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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운진은 실로 오랫만에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그는 술이 오르니 영아에게 거북스러웠던 감정이 가셔지고 자연 말이 많아졌다. 그는 형록에게 영아의 장점들을 강조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칭찬을 많이 했다. 운진은 그제서야, 그렇게, 영아를 마음 속에서 작별했다. 영아는 시종 침묵이었다. 형록은 연신 좋아했다. 챌리와 킴벌리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저들끼리 계속 호호대고 킬킬거렸다.챌리가 제 앞에 놓였던 소줏잔을 두번에 걸쳐서 비웠다. 그리고 킴벌리가 챌리의 빈 잔을 입에 대고 한방울이라도 떨어지라고 연신 털었다.형록이 킴벌리가 갖고 까부는 잔에 소주를 부어주었다.   운진은 아파트로 돌아와서 영아가 운전하는 형록의 밴을 보내고, 두 딸을 어깨동무하고 걸었다. 어느 새 챌리에게서는 여자 냄새가 풍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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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마치 뭘 안다는 듯이.   “괜찮아, 임마. 니네 아버지 치킨이라 암말도 못 해.”   “누가 치킨이냐, 임마! 너 내 딸한테 뭔 짓 했냐?”   “뭔 짓은, 씨발, 내가 죽고 싶으면 뭔 짓은 못 해? 이 옆에 있는 영아씨한테 물어보슈.”   “아이고오, 우리 인제 큰일났다!” 영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챌리야. 너 술 먹냐?” 운진이 큰애에게 물었다.   “아, 아뇨! 저 아저씨가 장난하는 거예요, 아빠.” 챌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너 미쳤냐, 임마? 열아홉짜리 한테 술을 멕이구!”   “열아홉은, 씨발, 스물이지. 그리고, 내가 멕였수? 이모가 멕였지?”   “허엉?” 운진은 영아를 쳐다봤다.   “에이구! 같이, 못, 다, 니겠네!” 영아가 형록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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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다시 챌리와 킴벌리를 돌아다봤다.챌리는 시트 등받이에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킴벌리는 어디서 났는지 헤드폰을 쓰고 여기저기 밖을 내다보며 흥얼거리고 있었다.운진은 챌리에 대한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애가 혹시 우울증은 아닌가? 그러면 큰일인데…’차가 어디엔가 갖다 대어지고 멈췄다.킴벌리가 제일 먼저 내리고 운진이 내린 다음에 챌리가 조심히 내렸다. 챌리는 주저하는 기색 같았다.형록이 영아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내가 쏘겠소, 형님!”형록의 그 말에 영아가 어깨를 털어 그의 손을 치우게 했다.영아가 형부를 얼른 봤다.뒤따라 들어가는 킴벌리가 좀 묘한 표정으로 아빠와 이모를 번갈아 봤다.챌리가 몸으로 동생 킴벌리를 밀었다. "Go!"   식당 안은 늦은 시간인데도 의외로 사람들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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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록이를 보고 놀랜 이유는 뭐요?”    운진이 영란에게 물었다. "누구 비슷한 사람이 어디 또 있나 보지?"   “응, 아니, 저어, 난 딴 사람인 줄 알고.”   “누구?”   “아니, 있어요. 금, 애들이랑 저녁 잘 먹고 와요.”   “무슨, 할 말 있소?”   “얼릉 가요. 내 나중에 연락할께.”   “그러든지.” 운진은 같이 가자고 권유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사뭇 냉정한 척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제 엄마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이 때 만큼은 운진 자신도 피하고 싶었다.    ‘우린 이혼한 사이잖아. 자꾸 어울리면 장난도 아니고 아이들한테 혼란만 줄 것 같애.’운진은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영란과 운진이 떨어지는 기색이자 하얀 밴 한대가 휙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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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벌리가 아빠더러 얼른 씻으라고 재촉하며 수화기를 받아갔다.   “하이, 이모. 아빠 샤워, 오케이?”   "그래. 알았어."킴벌리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아빠의 등을 밀어 목욕실로 갔다.운진은 작은애에게 아주 조심히 물었다. “Are you okay? (너 괜찮어?)”   “Me? Yeah, I’m fine. (나? 응, 난 좋아.)”   “I’m sorry for all the troubles. (모든 말썽에 대해 미안하구나.)”   “It’s okay. We knew you are innocent. (괜찮아. 우린 아빠가 결백한 걸 알고 있었어.)”   “오케이.”사실 처제를 건드리고도 강제가 아니었다는 결백을 받았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오케이는 아니다. 아파트는 욕조에 문 다는 것이 불법이라도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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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와서 챌리는 계속 울기만 했다. 킴벌리는 그녀의 옆에 앉아 등을 어루만지기만 했다. 아빠 운진은 베란다에서 주차장을 내려다보며 챌리의 울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걸 감지하고 소파로 와서 두 자매와 나란히 앉았다. 킴벌리가 무슨 말 좀 하라고 아빠를 눈짓으로 재촉했다.   “챌리야.”아빠의 부름에 챌리는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이젠 흐느낌으로만 어깨를 들썩거렸다.   “나 말야, 네가 필요해. 킴벌리 언니잖니. 내가 너의 아빠냐 아빠 아니냐를 떠나서 킴벌리가 너를 필요로 해. 그렇잖니, 내가 이제야 너희들 얼굴을 가까이 보지, 언제 볼 새가 있었니? 난 맨날 가게에만 나가 있었잖니. 사실 킴벌리는 네가 키운 거지.”챌리의 백 속에서 셀폰이 울었다.챌리는 가만 있고 킴벌리가 언니의 백을 뒤져 셀폰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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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와서는 아빠의 목을 얼싸안았다. 그리고 언니를 손짓으로 불렀다. 챌리는 오지 않고 제 자리에 서서 울기만 했다. 운진은 자신의 소송을 맡은 변호사와 굳은 악수를 하고 영란의 변호사와도 악수를 했다. 영란은 고개를 외로 꼬고 운진을 외면했다.  방청석의 반은 채웠을 그녀의 친정 식구와 친척들이 운진을 노려봤다. 물론 그 속에는 장인 최 장로와 영호가 빠졌다.      운진이 복도로 나가는데 그의 어깨를 툭 치는 손이 있었다. 그가 돌아다 보니 형록이었다.운진은 형록의 손을 움켜쥐고 그를 얼싸안았다. 그가 너무 고마워서 말은 안 나오고 그저 그를 계속 끌어안았다. “와 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형록의 뒤에서 영아가 킴벌리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운진은 저도 모르게 영아에게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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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always calls me when he’s on his way home. He asks me if I wanna eat something. I tell him what I want, and he never missed my food order. (그는 늘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를 해요. 나한테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요. 내가 원하는 걸 말하면, 그는 절대로 내 음식 주문을 놓치지 않았어요.)”   “So you are happy about that. (그래서 너는 그것에 대해 행복하지.)”   “Yes!”    “How was it when with your mom? (네 엄마와 있었을때는 어땠니?)”   “We had to eat pizza all the time, forcefully.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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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trying to get the answer that you want the audience to hear. (당신은 청중이 듣기 원하는 대답을 얻으려고 하고 있어요.)”킴벌리가 그렇게 쏘아부치자 판사가 혀를 차서 주의를 주었다. “You only answer his question or stay silent. (너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잠자코 있으라.)”   “What was your question again? (당신의 질문이 뭐였죠?)” 킴벌리가 나이 열여섯에 걸맞지 않게 비웃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변호사를 쳐다봤다.   “I asked... how many times... your daddy joined, your, party! (난 네 아빠가, 네 파티에, 몇번 참석했나 물었어..

pt.1 17-1x161 야비할 데 없는 이혼 소송 재판

야비할 데 없는 이혼 소송 재판   11월 중순들어 이혼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장외 합의로 하자는 운진측의 요청을 영란의 친정에서 재판으로 몰고 간 것이다.그것에는 물론 영호의 짙은 간섭이 있었다.   운진측의 변호사가 영란의 부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영란은 묻는 말에 순순히 시인했다. 그녀는 바람핀 상대와 시간과 장소등을 태연하게 말하고 그 이유를 남편의 무능으로 돌렸다. 그는 장사에만 온 정신이 가 있고 가정이나 가족을 등한시 했다고 밀어부쳤다. 아이들 학교에서 장기자랑이 열렸을 때 엄마만 갔고 아빠는 관심도 없었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영란측의 변호사는 운진을 처제와의 부정에 대해 파고 들었다. 아니.거의 강간쪽으로 몰고갔다. 그러나 증인으로 불려나온 영아가 강간을 부인했다. ‘형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