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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은 본당으로 가서 오빠 곁에 앉혀졌다.그리고 지휘자 선생이 낭하를 부지런히 뛰어서 앞으로 갔다.   "에, 오늘은 성가대에서 특별 찬양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목사가 뒤로 물러섰다. "아주 좋은 특송이니까, 성도님들 많은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운진은 거의 기다시피 해서 자리로 돌아왔다.진희가 운진과 시선을 마주치려고 움직이다가 지휘자 선생의 눈총을 받았다.운진은 아무 일 아니라고 눈짓했다.띵띵띵~ 진희가 피아노 전주를 경쾌하기 두드리기 시작했다.   저 넓은 들에 무르익는 오곡을 보라!   (차~암 아름다워라!)   저 황금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보라!   (차~암 아름다워라!)찬송가 두 곡을 메들리로 묶은, 지휘자 선생의 아이디어와 솜씨이다.운진은 영진에게 잘 들리라고 크게 불렀다.진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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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성가대 자리에 앉으려다가 본당에서 쳐다보는 어느 시선과 마주쳤다.그 시선의 주인이 손을 조금 올려서 흔들었다.   김수영이 왔네?   오, 참! 미쓰 킴은!그러고 보니 반주자가 아직 안 들어왔다.   "야, 병선아. 만일 내가 늦더라도 니가 음 잘 잡아라."   "어, 성! 어디 가!"   "금방 올께?"운진은 자리를 벗어나서 연습실로 달려 올라갔다.영진은 그 때까지도 반주자실에 있고, 진희가 같이 있다가 운진을 흘겨봤다.   얼른 가요. 곧 시작하는데...운진은 입술로만 진희에게 말했다. 난 봐서 갈께요...진희가 영진을 한번 더 어루만져주고 나갔다.운진은 영진과 마주 앉았다. "어디 아파요?"영진이 훌쩍거렸다.   "많이 아프신가 보네에..."   "집에서..."   "미쓰 킴 집에서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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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수영으로부터 동생이 부모로부터 이유없이 또 금족령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깊이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하고 말았다.수영도 구태여 부가적인 말을 하지않았다.   그리고 모두에게 가을이 깊어갔는데.운진의 영진에 대한 생각은 생각으로만 끝났다.그것은 비단 그의 성격이 냉정함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냉정함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는 그녀에게 하드 타임(hard time)을 주게 된 것이 못내 미안해서였다.   우리가 결혼할 것도 아니지만, 뭔가 그 쪽 어르신들에게 못 마땅한가 보지...그렇다고 그는 새로운 여자를 찾아서 데이트 할까 하고 찾는 것도 아니었다.운진은 비지네스 판 돈을 일년 안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세금 문다는 말을 병선으로부터 듣고는 화원하는 삼촌을 찾아갔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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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록 있는 돈 까먹더라도 돈 버는 이가 숙희 뿐이므로 온 식구가 태도를 바꾸었다.그럴 시간 없다는데도 아침상이 차려졌다.숙희는 어차피 냄새 나서 아침을 못 먹으니 걱정마시라고 사정했다.게다가 공희는 모친에게 바른대로 대라는 닥달을 받고, 돈을 지속적으로 훔쳤던 것을 고백하고, 성한 다리가 절도록 맞았다.그래도 한씨는 모른 척 했다. 여태 해 온 짓 때문에 작은 딸의 입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작은딸이 돈통에 손을 댔어도 말을 못했던 것이다.   9월이 후딱 지나갔다.그리고 시월도 중순이 되었다.운진은 새로 싹 꾸민 가게를 열고는 딱 하루만 장사하고 팔았다.그럴 속셈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양품점 주인이 진희의 침이 튀기도록 자랑 겸 칭찬하는 미스타 오란 자에 대해서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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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학교에서 한씨가 했던 가겟자리로 곧장 온다.그러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영과 영진과 그리고 따로 와 있는 운진의 부친이 내린다.그 넷은 꼭 저녁 여덟시까지 가게 정리일을 같이 한다.여덟시에는 진희가 운진의 돈으로 먹을 모이를 물어다 준다.때로는 차이니스 푸드를.때로는 맼다널즈 푸드를.때로는 다른 데 것을.그러다가 한번은 진희가 한참 걸려서 우리 음식을 사 왔다. 그 때 병선이 같이 왔다.   일 끝나고 혼자서 밥 먹고 있는데 진희씨가 음식점으로 캐리아웃 하러 왔더라구 하면서.   그 날의 것은 병선이가 다 냈다고.   "진짜 의리없는 남자야. 돈 낸 걸 다 까발리는."   진희가 돈을 운진에게 주었다. "뭐, 어차피 내가 가질 건 아니었지만."   "우리 사춘형인데에."   "그만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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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밤 열두시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그 고동색 추렄이 붕붕거리며 집 앞 드라이브웨이로 후진했다.공희는 아빠의 밴 추렄에서 내려서는 절룩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한씨는 타고난 꾀쟁이라 아이고 죽겠다 하며 자기 짐이 남의 추렄에 실렸는데도 그 역시 절룩거리며 집 안으로 얼른 들어가는 것이었다.숙희는 저녁도 못 먹었고 탈진 상태이다.운진은 숙희의 간청에 도와주는 것이었다.가게 안에 있는 것들을 치울 방도가 없었는데. 숙희는 그 남자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탁했다...   초면에 정말 죄송한데요, 우리 짐 좀 같이 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고.   정말 예의가 아니고, 무리인 줄 알면서 염치없습니다.그런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따지고 보면, 초면은 아닙니다.   네? 그러다가 숙희는 기억을 해냈다. 아..

7-1x061 그런 상면들

그런 상면들   숙희는 계모에게 사정해서 개스비를 간신히 탔다.대신 점심은 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플래스팈 통에 담았다.어느 날 숙희는 은행을 퇴근하자마자 대체 가게가 어때서 닫는다는 말이 나오나 가서 보자 하고 북상하는 파크웨이를 탔다. 세상에는 신기한 일도 많다. 그 짙은 색의 그 추렄을 파크웨이에서 또 본 것이다.그리고 그 추렄은 숙희보다 앞질러 가더니 그 새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게다가 그 자가 가게 안에서 아버지랑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숙희는 가게를 들어서서는 아연실색했다.가게는 떠나간 집처럼 텅 비었고, 카운터가 있던 자리는 아무 것도 없이 말끔했다.   "아빠! 이게 무슨 일이예요?"   "으응. 동업자 돈 다 빼주느라고."   "네?"   숙희는 그 남자가 돌아다 보는 것이 싫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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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내놓는 주급의 금액을 보고 공희모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찢어진다.   "너 봉금 인상 받았니?"   "오버 타임을 많이 했어요."   "으응. 그래. 배고프지!"   공희모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숙희에게 사뭇 굽신거린다. "아이고, 우리 큰딸 이쁘다."돈 때문이다.   가게는 한씨가 돈이 필요해서 누굴 꼬셔서 동업식으로 끌어들였는데, 그 자가 속았다면서 돈 당장 안 빼주면 고소하거나 가게를 압수하겠다고 나왔다. 그리고 그 동업자가 매일의 매상을 몽땅 압수한다.그래서 숙희가 두 주마다 타오는 주급이 생활비로 몽땅 들어간다.이제 그 가게는 곧 문을 닫거나 급히 팔려야 한다.그 말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운진의 귀에 들어갔다. 아니. 진희가 영진에게 해 준 말이다. 그리고 영진이 진희에게서 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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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은 이튿날도 화원으로 왔다.이번에는 수영이 안 따라왔다.   "김형은요?"   "저 학교에서 바로 왔어요."    영진은 바쁘게 움직이는 운진의 뒤를 졸졸졸 따른다. "국화가 참 이뻐요. 종류도 많고."운진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도 쫓아다니는 영진이 행여 다칠쎄라 여기 조심 이것 조심 하며 연방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잘못하다가는 선반에 이마를 찧을 수도 있고, 바닥에 흥건한 물에 미끄러질 수도 있다.영진은 윈피스 자락을 펄럭이며 운진의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졸 따랐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돈 주고 꽃 사간다는 자체도 신기하다.영진은 한번 올라가 봤던 원두막이 궁금하다.   "인제는 황폐에에에... 한 벌판이네요?"   영진이 제법 말을 까분다. "여기 메릴랜드는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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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펜실배니아 농장 그림이 그려진 추렠터 추레일러가 화원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 국화 왔구나 하면서 추렄을 아무 데나 세웠다.그는 어쩐지 눈에 익은 외제 승용차가 손님들 세우는 자리에 있는 것을 보았다.   설마... 그냥 똑같은 차겠지.   딸이 밖에서 맥주 좀 마셨다고 금족령을 내렸다는데.운진은 그 차를 보지 않고 농장 추렄을 향했다. 물건부터 보고 받아야 하는데!그런데 그 외제 차의 운전석쪽 문이 열리면서 운진의 눈에 몹시 익은 하늘색 치마가 보였다.그는 얼른 달려가서 차 문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영진이 백을 쥐고 차에서 내렸다. "오랫만이예요."   "아, 녜에! 그 동안 잘 지냈어요?"   "아니요."   "잘 안 지냈어요?"   "섭섭했어요."   "아, 녜에!"운진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