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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퇴근하도록 보쓰 팀은 귀사하지 않았다.숙희는 회사 건물주차장에서도 좀 주저하며 드나드는 차들을 살펴봤다.   혹시 보쓰 사내나 같이 나간 사원을 만나게 되면 비-에어라인의 노조 파업 사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려고.그러나 그녀는 화원으로 곧장 갔다.   화원은 꽃 모종 사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인파는 거짓말처럼 금새들 다 사라졌다.곧 늦봄의 조금 이른 저녁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며 뒷뜰 넓은 벌판에 숲 그림자를 깔았다.숙희는 또 그런 정경에 심금이 쉽게 녹는다.   나 여기 안 떠날래.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그녀의 등 뒤로 운진의 말소리가 들려왔다.숙희는 얼른 돌아서며 두 팔을 벌렸다.둘은 동작은 컸지만 가볍게 포옹하고 몸을 떼었다.   "오늘 오후 뉴스에 스트라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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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비-에어라인을 잊고 다시 이글의 현황 파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녀의 어카운트들 중에서 그 항공사가 떨어져 나갈 것으로 이미 추정해 버린 것이다.   '그 보다 더 얼마나 쉽게 말해주라고...'   그녀는 보쓰 즉 매네저가 전혀 안 보임이 의아스러웠다.그녀는 같은 부서에서 남자 하나 여자 하나 그렇게 안 보이는 것도 알았다. '자기들끼리 필드에 세일즈 나갔나? 그 정도로 일감을 찾아야 할 정도면... 또 곧 감원 바람이 불겠네?'그녀는 그럴수록 이글 파이넨셜의 일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시 덤벼들었다.   그녀가 까뻬떼리아에서 점심을 사먹고 제 층으로 돌아왔는데.   "메세지." 하며, 그 층의 안내 여자가 'while you're out' 쪽지를 주는 것이다.   "땡쓰!"    숙희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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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much does your company pay you for this? (이런 걸로 당신의 회사는 당신에게 얼마를 월급 줍니까?)"잠깐의 정회 후 다시 모였을 때, 항공사 중역 하나가 숙희에게 물은 말이다.그녀의 보쓰가 고개를 저었다.   마치 '히어 위 고 어게인' 하듯이.   소위 또 시작이군!숙희가 이글 파이넨셜을 신랄하게 분석했을 때, 이글도 처음에는 반발했다가 나중에 가서 그녀의 영입을 원했다.   "Enough to live in this world. (이 세상에서 살만큼 충분히.)"   "유 원트 모어?" 같은 중역이 또 말했다.순간 숙희는 운진의 충고 한마디가 떠올랐다.그것은 숙희의 고질병 하나를 지적한 충고였다.   '능력을 알아주는 것 같으면, 더욱 겸손합시다.'   "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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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이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 외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뭅니다.'   '숙희씨는 배려를 배우세요.' 그가 늘 던지는 충고이다.숙희는 옆에 앉은 사원이 팔꿈치로 툭 건드려서야 정신을 차렸다. "음?"그녀의 보쓰가 나무라는 뜻의 눈부라림을 보내왔다.   "I'm sorry. Where are we? (미안합니다. 어디까지 했죠?)"   [어디부터 손을 대는 것이 가장 현명하냐고 묻소.] 그녀의 보쓰가 눈신호로 터뜨려도 좋을 것 같다는 격려를 보내왔다.   [다음 달이면 유니온과의 계약이 끝납니다. 그렇죠?]숙희의 그 말에 회의실 전체에 격한 한숨이 가득 찼다.   [유니온과 재계약을 하기 직전, 회사 손익 계산을 공개하는 겁니다.]숙희의 턱신호에 그녀의 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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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다른 서류들을 들여다 보다가 보쓰의 호출을 받고 갔다.그가 퍀스 카피로 보이는 종이 한장을 얼른 받으라고 흔들었다.그녀는 또 다른 작업 오다인가 하고 얼른 받았다. "엇? 비-에어라인?"   "They are mad at you. (그들은 당신에게 화 나 있소.)"   [나는 분석 결과를 냈을 뿐이예요.]   Their reviews and conclusions are totally off the orbit. And the analysis is off the lane.   그들의 조회와 결론들은 완전히 궤도 이탈임. 그리고 분석자는 차선을 벗어났음.   비-에어라인에서 아이에프티씨로 날아온 항의문이었다.숙희는 그 카피한 것을 보쓰에게 돌려주었다.   "Cowards! (비겁자들!)"숙희가 방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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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정말 약의 효능을 느낀다.우선 평소 점심 시간에 건물 일층에 딸린 까뻬떼리아를 가면 먹을 게 없었는데. 약을 사일째 먹고 나온 날 아침에 그녀는 샌드위치 하나와 포테이토칲 한 봉지와 캔 소다 하나를 집었다.그리고 그것들을 맛있게 먹었는데, 속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런 것을 먹고 나서 속에 개스가 차서 고생하거나 금방 화장실로 달려 갔어야 하는데.    '진짜 희한하네!'숙희는 책상 위에 널린 서류들을 보는데도 시야가 환한 것 같다. '눈은 간이라더니 정말 간에 좋은 약도 먹는 건가?'숙희의 귀에 운진의 말이 쟁쟁거린다.   숙희씨를 마구잡이로 아내 삼기도 뭣 하고.    그렇다고 숙희씨를 보내기도 뭣 하고.    아닌 말로 숙희씨와 사고치고... 애도 태어나고 하면 그 때 가서..

8-1x071 숙희의 고질병

숙희의 고질병   약을 가져온 그 다음날.운진은 냉장고에 넣어 놓은 약봉지 중에서 하나를 또 꺼내 뜨거운 물에 중탕해서 데운다.   숙희가 무엇이든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다 데우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숙희는 아침 대신 그 약을 한 컵 비웠다.   "날 보약 먹여서 건강하게 하면 오운진이 손핸데? 나 기운 다시 차리면 태권도 실력 발휘할 거거든." 숙희는 그런 농담으로 운진의 수고를 대신하는데.그리고 같은 날 저녁에도 숙희는 운진이 중탕해 준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약을 이튿날 아침에 또 먹고 출근했는데.그녀는 벌써 소변이 용이하게 나옴을 느꼈다.다른 때처럼 변기를 타고 앉아서 찔끔찔끔 나오는 소변을 고통과 인내심으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소변끼를 느끼고 화장실로 갔더니그녀는 그냥 힘 안 들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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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운진이 약봉지를 끓는 물에 중탕하는 것을 지켜본다.   내가 처음 판단했던대로 고단수적인 꾼인가?   가는 데마다 여자가 걸리네?   '그러고 보면 나를 다루는 것도 내 정신을 완전히 빼놓네?'   때로는 진한 애정을 보였다가 때로는 찬바람을 일으키고...운진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봉지를 가위로 잘라서는 그 안에 든 액을 컵에다 따른다.   "자! 딱 알맞게 데워졌습니다."   운진이 컵을 숙희에게 가져왔다. "냄새 좋으네요."숙희는 운진의 눈을 찾다가 컵을 받았다. "날 이런 약 먹여서 뭐에다 쓰려구?"   "튼튼하게 키워서 잡아 먹으려고 합니다."   "나 건강해지면 만만치 않을 텐데?"   숙희는 컵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나 기운 차리면 발차기 할 건데?"   "어이구, 제발요."숙희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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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누이가 먼저 떠나고도 매장에 오래 남아있다가 화원문을 나섰다.그리고 그는 건물 앞 주차장에 하늘색 혼다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봤다. 그는 그 차가 평소와 다르게 주차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숙희는 가게 손님들에게 방해가 안 되려고 늘 뒷뜰 가까이 세우는데.운진은 추렄에 타려다가 차 안을 들여다 봤다. "숙희씨?"그 하늘색 혼다 차의 문 잠김 장치가 탈칵 하고 올라왔다.운진은 그 차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숙희가 차에서 내려서는 두 팔을 위로 올리고 운진에게 털썩 기댔다.   숙희에게는 확답을 줘야지!   운진의 귓전에 누이의 말소리가 되살아났다. 운진은 두 팔을 숙희에게 감쌌다. "어디. 펜실배니아 갔었어요?"숙희는 운진의 어깨에 턱을 고이며 코를 훌쩍거렸다.   거기 갔다가 뭐 안 좋은 일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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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술이 거나해서 집에 왔다.   "펜실배니아에, 너 아는 데 있니?"운진모가 아들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주며 한 말이다.운진은 없다고 하려다가 쪽지를 받았다.쪽지에 적힌 숫자는 에어리아 코드가 펜실배니아 주 전화번호였다.   숙희씨 고모네네...운진은 시간을 생각 못하고 그 번호를 돌렸다.   보험회사에서 질질 끌어온 차 사고에 대한 법정 다툼이 숙희쪽의 무과실로 판정나면서.   당시 숙희의 혼다 차가 펜실배니아 주로 등록되어 있었고, 거주지가 고모네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리로 편지와 수표가 발송되었다고.   고모는 당연히 오빠인 한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공희모가 운진의 부모네 집 전화 번호를 주었다고.운진은 화원 안채 전화번호를 걸었다.   "여보세요." 숙희의 자다 깬 목소리가 응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