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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기승이 한풀 꺾인다 싶더니 말복 지나 기온이 확 바뀌었다.그리고 찾아온 일요일에 한씨네가 나가는 교회에서 공희의 결혼식이 열렸다.운진은 이발하고 정장으로 차려 입었다.숙희는 처음에는 안 간다고 고집 피우다가 그녀 역시 정장 차림에 나섰다.   "이백명 먹을 거 예산하고?"   그 교회 아랫층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숙희가 한 말이다. "백명분도 안 되겠네."숙희는 또 분노가 솟는다.그까짓 돈 몇푼 갖고 사람이 얼마나 치사해지는지 보면서.   "식만 보고 갑시다."운진은 일부러 맨 뒷자리 아무 데나 앉았다.숙희도 그 옆에 앉았다.신부의 가족이면 당연히 앞에 마련된 자리가 있을 텐데.두 사람은 마치 남인듯 상관않는 것이다.공희모의 얼굴이 자꾸 뒤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결국 한씨가 뒤로 찾아왔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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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이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 찍고 현상 시킨 사진들을 보고 있다.두 여인이 문 잠그고 어디를 가려는 장면.아예 불이 꺼진 사무실 전경.그리고 숙희는 그 두 지사의 실적 보고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맞네...'숙희는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개인 론 브로커들이 찾아가서 재융자를 받는 거네.그러니까 융자업무를 벌인 개인사업체들이 이글 파이넨셜의 언더라이터로 행세하는.   운진씨의 머리는 어디까지일까.   그냥 하는 말들 같은데, 거의 들어맞네.숙희는 결국 화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까, 이 사진 공개할 필요가 없네, 그치."   "어쨌거나 실적이 있으니까, 걔네들도 안 닫고 있으면서 처분하려고만 하죠."   "그럼... 누가 사든 사무실은..."   "클라이언트만 가져 가겠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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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서는 다섯살짜리 딸과 세살짜리 아들이 닭다리들을 열심히 뜯는 것을 보다가...   "엄마가 아무리 그러셔도 걔네들 둘, 안 떨어져요."   "그 년이 아주 찰거머리니?"   "숙희 걔 그런 애 아니구... 그리고, 둘이 이미 벌써 얼마째 동거하는데."   "그런 출신 년이니까 결혼도 안 하고 남자랑 동거하지!"   "숙희 걔 똑똑한 애예요."   "똑똑한 년이 그래?"   "둘이만 좋으면 됐지, 뭐."   "안 돼!"   "건드리지 말아요, 엄마. 그렇다고, 운진이가 꺼뻑 죽어서 엎으러진 것도 아냐. 그냥, 둘이 잘 지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 같이 보이고. 우선은 운진일 내가 잘 아니까."   "오씨 집안 대 끊을 짓 하지 말라 하고. 그리고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년하고 절대 안 돼!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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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의 계모 그러니까 공희모가 화원으로 찾아온 날, 운진이 한 행동은 이랬다.   "옛수! 그걸로 알아서들 하시요."   그가 공희모에게 봉투를 툭 던졌다. "어르신한테는 안부나 전해주시고."   "수, 숙희는 오, 오지?"   "모르죠. 나는 못 가지만, 동생 결혼식이니 갈지."   "하나 밖에 없는 동생 한번 하는 결혼인데, 와야지."   "흥! 그거야 살아봐야 아는 거."   "뭘 말인가?"   "한번일지, 십할, 몇번일지." 완전 깔아붕개는 그의 말투였다.공희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하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했다.딸이 어쩌다 그랬는지 몰라도, 아마도 어수룩하니 십년 더 먹은 자의 꾐에 넘어가서 몸을 이미 허락한 처지에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천상 데리고 계셔야겠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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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날 성가대에 최영란이 빠졌다.   그 날 둘이 잘 어울리는 척 하더니 잘 안 된 모양이군!운진은 앞에 앉은 성렬의 뒷통수를 쳐다봤다.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그 집에 놀러갔던 날 미리 선수를 쳤어야지, 임마!   그 날 최영란은 나한테 아예 노골적으로 나왔엄마!   엉덩이를 스치고 부딪치고 속가슴을 훤히 보여주고...운진은 숙희가 돌아다 보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들었나?이 날 영아도 안 나와서 진희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다들 무료하게 대기하는 동안 진희가 무슨 피아노 곡을 치기 시작했다.성가대 대장 최 장로가 허겁지겁 들이닥쳤다. "늦어서 미안, 여러분?"이 날 그 집에서는 최 장로 혼자 예배에 참석했다.성가대는 그런대로 잘 마쳐졌다.운진이 아랫층 친교실에서 청년회 멤버들과 모여서 담소하는데 숙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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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동생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거의 강제로 들어가 살라고 밀어부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대?"   "그래야 우리를 가만 놔둘 것 아니요."   "무슨 말이지?"   "따로들 살면, 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두 군데서 손 벌릴 것 아뇨?"   "왜?"   "공희씨야 당연히 일을 못 할 거고. 만일 결혼하고도 가게에 계속 나간다면, 그 때부터는 인건비를 따로 줘야 하는데. 가게가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두 집 살림 할 만 해요?"   "그, 그거야 그쪽 사정이지."   "따로 살아서. 그 미스터 차란 자가 혼자 일해서. 아파트 세 내고, 차 굴리고, 먹고 살고 하려면 한달에 적어도 3천불 이상은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이 드나..."   "숙희씨 혼자 살아봤잖아..

12-1x111 공희 결혼하다

공희 결혼하다   열살 차이.   운진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암만 다리 하나 불편하다고, 어떻게. 제기...'운진은 건너편 자리에 얌전히 앉아 밥을 떠 먹는 공희를 쳐다본다.그 옆에 무척 남루해 보이는 남자는 아까부터 숙희를 흘끔흘끔 훔쳐본다. 누가 보더라도 공희와 숙희의 현저한 차이 때문에 자매로 보기가 힘들다.그리고 운진은 화원 일이 주로 밖에서 하는 것이라서 피부가 많이 그을렸어도 기본 품위나 용모는 출중하기 때문에 남자들 또한 차이가 커 보인다.숙희는 운진이 대신 말 좀 건네고 이끌어 갔으면 한다.운진이 마침 지나가는 웨이추레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그 웨이추레스가 잠깐만요 하고 계속 가버렸다.   "술 좀 하시나?"운진은 두 쌍 모두 짝을 지으면 손위 동서가 되지만 아직은이라기 보다는 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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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두번째로 지어 온 약을 중탕하며 속상해서 눈물이 비쳤다.   '쌩판 남인 운진씨나 언니는 나 몸 약하다고 일부러 돈 들여서 약도 먹여주고 하는데.'   아버지란 자가 말하는 것 하고는!   집 나와서 사는데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지도 않아?숙희의 눈물 찍어내는 모습을 운서가 봤다.   "아버지 전화 받고 내 안 좋으네요."운진이 누이에게 대답하는 말이다.   "그 집안은 왜 그런대니?"   "지금의 엄마가 계몬데... 일종의 질투, 그런 건가 봐요."   "누구 땜에?"   "숙희씨 배 다른 동생이 한쪽 다리를 좀 절어요. 하이 스쿨 다닐 때 운전 배우다가 사고로."   "인물은 숙희 같고?"   "많이... 쳐지죠? 키도 작고. 인물은 그냥, 뭐..."   "그거 갖고 엄마가 니네들 반대하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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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면서 행복하고 황홀해진 쪽은 성렬이었다.그녀가 줄에 끼어 움직이면서 성렬의 팔짱을 끼고, 그녀 특유의 풍만한 유방을 그의 팔뚝에다 밀어대는 것이었다. 혹 오운진이란 사내가 보고 질투할까 했는지.그러나 정작 운진과 숙희는 좀 남은 것을 치우고 일어섰다.숙희가 먼저 그런 것이다.교회에서도 눈에 거슬렸는데 여기까지...굉장히 어색해 하는 남자를 보니 억지구나.숙희는 그렇다고 영란처럼 즉흥적인 쑈를 부리지는 않았다.숙희와 운진이 레스토랑을 나가는 것을 영란은 당연히 지켜 보았다.   "어? 저거 미스터 오 하고..."성렬이 말을 채 맺지 못하게 영란은 잡았던 그의 팔를 탁 놓았다.숙희는 들어올 때처럼 운진의 팔을 가볍게 잡고 보조를 맞추어 나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운진의 안색을 살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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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전에처럼 운서언니의 발성을 귀담아 들으며 그대로 따라하기만 했다.그녀의 귀에 운진의 굵은 저음이 잘 들렸다.그리고 그 신경 씌이는 여자의 맑고 고운 소프라노 음성도 잘 들렸다.목사께서 성가대를 또 칭찬했다.그 날의 설교 주제가 하나님의 성전에 꼭 나와야 하는 이유였다.   하나님의 성전에다 각자 개인의 재능을 바쳐야 한다며.   특히 찬양에 소질이 있으면 빠짐없이 재능 발휘를 해야 축복을 받는다고.병선이가 사촌형을 자꾸 돌아다 봤다. 성 같은 사람에게도?운진은 소리 안 나게 끅끅끅거리고 웃었다. 뭘 봠마...   아아멘!   아아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멘!    아아멘!    아아멘!   아아아아아아멘!   아~멘!일곱번 기도송이 그 긴 여운까지 다 끝났을 때, 운진과 숙희는 이미 교회를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