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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영진이 토라져서 화원을 나간 후 매장으로 나갔다. 그는 무슨 일이냐고 눈썹 꿈툴거림으로 묻는 누이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도리질을 했다.   "병선이 뭐라 하는 것 같더니, 둘이 싸웠어?"   "자꾸... 친구 지니와 저의 사이를 의심해요."   "아직 처녀니까 그런 말들 오가는 게 익숙치 않은가 부지."   "그럼, 가만 있든가 하지 말예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남매는 하늘색 소형 승용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다.숙희는 차에서 내려서는 매장으로 들어오지않고 곧장 뒷문 방향으로 간다.그리고 남매는 각자 일하러 헤어져서 숙희가 평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가는 것을 못 봤다.   숙희는 근 일년 사이에 아파트 얻기가 수월치 않아졌음을 배워야 했다.아파트세도 올랐을 뿐더러 개인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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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화원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분한 마음에서는 아니다.   억울한 마음에서도 아니다.   '여기 너무 오래 있었어.'그녀는 화원에 너무 오래 얹혀 있었더니 별의 별 수모를 다 당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내 마음이 조금 기울어지길래 키쓰도 허락했더니, 뭐, 나를 헤프게 본다고?'그녀는 인사과에 가서 전근의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한편, 운진은 영진을 만나서 최근 불거진 병선이와 진희의 불화에 대해 중재할 의논을 한다.영진은 최대한 용기를 내어 운진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불화에 어떤 이유로든 기인한 적이 없는 거죠 하고.   "진희씨는 내가 영진씨한테 접근하기 위해 잠깐 들러리 격으로 어울렸었던 것을 잘 이해할 뿐더러 지금도 교회에서 보면 영진씨 안부를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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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두 여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어떻드냐느니 약은 어떻게 짓게 되었느냐느니 묻지도 않고 추렄을 몰고 횅 하니 가버렸다.숙희는 추렄이 사라져 버린 찻길을 한참 보다가 돌아섰다.운서가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숙희의 그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둘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   "내 눈에는 둘 다 바보 같애."   "운진씨가 뭔가 저한테 오해를... 하는 것 같아요."   "..."   운서가 숙희는 찬찬히 보다가 말을 이었다. "뭣 좀 물어봐도 돼?"   "네."   "숙희... 밖에서 사귀는 남자 있어?"   "아니요?!" 숙희는 문자적으로 제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운진이는... 숙희가, 밖에서, 직장 동료나 상사 같은 이들하고... 사귀면서 때때로 깊은 관계까지 갖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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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한의의 말인즉슨, 현재 숙희의 모든 장기들이 약해서 제 구실들을 못하는데, 좋은 약을 줘 봐야 몸에 남지 못하고 아깝게도 죄다 오줌과 설사로 나간다고.   "우선 신장 하고 간을 도와주는 약을 지어줄 테니 그걸 다 먹고 나서 또 보자구."   그가 차트 아닌 차트를 덮었다. "근데, 두번째 지을 건 용 하고 삼이 많이 들어가니 값이 좀 비싼데."허걱!숙희는 돈 얘기가 나오니 숨이 막힌다. "어, 얼마나 하는데요?"   "첫 두 첩이니까, 한 육백...불?"   "아잇!"  운서가 한의의 말을 커트 하며 손을 내저었다. "운진이가 돈 걱정 말랬으니까..."   "육백... 불이요?" 숙희는 기가 죽어버린다.   "운진이가 낸댔어."   "언니, 전..." 숙희는 간이 쪼그라든다.한의가 운서를 흘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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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녀자분이, 허우대는 참 큰데... 맥은 팔십살 할머니야. 쯧쯧쯧쯧!"   체구가 한국 남자치고 엄청 작고 몸놀림이 방정맞은 한의가 한국 여인치고 덩치가 엄청 큰 숙희의 손목을 번갈아 짚으며 하는 말이다. "기가 아예 없네, 없어."   "뭘 잘 안 먹어요." 운서가 곁에서 거들었다.   "언니 되시는 분은 외관으로 봐도 건강한데, 동생분은 영..."   한의가 맥 짚는 것을 마치고 백지에다가 그림을 슥슥 그리며 못 알아볼 필체로 휘갈긴다.   슥슥 그리는 그림이 알고 보니 사람의 신체를 대강 표현하고는 화살표를 찍찍 긋는다. 그 여러 방향의 화살표들 중에 하나가 그림에서 사타구니께를 가리키고는...   "자궁이 이래 약해서는 태아가 들어앉지 못해. 수정이 되어도... 곧 떨어지고."   한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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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일주일이 지나 몸에서 식중독 기운이 빠져 나갔다.그리고 그녀는 출근했다.그녀는 마치 공중을 걷는 듯 했다.그녀는 사무실에서 밀린 일거리를 처리하며 자꾸 운진이 가슴을 만진 것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내가 토해서 더럽혀졌으니까 딲아준 거지.   내가 쓰러진 김에 장난하려고 여기저기 만진 건 아닌 거야.   지금 얹혀 살고 있는 화원에 처음 들어가 봤을 때, 깔끔히 치워져 있었던 기억.   그는 몸단장도 늘 깔끔히 하고 다닌다.   그는 집에서도 의복을 다 차려 입고 지낸다. 오히려 그녀가 아무렇게나 입고 뒹군다.그래서 그녀가 토하고 쓰러졌을 때, 그가 발견하고는 일단 구급차를 부르고 나중에 그녀에게 묻어있는 오물들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물수건을 빨아가며 가슴 안에까지도 딲은 것이다.   하긴 ..

7-1x061 숙희의 마음

숙희의 마음   숙희는 구토는 멎었지만 속이 거북한 것과 입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참아야 했다.그녀는 일어날 기운 조차 없어서 계속 누워 있기만 했다. 물 한모금만 들어가도 일초도 안 되어 바로 나왔다.그래도 그녀는 운진의 청에 의해서, 아니, 강요에 의해서 물을 자주 넘겨야 했다.그의 말이 탈수 되면 큰일난다고.회사에는 운진이 대신 전화로 말해 놔서 안 나간다.운진은 만 이틀째 집에 안 가고 숙희를 들여다 봤다.   "앰뷸런스 사람들이 보건소인가에다 불평 신고 하라고 했는데... 안 했어요."   "..." 숙희는 무슨 말인가 했다.삼일째 되는 날이다.숙희는 이제 일어나 앉을 수는 있는데 어질어질하다.   "숙희씨, 영양실조죠?"   "..."그녀는 유방을 마치 어루만지듯 젖은 수건으로 딲고 지나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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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지난 해 윈터 브레이크 때 한국에 다니러 나갔다가 바로 돌아올 형편이 안 되어서 여태 못 오고 있다가 이번에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 있어서 돌아왔다고.여권에 찍힌 스템프와 비행기표 카본 카피를 근거로 제출했는데.학교에서 심사 후 연락한다는 말을 듣고 오는 길이다.그녀는 새로 얻은 중고 쉐볼레 차를 화원 쪽으로 모는 중이다.그녀는 한 가지 이해 못하는 것이 있다.   왜 집에서 엄마 아빠가 운진씨한테 꼼짝 못하는지.   그에게 소금을 뿌렸던 일이 큰 약점이라서?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일이 서로 한대씩 주고 받은 것보다 더 안 좋은 일이라서?영진은 화원 앞 주차장을 운진의 추렄과 동시에 들어섰다.그녀는 차에서 부지런히 내려서 추렄으로 다가갔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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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지난 해 윈터 브레이크 때 한국에 다니러 나갔다가 바로 돌아올 형편이 안 되어서 여태 못 오고 있다가 이번에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 있어서 돌아왔다고.여권에 찍힌 스템프와 비행기표 카본 카피를 근거로 제출했는데.학교에서 심사 후 연락한다는 말을 듣고 오는 길이다.그녀는 새로 얻은 중고 쉐볼레 차를 화원 쪽으로 모는 중이다.그녀는 한 가지 이해 못하는 것이 있다.   왜 집에서 엄마 아빠가 운진씨한테 꼼짝 못하는지.   그에게 소금을 뿌렸던 일이 큰 약점이라서?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일이 서로 한대씩 주고 받은 것보다 더 안 좋은 일이라서?영진은 화원 앞 주차장을 운진의 추렄과 동시에 들어섰다.그녀는 차에서 부지런히 내려서 추렄으로 다가갔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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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영진을 그녀의 집에다 내려주고.정화네에서의 저녁 초대를 어떤 핑게로 미루고.그리고 저녁에 화원에서 숙희와 자리를 마주 했다.   "이번에 복직한 이후로... 일은 괜찮아요?"   "일감이 점점 늘어."운진은 숙희의 그런 말이 맘에 참 안 든다. 게으른 것도 아니고... 콤플레인이 참 많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리퀘스트도 줄어들고... 커미쑌 많이 받는 고참들을 레이어프 시키고 하니까 신참 같은 나에게..."   "어쨌든, 뭐, 좋은, 다행이요,"   "그래서, 우디... 언제 결혼, 해?"숙희의 그 말에 운진이 흥 하고 웃었다.   "왜 그렇게 웃어?"   "제가 결혼에 환장한 놈으로 보입니까?"   "선 본대매. 선 보면 결혼하는 거 아닌가?"   "선 본다고 다 결혼합니까?'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