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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새엄마가 캘리포니아 있었을 때 알고 지냈던 남자가 써니를 통해서 연락을 하려나 봐."   챌리가 그렇게만 말했다. "새엄마 캘리포니아 살았을 때, 굉장히 불행했대..."   '굉장히 외로워 했구.'   '디프레쑌(우울증)에도 걸릴 뻔 했대.'운진은 거기까지만 듣고 그만 하라고 했다.챌리가 마지막 이 말만 했다.    "그래서 아빠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겼대."운진은 챌리를 집안에서 또 대할 기회가 생겼다.   "챌리 너는 그런 내막을 어떻게 잘 아는데?"   운진은 결국 부끄러운 질문을 딸에게 했다. "아빠인 나도 모르는 걸..."   "써니가 첨에는... 착했는데, 이제는 나빠졌어."   "나빠지다니?"   "새엄마를 흉보구... 아빠한테 자꾸 안 좋게 말하려고 하잖아."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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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에게 누이로부터 또 연락이 왔다. 설이가 또 휴가를 받아서 이번엔 남자랑 왔는데, 삼촌을 자꾸 봤으면 한다고.그래서 운진은 숙희에게 잠깐 볼일 좀 보러 나간다 하고 기회를 어렵사리 만들려고 했다.   "어디 가는데, 자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숙희가 불안해했다. "애들도 집에 없는데.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그래서 운진이 큰애 챌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누구 좀 만나러 가야겠는데, 엄마가 집에서 혼자 무섭다 하니 일찍 들어올 수 있느냐' 고, 그렇게만 물었는데...   "아빠, 혹시... 또 써니 와서, 만나러 가?"    챌리가 대뜸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맞어?"운진은 '참 신기한 일들도 많다' 하면서 시인했다. "응, 그래. 느이 새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는구나. 왜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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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숙희는 그렇게 서두를 꺼냈다. "애들 키우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그랬다가 다들 커서 따로들 나가 사니까 부부가 외롭고 허전하더래..."   "그렇겠지." 운진이 좋게 응수했다.   "그래 갖고, 글쎄, 그 부부가 오십이 다 되어 갈 때라던가... 부인이 임신을 한 거야."   "어이그, 주책바가지들!"   "오... 그게 주책이야?"   "주책이지! 손자 손녀 볼 나이에 애를... 남들이 웃겠소."숙희는 망설여졌다. '이 이가 이렇게 나오면 곤란한데...'   "그래서... 낳아 기르고 있대요?"   "뭐, 말로는 그 집 보물이라구... 덕분에 부부 금실도 더 좋아졌다나 어쨌다나."   "그... 럴까? 늦으막에 막내 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더니... 그래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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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피자라는 단어만 들었는데 갑자기 속이 미식미식거리기 시작했다.   "비켜 봐라!"   숙희는 양팔을 빼고 일어났다. "아빠 피자 왔나 가 봐."두 딸은 헝클어진 머리 때문에 일어나 앉았다.숙희는 화장실로 내달았다. 피자는 숙희가 잘 안 먹는 것 중에 하나이긴 한데 이날 따라 갑자기 말만 듣고도 마치 급체처럼 속이 뒤틀린 것이다.   '어머! 이게 그 입덧이라는 거 아냐?'숙희가 헛구역질을 하고 물을 트는데 킴벌리가 들어섰다. "맘. 유 오케이?"   "오, 너 참, 탬폰 달라 했지?"킴벌리가 약장 캐비넷 안에서 탬폰을 찾았다. "엄마, 이거 안 써?"저 아래서 현관문 여닫히는 소리가 났다.   "피자 왔다!"챌리가 외친 소리였다.숙희는 호흡을 얼른 참았다.킴벌리가 탬폰 포장을 뜯으며 샤워 스톨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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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의사로부터 임신이 틀림없고 태아의 심장 박동을 찾았다고 들었을 때 하마터면 만세를 부를 뻔했다. 배란기가 끝나갈 무렵에 섹스를 가진 것이 명중했나 보다고.   "축하해 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의사가 소노그램에 나타난 윤곽을 프린트해서 넘겨주었다. "결혼할 거라는 말은 들어서 알지만, 원하는 임신이예요?"   "네!" 숙희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어쩌면 그 큰 소리로 대답하는 심정이 숙희의 본심인지도 모른다. 여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적어도 한번은 엄마가 되어보는 것이 소원 아닐까? 하느님이 또 그렇게 만드신 게 여자.숙희는 동생 공희가 불편한 몸에 아이들을 넷씩이나 낳아서 쩔쩔매는 것을 볼 때마다 미련한 짓이라고 혀를 차곤 했는데, 어쩌면 은근히 바랐는지도 모른다.남의 다 큰 딸들을 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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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 구금이 조기에 풀리자 운진이 일부러 숙희와 동행하며 여기저기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 그자들의 눈에 안 들어갈 리가 없었다.공원으로. 샤핑 몰로. 그리고 한인들만 출몰하는 음식점으로.그러나 운진의 눈은 어딜 가든 주위를 날카롭게 살폈다. 아내 모르게.숙희는 남편의 마음이 풀어져서 같이 시간을 내는 것인가 하여 그저 좋았다.   자연 알트의 분노가 점점 더해갔다.   '누군가가 나서서 저 둘을 훼방놓아야 쑤를 외톨이로 만들어서 붙잡아올텐데.'싸이코란 자가 누누히 말했었다. '엉클 운 제이를 절대 얕보지 말라고...'   숙희에게 엉뚱하게도 원자력 발전소를 매입한 콘솔리데이숀 그룹에서 러브콜이 왔다.예전에 제레미의 부탁으로 같이 작업했었던 파트너가 소개한 것이라고.물론 그녀는 좋게 사양했다.   "벌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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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운진은 비운 글래쓰를 미니 바에 딸린 싱크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지하실 구석으로 굴러가서 멈춘 글래쓰를 집어다가 역시 싱크에 넣었다. "이미 착수한 모양이군."그런 다음 그는 아내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윗층으로 통하는 문으로 갔다.숙희는 그의 행동을 잠자코 지켜봤다. 나더러 이미 착수했다고?운진이 문을 사용하여 사라졌다.숙희가 한참 궁리한 후에 윗층으로 올라와 보니 운진은 리빙룸에도 이층에도 어디에고 안 보였다.   '뭐 하자는 거야?'숙희는 다이닝룸 식탁에 놓아두었던 셀폰을 아주 우연히처럼 들여다봤다. 그 동안 받지 못한 콜이 있다는 글자가 스크린에 떴다. '아담!'그녀는 스크린을 지우고 남편의 셀폰 번호를 찾아서 콜 버튼을 눌렀다.삘리리리 삘리리리 조금 떨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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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너무 취했나 봐."   "흥! 또 비굴하게 나오는 거 봐라. 술 마시는 거 눈으로 보면서." 운진이 숙희를 외면했다.   "자기! 암만 술이 취했어도 나한테 말조심 해."   "내가 술 취하면 말조심 안 하고, 말짱하면 말조심 하던가?"   "나 먼저 올라갈께. 여기서 또 자지 마."   숙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진정을 하든 항의를 하든 공판에 나갈께."운진이 숨을 거칠고 길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 후욱! 하고.   "자기는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뭐라구?"   "내가 어떻게 하면, 자기가 화를 안 내느냐구."   "이미 말했지? 그 새 잊었어도 반복 안 하겠소."숙희가 입술을 꼭꼭 깨물면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여태 내 회계사가 내 허락도 없이 돈을 자꾸 돌렸는데, 그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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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남편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술기가 잔뜩 오른 운진의 얼굴은 붉다 못해 검었고, 그의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이글거리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나한테서 원하는 거... 해 줄 수가 없소."   "내가 자기한테서 원하는 게 뭔데. 알어?"   "당신의 총알받이."   "나의, 뭐?"   "이제 곧 돈 달래러 다들 몰려올 텐데, 그 앞가림을 나보고 나서서 하라 할 거 아냐!"   "내가 자기 인벌브 안 시킨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당신 다 하라고, 난 나간다잖아."   "헤어지자는 거야?"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시키나!"   "왜 자꾸 헤어지재..."   "필요없어! 어차피 이용할 계획으로 나한테 와서 결혼한 거, 처음엔 내가 도움이 못 되어 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

pt.3 6-1x051 엉뚱한 회사 인수

엉뚱한 회사 인수   '공판에 증인으로 못 나가면 제프가 당연히 풀려난다고 아는 이 이의 속이 정말 어디까지일까?'숙희는 지하실로 내려가 버린 남편이 슬슬 두려워진다. '나더러 어느 쪽이냐니. 제프가 풀려나오길 바라느냐 형을 제대로 받고 정식 구류를 살기 원하느냐 둘 중에 하나라고.'   '심지어 생필품도 사러 못 나가게 센서에서 이십 야드를 못 벗어나는데. 제프의 공판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그 날 하루만이라도 해금시켜 달라 하란 말이잖아.'   당신은 제프가 풀려나기를 바라는 거 아냐?남편이 쏘아부치듯 던진 그 말이 숙희의 간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암만 봐도 보통은 아닌 게 틀림없는데. 왜 은근히 바보인 척 하지?'   이래서 당신을 못 믿겠는 거야!운진의 그 말이 숙희의 귀를 여전히 쟁쟁하게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