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무식하게 보이도록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쪼매만해도 당신보다 컸겠다!' 맛은 없고 달기만한 와인은 끈끈한 느낌을 남기며 목을 타고 내려갔다. 포도색 물에 알콜을 탄 듯한 가짜 와인 같았다. 바가지 아닌가, 혹시...정 여사는 눈을 내리깔고 와인을 조금씩 음미하고 있었다. 그녀의 낮게 뜬 눈이 마치 웃는 듯했다. 아마도 와인을 물 마시듯 해치워 버린 그를 비웃는 모양이었다. 운진은 그걸 바랬다. 그녀가 운진을 얕보거나 무식하다고 무시해 주길 바랬다. 그는 무식하게 트림까지 했다. 이제 그녀는 민망해서라도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전혀 그런 기색을 안 하고 와인을 입술에 적셔 맛을 보며 글래스를 내려놓았다. “싱겁네요?”운진은 눈만 내리떠서 빈 글래스를 봤다. ‘와인이 싱겁다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