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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선의 모친이 큰언니를 찾아와서 하소연하고 있다.    아들이 소위 헌 여자와 사귄다고.   "속상해, 언니. 하나 밖에 없는 아들놈들이 왜 이렇게 말들을 안 들어?"운진모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꺼냈다. 암만 동생이지만 제 아들 얘기하면서 내 아들까지 한데 싸잡아서 말하는 것이 싫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전에 둘이 죽고 못 살았대매."   "그 기집애가 우리 병선이를 배반하고 딴 놈한테 시집 가더니, 석달 만엔가 이혼하고."   "둘이 다시 만나는 거야?"   "아예..."   "둘이 자고 그래, 벌써?"   "뻔하겠지, 뭐, 언니. 벌써 결혼까지 했다가 헤어진 기집애니, 뭐, 생각해 보나마나겠지."   "병선이가, 여자를 잘 바꾸고 그러니?"   "지 아버지는 술 먹고 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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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선이가 옛여자 친구를 대동하고 사촌형을 찾아왔는데.운진은 마침 뭘 사러 나갔고.숙희가 집에서 입는 옷차림으로 있다가 문을 열었다.병선의 눈이 당연히 휘둥그레졌다. "어? 여긴 어떻게..."   "아. 안녕하세요."   숙희는 그를 교회에선가 본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인사를 건넸다. "운진씨 금방 오는데요."병선이가 어 네에 하며 우물쭈물거렸다.   "들어와서 기다리세요. 금방 온다고 하고 나갔어요."   "어, 네에..."병선이가 옛여자 친구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다.그녀는 체구가 작은 고로 한참 차이 나는 숙희를 거북해 하는 모양이었다. 만일 그녀가 숙희와 나란히 선다면, 머리 꼭대기가 숙희의 어깨선에 나란할까.병선이의 눈이 숙희의 뒷모습을 훔쳐보며 휘번덕거린다.숙희는 집에서 아무렇게나 입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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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배니아 농원에서 물건들이 왔는데, 정말 그들이 약속한 대로 할인된 가격에 왔다.   "경쟁이라는 게 참 무서워, 응?"   숙희는 욕을 섞어서 좀 언짢았지 그래도 저 원하는 것을 얻고 마는 운진이 기특해서 그를 뒤에서 살짝 안아주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잘못 오다 한 바람에 손해난 거 찾았어?"   "그것 때문에 싸운 건 아니요."   "그래도 손해난 건 찾아야지."   "오다를 잘못한 게 아니라... 망가진 물건을 아무렇지않게 보낸 것에 화가 났던 거요."숙희는 그의 등에 얼굴을 기댔다. "어쨌든..."   "우리가 동양인이라 이거지..."   "..." 숙희는 대꾸나 맞장구 대신 그의 등에 얼굴을 부볐다.이번에는 펜실배니아 농원에서 추레일러에 리프터(lifter)를 뒷꽁무니에 달고 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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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아이에프티씨에서도 하워드에게서도 아무 연락없음에 답답하면서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운서언니를 따라 화원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그러다 보니 숙희의 눈에 차차 들어오는 무엇이 있다.   경비절감의 아이디어.숙희는 습관적으로 어디로 쓸데없는 돈이 새어나가는가 연구했다. 인건비 절감...그런데 어느 날 낮에 하워드가 화원에 나타났다.숙희는 매장 안에서 이른 이스터 치장을 하는 운서언니를 도우는데.밖에서 운진이 하워드를 먼저 만났다.하워드가 운진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미스터, 하워드, 마이클스..."   운진의 첫말부터 곱지 않았다. "What can I do you for? (당신에게 왜 뭘 해야 하지?)"그가 한 말은 what can I do for you 즉 뭘 도와드릴까요의 서비스적 자세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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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운진에게 다가가서 말을 하려는데.운서가 숙희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놓았다.   "제가 손해날 짓을 해서 미안하다 하려구요."숙희의 그 말을 운서가 더 말하지 말라고 신호했다.운진이 전화기 곁에 놓인 롤로데크를 마구 뒤졌다.그리고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 날 운진은 일찍 가버렸고.운서도 일찍 가버렸고.숙희는 피자를 배달시켜서는 반도 못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아침 일찍 버지니아 주 번호판을 붙인 대형 추렄이 꽃을 한가득 싣고 왔다.일꾼들이 달라붙어서 물건들을 내리는데.화원 매장의 전화가 울어댔다.그 전화를 숙희가 받았다. "웨스트 파크 널서리(Nursery)!"   운진이 펜실배니아 농원에서 걸려온 그 전화를 받지도 않고 수화기를 숙희의 손에서 나꿔채서는 전화기에 쑤셔 박았다.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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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과 숙희는 화원 안채에서 마주 앉아 술을 한다.운서가 만들어 주고 간 두부찌게를 안주 삼아 둘은 소주를 나눈다.숙희는 알코홀 기운 없이 운진과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술을 한다.운진은 숙희를 다시 받아들이면서 술로써 머리를 씻으려 한다.숙희는 운진에게 두 군데의 제의를 소상히 들려주었다.운진의 대답은 간단했다.   두 군데 다 마땅치 않네요 라고.   "그럼, 나 일하지 말면... 어떻게 살라고."   "그냥, 여기 있으면서, 몸도 마음도 쉬어요."   "쉴만큼 쉬었는데..."   "여기 회사에 복직하되, 전근은 안 한다고 해보죠."   "오..."   "거기서 다시 오라는 게, 꼭 이글의 딸 회장의 요청 때문일 뿐, 그 외 숙희씨를 쓸 생각이 없는 거면 그거 불안해서 어떻게 일하겠어요?"   ..

5-1x041 벌어지는 틈

벌어지는 틈   운진의 숙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아니. 그는 아예 그녀와 눈길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는다.숙희는 자존심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운진에게만큼은 버리기로 했다. 그녀는 운진을 껴안았다. "잘못했어."   "뭐가 또 잘못했다는 건데요?"숙희는 저도 모르게 눈물부터 나왔다. "일이 필요해서... 전에 일했다가 그만 둔 은행들 중에서 레전씨 뱅크... 그러니까, 그 때 총책임자였던 하워드란 사람한테 어디 일자리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그녀의 변명 아닌 변명은 운진이 손을 심하게 내저음으로써 끊겼다. "본론만 말하세요."   "운진씨가 혹 보고 오해한 것이 있다면, 다르게 생각하지 말아줘. 그 때 차 안의 사람이 하워드야. 날 키-퍼슨으로 키워줬고. 한 때 시니어 키-퍼슨으로까지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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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다니던 회사에서의 정중한 재취업의 초대를 일단 수락했다.그 동안 이글 파이넨셜 내부의 분란이 법정까지 번지지 않는 선에서 일단락되었고.이글에 새로 부임한 잠정회장 즉 전 회장의 딸이 유독 수키 한만 원한다는 것이다. 단 조건은 남 캐롤라이나 주로 전근와서 아주 긴밀히 연락 주고받기를 원한다는 것.그렇다면 그녀는 운진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이다.그녀가 이사하는 것이 싫다면, 즉 이글의 제의를 거절한다면, 메릴랜드 여기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숙희는 하워드의 제의를 어떻게 처리하나 생각해 봐야 했다. 아니. 그녀가 먼저 하워드에게 전화 연락을 취했다.하워드는 쑤의 전화에다가 비명을 지을 정도로 반겼다.그리고 그녀가 알아낸 것이 '옛친구'라며 화원으로 전화를 걸어왔던 남자가 하워드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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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숙희는 하워드에게 전화를 또 걸었고.그가 나오라는 약속 장소를 향해 혼다 차를 몰았다.그리고 그녀는 그가 오라한 장소를 밖에서 보고는 아연실색했다.그녀가 주소로만 찾아간 그 곳은 어디서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모텔이었다. 그녀는 하워드의 은색 비엠더블유가 모텔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작은 분노가 일었다.하워드에게가 아닌...그녀 자신에게.   내가 그렇게 값싸게 보이나.   그런데 운진씨는 나를 그처럼 받들어 주나.그녀는 혼다 차를 위험할 정도로 돌려서 그 곳을 떠났다. 나를 왜 전부들 싸게 취급하는 거야!숙희는 화원으로 돌아와서 추렄이 여전히 안 보임을 알았다.운서가 일꾼들을 데리고 문을 닫고 있었다.숙희는 운서에게 달려갔다. "언니! 운진씨 어디 있어요?"    "걔 화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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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새볔녘에 잠이 살포시 들었는데.누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운서가 아예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다.   "어머. 언니."   숙희는 부시시 일어나 앉아 머리를 매만졌다. "무슨 일이라도..."   "운진이랑 무슨 일 있었어?"   "네?"   "운진이랑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구."   "잘 모르겠는데요."   숙희는 그렇잖아도 전날 하워드의 차에 타고 있다가 옆으로 지나가는 운진의 추렄을 보고 얘기를 해야 한다며 하워드더러 차를 움직이라고 해서 화원으로 돌아왔는데 아예 그냥 가 버린 그와 아침에 만나면 얘기를 할 참이었다. "왜요?"   "내 동생... 운진이 화원 오늘로 닫는대."   "네? 왜요?"    "몰라. 몇십만불어치 물건 해 들여놓고는 갑자기 할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