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77

pt.3 4-10x040

숙희는 남편 곁에 더 다가가 앉았다.    "나 힘들게 살아온 거 알면... 나한테 좀 잘 해주면 안 돼?"   "일찍 올라가서 쉬재매."   "그런데?"   "그래서... 방에 데려다 주려고 일어서는 사람을 도로 앉히고 뭐라 했나?"   "방에... 데려다 줘? 내가 어린애야?"   "혼자 올라가라 하기가 좀 그래서... 데려다 주려고 했지. 아니면 관두쇼."   "자긴, 참..."   "이번엔 또 뭔가?"   "왜!"숙희가 소리를 지르니 운진은 그녀를 쳐다봤다. "..."   "아냐. 또 나 혼자 자격지심으로 그런 건가?"   "당신 먼저 쉬러 올라가는데 나도 꼭 같이 가서... 잠이 안 와도 같이 누워있어야 하나?"   "그래 주면 또 안 돼?"   "그럽시다, 그럼. 당신 먼저 잠들고 나 내려와서..

pt.3 4-9x039

운진의 손이 숙희의 스테이크 위에다 스테이크 소스 병을 흔들어서 부지런히 덜어준다.   "참, 자기!"   "예스."   "좀 있으면 챌리 생일이야. 알고 있어?"   "오, 그런가?" 딸 얘기가 나오니 그의 얼굴 표정이 펴졌다.   "뭐... 선물할 거 생각해 놨어?"   "당신이 알아서 좀 해 주지?"   "그래? 알았어."숙희가 새 고기를 썰으니 소스 병이 노출된 살코기 위를 지나갔다. "잘 구웠다아! 자기, 음식 잘 하네?"   "내가 하나? 오븐이 하지."   "흐흐. 그래두."   "탄 거 서브하면 안 좋을까 봐 그거 맞추느라 애 좀 썼지."   "탄 거, 몸에 안 좋지?"   숙희는 그 말을 하면서 가슴이 저려왔다. "그래..."   그 날 저녁, 챌리가 귀가하자마자 이층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pt.3 4-8x038

숙희는 개리가 말한 것처럼 남편과 돈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이 의외로 빨리 온 것에 놀랐다.   '그를 택하려면 돈을 포기해야 한다.'그렇게 되면 젊은 청춘을 알트에게 놀아나며 호화스러우면서도 비참하게 보낸 댓가로 빼앗은 돈이 날아가고 무일푼 오운진이란 사내와 남는다.   '이 나이에 바닥부터 생고생을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끽 해야 배운 거라고는 술가게 운영인 남자를 바라보고 하루하루 매상을 물으며 가계부를 적어가며 그렇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부르는 데로 찾아가서 숫자 작업만 해주면 목돈이 생기는데.'그런데 돈을 택하려면 그를 포기해야 한다.이제 와서 알트에게 항복하고 돌아가 본들, 돈을 돌려주면 아마 감쪽같이 처치할 것이다. 그 옛날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백인 ..

pt.3 4-7x037

챌리가 아빠를 설득하려 들었다.   '왜 새엄마를 지금의 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느냐' 고.   '왜 먼젓 엄마 만큼도 사랑하지 않느냐' 고.운진은 딸에게 흉한 표정꼴을 보여주기 싫어서 눈을 감았다.   "주니어 대디의 조사가 다 끝났대. 새엄마에 대해서..."   "얼른 출근해라."   "나 출근한 뒤에 아빠, 다른 데 나가면 안 되는데..."   "세틀먼트 할 때까지 어디 가 있을 데를 알아봐야지."   "아빠!"   "어서 출근해라. 늦겠다."   "아빠가 암만 그래도... 새엄마는 이혼, 안 할 거야. She can't. (못 하지.)"   "챌리야. 어서 출근하라니까?"   "아빠가 집에 있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나라도 집에 있을려구."   "왜애."   "새엄마를 노리는 사람들이 주니어 대..

pt.3 4-6x036

운진은 먼동이 터오느라 현관문으로 엷은 빛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달리 선택없이 그 빛쪽을 눈이 아프도록 응시했다.윗층에서 챌리나 킴벌리가 깨는지 인기척이 났다.   "애들..."   운진은 애들이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니 숙희더러 얼른 올라가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이제는 서로에게 솔직합시다."숙희가 아파오는 머리를 손으로 지탱하다가 처들었다. "뭘 더 솔직히?"   "나... 당신하고 더 이상 못 살겠소."   "자기!"   "나... 무슨 어린애 소꿉장난도 아니고, 뉘집 똥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돈 이십억불을 훔쳤다, 그것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듣고 싶지 않소."   "자기만 내 곁에 있어주면 다 버린다잖아. 자기! 제발..."   "아니!... 버리건 말건 당신 자유요. 나..

pt.3 4-5x035

운진은 방으로 올라가는 게 싫어서 리빙룸 소파에 누우려 했다.숙희가 얼른 앉으며 그로 하여금 못 눕게 하는 건지 아니면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우라는 건지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운진은 눕는 대신 앉았다.   "근데 자기는 내가 버지니아에 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숙희가 그의 손을 찾아서 잡으려고 했다.운진이 손길을 피했다. "몰라!"숙희는 무안해진 것을 감추려고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챌리 보이 프렌드가 가르쳐 줬나 부지? 아까 주니어 어쩌고 했잖아."   "당신에 대해서, 아니, 과거 당신이 어떤 여자였었는가에 대해서 온세상이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나에 대해서 뭘?"   "알고 싶지 않소. 말하지 마시요."   "그러면서 왜 자꾸 요리 묻고 조리 묻고 하는데?"   ..

pt.3 4-4x034

"버지니아에서 집으로 올 때 차로 우리를 어떻게 하려던 그치들, 당신이 처들어 올까 봐 무서워 하는 그 월래스의 쫄따구들인가?"   "쫄... 따구?"   "똘마니들이냐구."   "똘마니가 뭐야?"운진이 눈을 감고 고개를 두어번 끄떡이다가 도로 떴다. "그래. 그런 단어 못 알아듣는다 치고. 당신은 내가 어떤 이름을 언급했는데. 즉 월래스란 이름을 직접 말했는데. 그것에 대한 반응이, 당신이 못 알아듣는 단어에 집착하는 그런 비겁을... 언제까지 보일 거요?"   "왜 나한테 그런... 내가 뭘 비겁해, 자기!"   "누가 사람을 시켜서! 당신을 어떻게 하려고! 버지니아에까지 알고 와서 기다렸는데! 당신, 그거 몰라?"   "아아. 자기가 사고낼 뻔 했던 그 차..."    "안 봤어?"   "뭐를? 내..

pt.3 4-3x033

숙희는 지난 날을 제발 묻지 말라 지금부터라도 잘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울었다.   "당신 어느 정도로 형편없는 여자였었어? 얘기하지 못 할 정도로?"운진이 그렇게 빈정거리듯 말해도 숙희는 고개만 저으면서 울었다.   "제발 묻지 말아 줘. 앞으로는 모든 거 다 말한다고 했잖아. 제발 묻지 말아 줘."숙희는 운진과 살면서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때처럼 콧물 눈물 침이 범벅된 모습을 보이기 처음이었다. 빨가벗겨져서 가죽 혁대로 맞아도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았었는데.그렇게 숙희는 운진에게 죽을 힘을 다해서 매달렸다.   '그래... 과거에는 남자들 많이 바꿔 가면서 사귀었어. 하지만 자기랑 결혼하고 나서는 절대 한눈 팔지 않았어. 며칠 나가 있었던 동안에도 아무 일 없었어.' 그 거짓말이 그녀의 입 밖..

pt.3 4-2x032

운진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숙희를 자꾸 고쳐 앉혔다.    "이제는 말하라니까?"운진의 그 고함에 숙희가 대답 대신 소파에서 일어서려 했다.그것을 운진이 잡아 앉혔다. "당신의 과거를 말하라는 게 아니요.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첫째, 당신 같은 이가... 뜬금없이 나 같은 놈을 찾아와서 결혼하자 한 진짜 이유요."   "말했잖아. 자기를 늘 그리워 했다고."   "그런 불쒯(bullshit) 같은 말은 이제 소용없고!"   "무슨 말이 듣고 싶은데?"   "나를 당신 곁에 계속 붙잡아 놓는 이유."   "자기이!"   "이건, 묵은 사랑이 되살아 나서?... 그런 게 아니요. 당신이 나와 결혼을 했고, 명실공히 부부인데... 의심스러운 행동을 전혀 의식없이 하는 것 같고. 이렇다 저렇다 설명도 없이 ..

pt.3 4-1x031 집을 나가자

집을 나가자   '그 여자가 그래서 나한테 말은 못 하고 늘 불안해했구만!'    '돈을 훔쳐. 그것도 한두푼이 아니고, 투 빌리언?' 운진은 손가락으로 꼽기 시작했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 영이 아홉개. 십...억.'   "씨발! 뉘집 개새끼 이름이야? 이십억불? 놀구들 있네!"운진은 집 앞에 다 와서도 얼른 내리지 않고 차의 발동은 놔두고 헤드라이트만 끈 채 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었다.집은 불들이 다 꺼져있고, 현관문 유리를 통해 리빙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투 빌리언... 저 여자 미친 여자 아냐? 그런 돈이 뭐에 필요해서 훔치고는 저리 난리야...'운진은 차의 시계가 새로 세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서 차의 발동을 껐다. 그가 차 열쇠를 뽑자 차 안의 불이란 불은 모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