 친했으면 해요."   "제 생각엔..."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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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따라, 물론 주말인 점도 있지만, 아니, 주말에 결승 리그를 향해 치닫는 야구나 이제 마악 그 해의 리그를 시작하는 미식 축구 경기는 기본이기 때문에.어느 올-유-캔-이트 부페는 보통 붐비지않았다.음식들은 나오자마자 동이 났다.사람들이 책임자를 부르고.음식을 갖다 놓는 스패니쉬들이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고.특히 휠체어에 의지하는 이가 음식을 가지기에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운진은 김이 무럭무럭 올라가는 주방의 그릴을 보다가 의자에 와서 앉았다. 같이 주문한 맥주는 벌써 나와서, 그것도 진희랑 거의 다 비웠는데, 정작 본 코스로 먹어야 할 음식들이 언제 나올 줄을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술매상 올리나, 제기!" 운진이 다 들리도록 투덜댔고.숙희는 한 테이블 건너 부친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