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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는 이튿날도 퇴근 후 제인과 어울렸다.제인은 레전씨 뱅크의 펄큐먼트 즉 모든 구매 절차의 매네저가 되어 있었다.이 날 숙희는 어느 레스토랑 앞 공중전화에서 화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웨스트파크 널서리?" 운진의 다급한 음성이 나왔다.   "바쁜가 보네?"   "아, 숙희씨?"   "나 오늘도 아는 사람 만나서 저녁 먹고 들어가거든."   "아, 녜에! 알았습니다."   "잠깐!"꾸룩!숙희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제인더러 피앙세와 어디 가기로 했는데 깜빡 했다며 다음에 또 만나자고 거짓말로 둘러대고는 그 레스토랑 앞을 허둥지둥 나왔다.운진의 싹싹한 응답에서 불안감이 전달되어 온 것이다.   '가뜩이나 선도 보고 만나는 여자가 있는데, 틈을 주면...'숙희는 차를 조금 빨리 몰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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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는 미팅 자리에서 어씨스턴트 바이스 프레지던트(AVP)로 승진되었다는 소식을 지사 사장으로부터 들었다. 그 지위는 설령 그녀가 본사로 전근가더라도 따라간다는 말도 아울러 들었다.그녀는 본사로 가도 똑같은 지위라는 그 말을 그냥 넘겨 들었다.그리고 이글에서 아예 스카우트 해 가겠다고 나온다는 말도 들었다.수키는 중역진들의 미팅 내용을 귀담아 들으며...운진의 간혹 나타나는 쌍스러운 면이 여기 있는 중역들의 점잖고 우호적인 대화체에 비교되기 시작하는 것에 스스로 놀랜다.그러나 그녀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미팅에 감히 끼이지 못한 전 보쓰란 사내의 작당과 아예 깨놓고 개인적인 만남을 위협했던 것을 백인 사내들의 특징으로 돌렸다.특히 랠프가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자며 그 조건이 그냥 프렌드를 넘는 것이라고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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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월요일에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운진이 와서 깨워줘서야 간신히 일어났다.그녀는 솔직히 그가 잡아 끌어 일으키고 화장실에도 밀어 넣어서야 정신을 차렸다.운진은 그녀에게 커피를 타 주고 치즈토스트도 두 장을 겹쳐서 주었다.그녀는 커피도 뜨겁다는 핑게로 반잔. 토스트도 입이 깔깔하다고 반.그리고 그녀는 허둥지둥 출근했다.   주말 사이 그녀의 퍀스 머신 바구니는 흘러 넘쳤다.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것들도 주워서 차례를 맞추느라 한참을 걸렸다.어떤 것은 퍀스밀 페이퍼 그대로, 어떤 것은 다시 복사해서 정식으로 철하고, 발송자 별로 정리하고 나니 시장끼가 들었다.   아침을 대충 걸렀더니 이제 오전 열시인데.   내가 배고픈 걸 안다니까.수키는 빌딩에 딸린 까뻬떼리아에서 작은 사이즈의 커피 한잔과 대니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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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의 쌍스런 면이 몹시 못마땅하다.그녀는 화원에 도착할 때까지 창 밖만 내다봤다.이미 어두워진 터라 운진이 앞장 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가 불을 다 켰다. "피곤하실텐데, 일찍 쉬세요."   "운진씨!" 숙희의 어조가 강했다.   "녜."   "운진씨, 무슨 깡패예요?"   "황한테 한 것 갖고 그러세요?"   "그게 무슨 행동예요?"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것을. 무슨..."   "걔네들이 제 사촌동생 병선이를 돌림빵 놨어요."   "돌림빵이라뇨?" 숙희는 모르는 단어이지만 안 좋은 말 같다.    "몰매를 줬다구요."   "아까 그 네 사람이, 요?"   "비겁한 놈들."   "..."   "담부턴 숙희씨 보는 앞에서 안 그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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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시원할 것 같은 냉면이 하고 싶었는데, 운진의 이상한 고집에 다른 것, 즉 짬뽕을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더운 날씨인데도 뜨겁고 매운 것을 먹기 시작했더니 당연히 땀이 나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옴추렀던 사지가 펴지는 것이었다.운진은 비빔밥을 했다.숙희는 그가 하도 맛있게 먹길래 두어 숟갈 정도 먹어봤다. "내겐 별로구만 맛있게 먹네?"   "비빔밥이 다 거기서 거기죠."   "식성 탓인가?"숙희는 운진에게 자꾸 말을 건다. 운진에게 아는 척 하던 자가 자꾸 보는 것이다.숙희는 그런 상황이 몹시 불안하다.괜히 시비라도 붙을까 봐 조마조마해 하는 것이다.   "데이트 하느라 교회도 안 나왔나 봐?" 성렬의 말이 날아왔다.운진은 마지막 밥을 떠넣고 수저를 놓았다.   짜식이 배알도 없는데다 누가 같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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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때문에 수평선은 안 보이지만 넓은 물을 양쪽으로 돌아봤다.   "이게 무슨 다리라구?" 그녀가 물었다.   "베이 브릿지."   "엄청 높네."   "들리는 다리 없이 대형 선박이 드나들 정도니까요..."   "이런 다리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가루도 없겠다."   "..."운진은 다리 위에 서서 또는 지나가며 그녀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다는 느낌을 참 많이 가졌다. 왜 다리에서 떨어지는 생각을 할까.   무슨 병 가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지?   운진 그는 다리를 지나가면서, 어떤 다리이든 떨어지면 어떨까 하고 상상한 적은 없고 다리 공사하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없었기를 하는 생각 뿐이다.   "이 다리는 양쪽에서 서로 만들어 오다가 중간에서 만났대요."   "...

10-1x091 숙희의 운진을 향한 마음

숙희의 운진을 향한 마음   숙희는 운진과 나란히 걸으며 고개를 자꾸 갸우뚱한다.    "왜... 집에서 우리 둘이 술 마시다가 하던 키쓰하고 오늘 한 키쓰하고 다르지?"   "오늘은 맨 정신에 사람들이 많은 야외에서 했으니까?"   "그런가?"어느 덧 둘은 보드워크의 다른 끝에 또 왔다. 거기서부터는 모래다.둘은 걷기만 했는데도 옷들이 땀에 젖었다.   "좀 한가한 모텔에 방 하나 잡을까요?"   운진이 골목을 통해 두어 블렄 떨어진 방향을 손가락질 했다. "워터프론트 호텔들이야 벌써 만원일테니 물어보나마나고."   "은근슬쩍 날 꼬시네?"   숙희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이런 식으로는 싫어."   "이런 식이라뇨?"   "얼렁뚱땅 자고 가자고."   "숙희씨 텐트에서 쪼그리고 자서 피곤할까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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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과 숙희는 많은 피서객 틈에 끼어서 보드워크를 걷는다.이제 숙희는 운진의 손을 자연스럽게, 그것도 먼저 찾아서 잡는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을 때마다 늘 느끼듯 한가지 의문점과 안도감이 든다.   남자치고 손이 참 따뜻하다.   따뜻한 것에 비하면 손은 거친데...   "숙희씨 걸음에 힘이 들어 있네요."   운진이 한참 걷다가 하는 말이다. "전에는 참 힘 없이 걸었는데."   "나 걷는 걸 지켜본..."   "여자분이 키는 커 갖고... 기운이 하나도 없이." 운진이 힘 없이 터벅터벅 걷는 시늉을 보였다.숙희는 소리없이 웃었다.   "신을 신켜주는데... 발은 큰데, 힘이 하나도 없어..."   "참!"   숙희는 운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운진씨가 여러 번에 걸쳐서 나한테 호의를 베풀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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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란은 토요일의 풀사이드 파티에 오지 않은 미스터 오가 주일 예배에도 오지 않았음에 몹시 서운하다.    광고가 틀림없이 나갔는데.   전날 타교회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교인들까지 많이 참석했고.   다들 즐겁게 먹고 마시고 노는 중에...영란은 성렬의 은근히 접근에 다른 의미의 시도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녀는 처음 몇 분 동안은 미스터 황을 이용해서 미스터 오를 질투심으로 움직이게 할 가치가 있을까 눈여겨 봤다가 아니라고 머리를 털었다.   전에 아빠가 그 두 남자를 화해시키려고 만들었던 모임에서 차이를 봤잖아.영란은 그 때, 즉 작년의 파티를 생각만 해도, 미스터 오에게 무시당한 것을 생각만 해도 분하다.작년에 그녀가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앵콜을 부르고 박수도 쳤었는데.당시 오운진이란 사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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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저 비우고 빈 컵을 운진에게 내밀었다.오션 씨티 보드워크의 공중 화장실 앞에서였다.운진은 그제서야 제 것과 함께 빈 종이컵들을 우그러뜨려서 길 가 쓰레기통에 넣었다.한참 후.숙희는 화장실을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운진을 찾았다.운진은 보드워크에 즐비한 상점들 중에서 게임하는 곳 안에 들어가 있는데.그는 편안한 자세로 핀볼 머신에 두 팔을 짚고 손가락만 놀리고 있는데.그의 주위에 구경꾼이 뺑 둘렀다.숙희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구경꾼들이 숙희를 보더니 대번에 일행임을 알고 길을 터주었다.울긋불긋하기도 하고 험상궂은 그림도 그려진 핀볼 머신은 번갯불을 연신 번쩍거린다. 천둥소리 같이 요란한 기계음도 나고 빨간 불빛의 숫자들이 어지럽게 바뀐다.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