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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운진은 그 푸드 코트에 또 갔다.그는 책방 여인이 손님에게서 주문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또 숨어서 밖으로 나왔다.그가 전날의 그 시간대를 잘 맞춘 덕에 남자가 그녀를 데릴러 와서 마구 대하는 광경을 또 목격했다. 그녀는 운진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분위기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남자의 거친 행동에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따르기에 바빴다.   '내가 힘만 있었던들. 저 자식을 보기좋게 후려 갈길 텐데... 얼마나 멋질까...' 운진은 멋있는 장면을 눈 앞에 그렸다. 그런데 몸은 기력이 없다.그 날도 그들이 탄 차는 거칠게 출발했고, 여인은 역시 시트벨트를 매느라 허둥거렸다.   '네시면 퇴근하는 모양이군...'운진은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다.이 날은 숙희에게서 일찍 끝났냐는 전화 연락이 오지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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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술 하려구?" 숙희는 제 딴에는 그래도 말을 좋게 이어보려고 그렇게 또 물었다.   "그럼. 쏘주를 뭐 하려구 달래나? 노나, 그거 갖고?"   "자기..."   숙희는 들여다 보려고 쥐고 있던 메뉴를 내려놨다. "자기, 왜 그래, 갑자기?"운진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다른 곳을 봤다. 에이, 십할! 소리가 그의 입에서 조그맣게 나온 것 같았다.숙희는 제대로 들은 건지 잘못 들은 건지 판단이 서지않아 남편의 안색을 살폈다. 이 이가 갑자기 왜 이러지?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나? "참! 애들 못 불러. 걔네들, 누구 만나서..."   "그럼, 그냥 가자구!" 운진이 벌떡 일어섰다.숙희는 밥은 그럼 하며 따라 일어섰다.   둘의 언쟁은 집에 와서 결국 터졌다.   "자기 나한테 왜 이래?" 숙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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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여인네들이 향수를 바꿀 때는 무슨 계기나 심경에 변화가 있어서라기보다는...여보. 당신 아무개씨 마누라 향수 냄새 맡아봤어? 하고, 물어서 남편의 반응을 보지 않나.   좋지! 그거 cK래. 나도 하나 사 써볼까?그래서 득달같이 나가 사지않나.난데없이 마누라가 향수를 바꾼 것까지는 좋은데.누구한테서 선물 받은 거야 한 것까지도 좋은데.그 향수를 선물했다는 자가 마누라가 일을 시작한 새회사의 부사장인지 머시기인지까지도 봐주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숙희처럼 카드를 노출시켰다가 슬그머니 치워서는 약장에다 깊숙히 숨겨놓는 행위는...      그녀가 왜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나갈까 하고 은근히 불만을 표하니까.남편이란 이의 대꾸가 나도 아이 원더요 즉 나도 의문이요 하고 대답한 것을 숙희는 못 알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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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물론 아내 숙희에게서였다.    "오늘도 그저 그래?"   "그러네."   운진은 시쿤둥하게 대꾸하고는 저 혼자 들켰을까 봐 놀랬다. "진짜 불경긴가 봐."   "그럼, 그냥 일찍 들어오지?"   "일찍, 들어, 오지? 집이야?"   "응!"운진은 차의 시계를 얼른 봤다. "오늘은 웬일로 이 시간에 집엘 다?"   "오늘은 미팅만 했어. 바로 들어올 거야? 우리 먹으러 나가자."   "그... 오케이."왜 말이 부드럽게 나가지 못 할까... 늘 불만인 사람처럼 무뚝뚝하게. 아니. 무뚝뚝한 사람의 말은 특징이나 매력이라도 있지, 퉁명스럽게 던지는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하게 만드는데.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그게 왜... 잘 안 될까... 헤어질 때는 헤어지더라도...운진은 차에 도로 타고 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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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가 그녀를 접촉한 경위와 제법 큰 규모의 회사인데 예산 삭감으로 다시 흑자로 돌아서도록 구원 작업을 해 주는 이들을 한번도 들여다 보지않는 그 회사의 사장이란 자가 누굴지... 숙희는 궁금해지는 요즘이었다.이 회사에 대한 작업이 끝나면 합병 내지는 매수 대상자를 물색해줘야 하는데... 숙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직접 인수.이 회사는 헛점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 헛점만 보완하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적자를 천천히 모면하고, 멀지않아 본전으로 상승했다가 적어도 5월이면 흑자로 돌아설 것도 같은데.   숙희는 제레미의 회사의 지사사무실을 부지런히 나서며, 남편을, 아니, 남자를 가장 빨리 안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섹스라는 생각을 다시금 굳혔다. 그리고 남편의 심사를 가라앉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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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숙희대로 선물한 이의 성의를 생각해서 뿌리고 나왔지만 굉장히 꺼림직한 심정이었다. 남의 남자에게서 향수를 선물 받는 자체가 무얼 의미하는지 깜빡했다고 변명할까?하긴 그녀는 전에부터 화장품이나 향수 따위를 그녀의 돈이나 손으로 제대로 사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거의 대부분 남자들로부터 선물을 받았었다. 무슨 날 무슨 기념 등등에 맞추어서 이놈저놈 다투어 선물 공세를 해 왔었다.심지어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너무 야해서 민망할 정도의 속옷도 받았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선물을 한 남자를 만나러 나갈 때는 알몸에다 걸쳤었다.그러면 그 야한 속옷을 선물한 자가 몹시 좋아하며 그 야한 속옷을 벗기고...그러나 이제는 임자가 있는 몸인데, 남의 남자가 선물한 향수를 몸에 뿌리고 남편 옆에 누었었다니 숙희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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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특히 아내들이 향수를 사려고 고르면 배우자가 동의하는 향을 선택하지않나?전에 영란이 남편의 향수를 고르며 아마도 수십가지를 다 꺼내보라고 했던 것 같다. 하도 맡아서 코의 감각이 죽은 운진에게 이것저것 뿌려주며, '좋아? 맘에 들어?' 하고, 일일히 물었는데...결국 영란이 좋은 것 같다 하고, 운진도 무난할 것 같은 폴로로 낙찰봤지만.그런 다음 영란은 불란서제 향수 코너에 가서는 '나 이거 산다? 냄새 맡아 봐' 하고, 남편의 코에다 들이밀었다. 그래서 남편도 향내가 좋은 것 같다고 해야 사곤 했는데...   숙희가 늘 써오던 향수는 운진에게 두통을 유발하지만, 딸들의 말에 의하면 웬만한 사람은 만져보지도 못 하는 아주 비싼 종류라고 했다. 그래서 딸들이 간혹 훔쳐 뿌리곤 했는데.그리고 그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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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리가 계속 늦게 들어오는데, 차라리 보내지?"    숙희가 말했다. "나이 충분하잖아."   "여태 남자 친구와 같이 있다 오는 건가..."   "아직 외박은 못 하고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있다가 오는 거겠지."   "당신이 말해 보시요...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하고 얘기를 하겠지."   "우리만 오케이 하면 저쪽 집에서 당장이라도 데려갈 것 같이 굴던데."   "챌리 의사가 더 중요하지..."운진은 하마터면 습관처럼 등 돌리고 누우려다가 스스로 놀랐다. 그래서 천장을 보고 누었는데, 숙희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쟤네들 보내기 싫어서 그러지? 보내고 나서 쓸쓸할까 봐?"   "쓸쓸하기는... 숙희씨가 있는데."   "난 쓸쓸할 거 같은데?"   "숙희씨가?"   "그 새 정들었잖아. 애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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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그 여인과 섹스했던 상상을 그리며 위스키 잔을 입으로 가져 가다가 놀랬다.숙희가 잠옷 바람으로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여기서 자기 혼자 기분 내?"   "오! 와인이 입을 베려놔서."   "나두. 자기, 나두 한잔 주라."   "오!"운진은 얼른 일어나서 술을 진열한 곳으로 갔다. 그는 벌써 걸음이 비틀거렸다.   둘은 위스키 잔을 가볍게 부딪고 두어 모금 입에 넣었다.숙희가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꺼냈다.    "좀 오래 됐는데, 우리 결혼하기 전에, 자기... 혹시, 사범님한테서 연락 받은 적 있어?"   "김 선생?"   "응."   "우리... 결혼하기 전에... 그랬을... 걸?"   "근데 왜 안 물어봐, 나한테? 사범님이 왜 자기를 찾은 거에 대해서?"   "그 때... 별루 말..

pt.2 14-1x131 숨기는 본심들과 모순된 대답들

숨기는 본심들과 모순된 대답들   그가 집으로 가니 집 앞에 차가 꽉 찼다. 숙희의 벤즈. 챌리가 남자로 부터 받은 벤즈. 키미가 모는 죽은 제 어미의 렠서스. 그의 눈에 익은 챌리 남자 친구의 외제 스포츠 카 그리고 낯설은 외제 차 한대가 더 세워져 있다. 운진은 그의 벤즈를 길 가에 세워야 했다.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났다.딸들의 까만 머리가 보이고, 노랑 머리 그리고 짧게 깎은 남자 머리가 보였다.   "아빠!"   "하이, 대디!"딸 둘이 반가히 아는 체를 해 왔다.   "오, 하이!" 운진은 손만 흔들어 주고 눈으로는 아내를 찾았다.챌리가 이층을 가리켰다. "She's in the shower. (그녀는 샤워 중이야.)"   "대디?"   킴벌리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