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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에 의해 성렬이 다시 들어왔다.   "미스타 황은 음량이 풍부해서 실제 마이크 없이도 본당을 울립니다."   운진은 지휘자 선생을 보고 말한다. "사실 저희들이 무슨 성악 훈련을 받은 출신들도 아니고, 주일날 하루 성가대에 참석한다고 껍쭉대지만, 돌아서면 함부로 목청을 올리고 그럽니다."사람들이 조용히 듣는다.   "게다가 가리지 않고 술 담배를 하다 보니... 일주일 후 돌아오면 또 엉망입니다."사람들이 킥킥킥 웃는다. 교회 나오면서 술 담배 한대 하며.   "제 생각인데요... 미스타 황을 올갠이나 피아노 가까이 서게 하면, 귀로 듣고 따라하..."   운진이 이제 생각난 게 있다는 듯 두 손을 딱 마주쳤다. "저번 때 특별 찬양에서."지휘자 선생이 고개를 끄떡였다. "오군이 음 하나를 첨가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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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렬이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다가 오운진이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들어서자 돌아섰다.운진의 뒤로 그 집 큰딸인 최영란이 들어섰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날아가 꽂혔다.마치 두 사람이 데크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추우니까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형국이다. 게다가 운진의 손에는 콜라캔이 쥐어져 있고, 영란의 손에는 종이접시 두개가 포개서 들려져 있다.누가 보더라도 둘이 데크에서 인스턴트 데이트를 한 것이 틀림없다.사람들은 성렬에게는 관심없고 수십개의 눈들이 운진과 영란의 움직임에 고정되었다.운진이 한쪽에 가서 아무렇게나 서니, 영란이 어서 그 캔을 비우고 달라는 손짓을 했다.그 다음 그들의 동작이 이랬다.그가 캔을 부지런히 비우니 그녀가 그것을 받아서는 부엌으로 갔다.보통 가까운 사이의 행동들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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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싸워서 말썽난 성렬과 병선 장본인들은 놔두고, 성렬과 운진을 불러다만 놓고, 최 장로는 그저 많이들 들라고 격려만 하고 다닌다.운진은 아마도 그 집 사모님 같은 분에게서 음식 담긴 접시 하나를 받고 여자애가 준 캔 콬을 들고 뒷문으로 나갔다. 뒷문은 바로 데크로 연결되었고, 한 군데의 피크닠 테이블에는 이미 두 여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두 여자가 운진을 보더니 뭐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체! 보아하니 진희와 친구거나 같은 수준인가 보군.운진은 접시를 난간 위에다 놓고 캔을 푸직 하고 땄다. 서늘한 바람이 한차례 지나갔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 바람이다.운진은 목구멍에서부터 놀라도록 찬 콜라를 한모금 넘겼다. 뒷뜰이 참 좋구나...뒷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나고.   "어디루 가셨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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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장로와 전 집사의 아웅다웅은 그칠 줄 모른다.교회에서도 서로 삿대질을 한다.아들들끼리는 또 한번 붙자고 으르렁거린다.교회에서는 연일 회의가 열리고 목사도 중재하다가 지쳤다.그럴 때 성가대장 최 장로가 소위 십자가를 메고 나섰다.황 장로와 전 집사를 부른 게 아니라 청년회를 소집하면서 성렬과 운진을 꼭 참석시키라고.   그래서 운진은 전화로 약도를 받은 최 장로의 집을 찾아갔다.그의 눈에 익은 성렬의 밴 추렄은 이미 와 있었다. 그 외 차들이 많이 와 있었다.운진은 병선의 머스탱이 없는 것을 알았다.집 주위는 이미 굽고 지지고 하는 냄새로 난리였다.어떤 열서너살 정도의 여아가 문을 열었다. "하이!"   "하이! 캔 아이 컴 인?"   "으흠?" 여아가 문을 활짝 열었다.   "땡 큐?"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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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임마, 맨날 똥폼만 재고 말야!"   운진이 병선에게 소리쳤다. "사내자식이 칼을 뽑았으면 하다 못해 무라도 짤라! 깨질 땐 깨지더라도."병선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섰다.영진은 좀 전처럼 비이커들을 하나씩 들여다 본다.그녀는 방금 후다닥하고 싸우는 것을 봤으면서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그녀는 그만큼 운진이란 남자에게 의지가 되고 믿음이 가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가 그녀의 집에서 어떻게 했을 때에도 놀라거나 울지 않고 그가 그대로 못 가도록 붙잡기만 했던 것이다. 그를 곁에 있게 하면 든든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진희와 잤을 것 같다는 의심 때문에 회의가 와도 참아내려고 한다.   "성 나가고 나서... 아버지랑 황장로랑."   "붙었냐?"   "목사님이 황네더러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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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운진은 영진과 교회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중화요리 하는 곳에 가서 음식 하나씩 먹은 후 영진이 앞장 서서 화원으로 돌아왔다.영진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테이블 위에 죽 늘어선 비이커들 앞으로 달려갔다. 열개 정도의 비이커는 무슨 실험을 하는 듯. 영진은 책상에 놓인 차트를 집어 들었다. "미스타 오."   "녜." 운진도 이것저것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 프라젴트 잘 나오게 하면요, 제가 선물할께요."   "선물보다는... 뽀뽀나."   "아잇!"   영진이 얼굴이 빨개지며 손에 쥔 펜을 치켜들었다. "남자들은 똑같애. 못 됐어."   "그럼, 뽀뽀 아니면 무슨 선물요."   "울 오빠랑 미스타 오랑 맨날 저 몰래 짜요?"   "짜긴 뭘 짜요. 남자들은 본성이 그런 것 밖에 생각 ..

10-1x091 최영란

최영란   "성가대하고 청년회는 아랫층 친교실에 모여주시기 바란다는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총무 직책을 맡은 어느 집사가 손에 잔뜩 쥔 메모를 넘기며 말한다. "예배에 늦게 오시는 성도님들은 카를 숄더(갓길)에다 세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일 거기다 세우면, 음, 음..."목사가 마이크에 입을 대었다. "영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리 집사님이 미국에 오래 사셔서 한국말을 많이 까먹으신 모양입니다."장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토잉. 토잉해 갑니다."성가대에 아직 앉아있는 대원 중 병선이 사촌형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미국에 하도 오래 사셔서 차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카 토잉 밖에 모르셔. 응."운진은 못 들은 척 하는데. 성렬이 앞에서 홱 돌아다봤다.병선이 성렬을 똑바로 마주 봤다.운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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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은 진희를 만날래야 만난 것은 아니었다.어디를 잠깐 들렀다가 피할래야 피할 수 없어서 말을 섞게 되었는데.영진은 진희가 병선에게서 조금씩 들었다는 운진에 대한 얘기를 좀 듣는 기회가 되었다.   원래 그 집안이 한국에서 버스를 여섯대 가졌던 부자래.   지금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댄다.   그걸 전혀 내색 안 하고 부모님은 청소차 타신대.영진의 귀에는 돈 얘기가 안 들어온다.   돈은 우리집도 좀 있어.    근데 운진씨가 그래서 가게도 샀다 팔고 화원도 하고 그러나.   울 아빠 엄마는 그 집 부모님이 청소차 탄다니까 깔보고...   "넌 좋겠다! 그런 돈 많은 집 남자하고 연애해서." 진희가 놀림 반 진담 반 같이 말했다.    "그러게 너나 잘 해보지 그랬니?"   "지금이라도 대쉬하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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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는 밖을 내다보고 병선이 떠난 것을 확인했다.운진은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미식 풋볼경기를 보고 있었다. "나랑 그만 끝내고 싶어?"   "아니." 진희는 문 앞에 여전히 선 채 대답했다.   "병선이랑 해 보게?"   "미스타 오가 영진이를 자꾸... 사귀려 하니까."   "그래서."   "그리고 영진인 내가 만나는 남자들마다 쫓아다니며 똑같은 말만 하니까."운진은 소파에서 움직였다. "와 앉아서 얘기 해애."진희는 그제서야 코트를 벗어서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내 사촌동생 병선이가... 미쓰 강 좋아하나 보지?"   "내가 미스타 오랑 자는 거 알면서도 그래."   "왜? 걔가 한번 달래?"   "..."   "아니면, 이미 잔 사이야?"   "아냐!"    진희가 크게 말하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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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병선에게서였고, 화원에 왔다가 차가 두 대인걸 보고는 나가서 공중전화로 한다며.그런데 병선은 진희를 머스탱에 태우고 있다고.운진은 수화기를 잡은 채 영진을 보고 있다.영진은 벽을 봤다가 바닥을 봤다가 한다.운진은 수화기를 귀에다 가져다 댔다. "병선아. 있지."   "오라 그러세요. 어차피 저도 손님이잖아요."   영진이 앉았던 자리에서 옮기는 체 했다. "제가 가버리면 더 안 좋을 거 같애요."   "병선아. 와라."운진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제가 피할 이유가... 없잖아요. 진희가 좀 얄밉지만, 어쩔 거예요. 이젠 미스타 오랑 내가 친한데, 지는 옛 이야기지. 흥!"   "그래요. 그리고, 진희씨는 트인 여자예요."   "진희씨라고 부르지 마시구요. 트인 여자니 뭐니 하지마세요. 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