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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에게 입이 안 떨어지는 것을 간신히 말했다.   오션 씨티 가자고.   "어차피 팔월 말이면 화원을 닫잖아."   "그 때는 물이 찰 텐데요."   "꼭 물에 들어가고 싶어서는 아니구... 우리 둘이, 그냥."   "회사에서 며칠 받아요?"   "금요일부터 빠지면, 금, 토, 일, 월, 이렇게."   "그럼, 호텔에 전화 예약하고 계약금도 보내야 하는데요."   "내가 할께!"그래서 수키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오션 씨티 여기저기에 방 있나 알아봤다.그리고 찾아진 것이 H 호텔의 꼭대기 방. 그것도 운 좋게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수키는 하루치 계약금 쪼로 수표를 한장 끊어서 당장 부쳤다.그것을 그 층의 안내하는 백인 여자가 보았다.아무래도 그녀의 아웃고잉 메일함에 꽂히니 자연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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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난 햇볕은 닿는 살갗에 따가움을 주어도 그늘에 들면 서늘하다.이제 화원의 뒷뜰은 듬성듬성 빈 자리들이 보인다.어디서 불려온 일꾼들은 수확하고 난 마른 줄기들을 거둬 내는 작업을 한다.숙희는 안채 건물 뒷문을 열었다.스크린 도어를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운진은 아침부터 언덕 너머 과수원 주인과 상의할 것이 있다며 가고 없다.이제 화원은 남은 화초들과 채소들을 떨이로 팔아치우고 나면... 기나긴 동면에 들어간다.숙희는 커피를 기울이며 운진이 언제나 돌아오나 기다린다.두꺼운 나무 문을 통해 매장에서 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운진씨는 화원이 동면에 들어가면 뭘 할래나...   이제 다가올 공휴일이라면 레이버 데이.숙희는 부엌 벽에 걸린 어느 농장제공의 달력을 본다. 한주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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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는 하워드의 공격을 센시티브하게 몰고 갈 것 같으면 피앙세와 의논하고 변호사를 선정해서 대응하겠다고, 그렇게 경찰을 돌려 보냈다.   '하워드 이 작자가 절벽 끝에 서니까 날 물고 늘어지네?'   그녀는 구내 전화로 이글의 두 지사가 완전히 팔려서 끝났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하워드에게 그럴 만한 자금이 있었나를 알아보면 되잖아?'   하워드가 정말 사길 원했는지 수작이었는지는 그걸 알아보면 될 일이라고.수키는 하워드가 직접 운영하는지 소속된 회사인지 알아보자고 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제인의 대답인 즉슨 그의 전화 번호를 잃어버렸다고.   "하하하!"숙희는 세상이 참 우습다고 여겨진다.만일 그들이 유리하다고 여겼다면 전화번호 같은 거야 당당히 주었을텐데 서로 어떤 의논들을 했는지 며칠 전까지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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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화원으로 돌아와서 운진이 이미 퇴근했음을 알았다.   에이. 자랑스럽게 말할 게 있었는데.숙희는 욕실로 가면서 복도에서부터 옷을 훌훌 벗었다. 사랑을 잘못 표현하면서 그게 남한테 피해가 되는 걸 전혀 고려치 않는 인간들은 하워드처럼 혼나 봐야 해!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약을 중탕하기 위해 냄비에 물을 담아 스토브에 올려놓았다.그러한 동작을 하면서 숙희에게서 콧노래가 나왔다.   상훈이도 운진씨의 기세에 눌려 꼼짝 못 하는 것을 봤지.   아빠도, 운진씨가 싸가지 없이 군 거는 거슬리지만, 꼼짝 못 하고.   공희엄마도 이상하게 운진씨한테 절절 매는 것 같고.   운진씨!   그대는 나의 방패요 울타리임에 틀림없는데...그런데 그를 백프로 확실히 가졌다는 확신이 아직 모자란다.물론 그런 것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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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주선하기로 한 이글 파이넨셜의 두 지사는 다른 에이전트에 의해 다른 곳으로 팔렸다.팔림과 동시에 그 사무실들은 폐쇄되었다고.숙희는 돌려 받은 사진을 찢어 버렸다.그런데 그 두 지사가 다른 데로 팔린 것으로 인해 어떤 말썽이 일어났다.하워드가 제인을 만나서는 쑤가 고의로 다른 데로 넘겼다. 나한테 안 주려고.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는데.   제인이 그 말을 쑤에게 전화로 말했다. 하워드를 조만간 만나는 게 좋을 거라며.숙희는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출퇴근 길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언제 하워드가 나타날까 봐.그녀는 코미쑌이 반으로 나뉘어 돌아오는 것을 사양했다.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시를 밖에다 나타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하워드에게 꼭 밝히기로.   '내가 관여했다면 코미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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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어쨌거나 피앙세와의 저녁 약속을 지킵시다 하고, 둘은 정말로 나갔다.둘은 한국식 식당으로 갔다.둘은 서로 말 없이 음식을 주문하고. 서로의 앞을 내려다 보고 하다가 결국 숙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워드는... 나를 은행 일에 깊숙히 알도록 가르쳐 준... 선생인 셈인데."   "전에 말했잖아요."   "근데... 그의 의도가 안 좋았어서 헤어, 그만 둔 거야."헤어졌다는 표현과 그만 두었다는 표현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얼마만큼 밀접한 관계였었나를 가늠할 수 있는 표현의 차이이기 때문이다.그만 두었다는 말은 직장을 떠났다는 말.헤어졌다는 말은 인연을 끊었다는 말.   "녜. 말했잖아요."   "근데, 참 끈질기게 구네."   "같은 직종에 종사하다 보면 더러 마주치는 일이 있겠죠."   ..

13-1x121 청년회 수양회

청년회 수양회   숙희가 무슨 생각에선지 거리를 빙빙 돌아다니다가 화원으로 오니 하워드의 것으로 보이는 비엠더블유 승용차가 운진의 추렄 옆에 나란히 세워져 있다.허걱!숙희는 돌발적으로 화원을 그냥 지나치려 했다.그러다가 그녀는 무얼 봤다.화원 뒷뜰로 통하는 길에 두 남자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이었다.하워드로 보이는 몸체는 등을 보이고 운진이 앞 모습을 보이고 있다.숙희는 혼다 차의 브레이크를 급히 밟으며 핸들을 꺾었다.그녀가 차를 세우고 내려서 다시 보니 두 남자는 다투는 것은 아니었다.운진은 두 팔을 앞으로 굳게 두른 채 고개를 끄떡이며 듣고 있는 품이다.하워드는 모숀도 크게 무얼 한참 말하고 있다.숙희는 운진과 눈길을 마주치려고 이리저리 움직였다.운진이 눈짓과 텃짓으로, 하워드 모르게, 그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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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에서 자꾸 날 물고 늘어지네?"   숙희는 이제 다른 일을 운진에게 말하고 있다. "다른 에이전트에게 넘겨줬는데, 그 여자 회장이 직접 전화해서 항의했대."   "뭐라고 항의를 해요?"   "흔히 계약 같은 것을 할 때, 회사에서 프로포절을 넣기는 하지만, 에이전트가 정해지고 일을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클라이언트가 뭐라고 하느냐 하며는..."   "We gave it to Sookie. (우리는 수키에게 줬다.)"   "응! 아이에프티씨하고 재계약은 하지만, 그렇게 말... 어떻게 알았어?"   숙희는 지내면 지낼수록 운진이란 남자가 신기하다. "딱 그렇게 말했대. 희한하네."   "먼저 삼춘이 화원 하실 때... 펜실배니아 농원에다 주문을 하면, 거기서 늘 그랬죠. 자기네는 운제이에게 그 값에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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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과 숙희는 고모와 고모부가 그러는 거 아니라 해서 하는 수 없이 가족사진 찍는데에 참여했다. 단 상훈이는 숙희 곁에 서지 못하고 운진이 가운데 서고 거기서 한칸 건너에 서야 했다.카메라 맨이 주목하라 하고 셋 둘 하나 번쩍 할 때, 숙희는 운진의 팔을 얼른 잡았다.공희가 언니랑 따로 찍고 싶다고 했다.그래서 신부 옆에 숙희가 서고, 신랑 옆에 운진이 서야 했다.카메라 맨이 초점을 맞추려다가 자꾸 보고 했다. 아무리 각도나 거리를 조절하려 해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이다.어쨌거나 신부가 원하는 것이니 플래쉬는 터졌다.그런데, 카메라 맨이 운진과 숙희를 불러 세웠다.그의 스튜디오에 내다 걸 커플 사진 모델이 되어 달라고.   "칼라로 크게 확대해서 한번 내 걸어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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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상훈의 겁에 질린 얼굴 표정과 도사리는 몸짓을 본다.육개월차이 나는 사촌 아닌 사촌은 숙희를 늘 괴롭혀 왔다.심적으로. 그리고 신적으로.물론 그에게 물리적으로 피해를 당한 적도 있다.그가 장난으로 건드리며 스쳐가던 손길들이 숙희를 두렵게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부터 시내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친구들에게 애인이라며 마구 끌어 안고 하던 장난이 지나치면서 그녀의 몸을 더듬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나마 숙희씨와 사촌간이라는 감투를 쓴 것만으로 천만다행인줄 알아라."   운진이 상훈을 똑바로 노려보며 내뱉는 말이다. "친사촌도 아니지만..."그런데 그러한 장면이 숙희의 눈에 몹시 익다.마치 전에도 똑같은 장면을 지켜본 것처럼.숙희는 운진의 그 다음 행동도 알 것 같다.    상훈을 그대로 세워놓고 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