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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만 이틀째 들어오지않는 숙희에게 최종적인 말을 하자고 마음먹었다.첫날은 한밤중에 집 앞에서 웬 놈과 포옹을 하질 않나.그 길로 외박해서는 아침에 속옷이나 갈아입으러 들른 것이 고작. 이제는 전화도 불통이다. 통화 중도 아니고, 신호도 안 가고, 곧바로 페이지를 하겠느냐 보이스메일에 메세지를 남기겠느냐는 안내만 나온다. 그렇다면 셀폰이 꺼져 있거나 배터리가 죽었다는 말인데...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디서 사고라도 만났나 그래서 연락이 통 안되나 하는 걱정도 든다.   숙희의 백은 다른 방에 놓여져 있고, 그녀의 셀폰은 그녀의 백 안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녀의 셀폰은 백 속에서 혼자 울리다가 말다가 하면서 배터리가 소모된 상태이다.그녀가 남자 파트너와 함께 보고서 만드는 방은 긴 테이블만 덩그라니 놓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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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커피를 더 타오면서 제레미가 옆읫 복도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뭔지 종이를 잔뜩 들고 갔다.   저... 그녀는 그를 부르려다 말았다. 오늘은 집에 가서 쉬고 내일 나오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려다 말았다.그런 질문이라도 하게 되면 자연 말이 연결되어 길어지고. 그가 프로포즈한 것에 대해 연구해봤느냐고 또 묻기라도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복도에 서 있는 그녀를 같이 작업하는 파트너가 지나치면서 하이! 했다.그 바람에 숙희는 커피컵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놀랬다.그래서 핑게거리가 생겨났다.커피를 옷에 흘려서 옷 갈아입으러 집에 가야겠다는.   그런데 제레미가 옷 버린 정도는 상관없다고 일이나 빨리 마쳐달라고 요구했다.이 핑게 저 구실로 길게 끌다가는 그 회사 직원들이 그렇지않아도 낯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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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숙희에게서는 어떤 목적이나 이유로 결혼하자고 거의 강제적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지금 이 싯점까지 그녀는 남편이 칼에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 같은 기간 동안 어디 갔다가 온 것과 새로 일 나가는 회사에서 툭 하면 밤샘 작업을 하고. 새 향수를 뿌리고.그리고 집 앞에서 외간 남자와 포옹까지 한 것에 대한 해명이 없다.   조금만 더 참자! 애들이 자립하거나 아닌 말로 시집을 갈 때까지만 그냥 살자.   흐! 십할! 이런 걸 두고 뭐라고 하지? 정략 결혼은 아니고, 계획적?   어쨌거나 그 때까지만...운진은 그래도 제법 건진 주문 내역을 창고에 넘기고 회사를 나섰다.   너는 숙희랑 왜 사냐?   난 왕년에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졌다가 이십 몇년 만에 다시 만나 못 다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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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떤 규모로 감원할 것인가 의논이 끝났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시킬 블루프린트를 도표로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공정을 파악한 또 한명의 전문가와 같이 초읽기에 들어가서 연일 밤샘을 해야한다.그 청사진을 보여줘야 부사장이란 이가 공식 발표를 하는 것이다.지금 일반인의 접근이나 출입을 완전 통제한 컨퍼런스실(室)에서 다른 파트의 남자와 숙희는 커피를 여전히 물처럼 마셔대며 컴퓨터가 부서져라 하고 두들겨 대고 있다.부사장이란 이가 직접 마실 것 먹을 것들을 날라다 준다.행여 뭇사원들이 눈치채고 미리 동요가 일까봐 우려해서.부사장이란 이가 숙희에게 아직도 좋은 의미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단 숙희가 이번 프라젴트만 끝나면 손 볼 작정인 것을 전혀 모른 채.나한테 감히...널 손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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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짬짜, 짬복밥... 되게 어렵네!   "십일불 오십전이요."   그녀가 계산기 너머로 손을 내밀고는 안에다가 소리질렀다. "짬볶밥, 우노!"   "씨!" 사람은 보이지않고 대답하는 목소리만 들렸다.운진은 지갑에서 십불짜리 하나와 일불짜리 하나를 꺼내어 그 여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바지주머니를 계속 뒤져서 이십오전짜리 동전 두개를 꺼내어 마저 건넸다. 여기저기 죄 십일불씩은 하는가 보네...운진은 그 음식점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그러다가 어디서 쳐다보는 시선과 마주쳤다.그 시선의 주인이 인사를 해왔다.운진도 얼른 인사를 보냈다. 웬수는 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젠장...   그러나 정애가 운진이 앉은 곳으로 오는 불상사는 없었다. 왜.운진이 채 이, 삼초나 되었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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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혹시나 하고 화장대와 침대 머리맡 그리고 아랫층에 내려가서 리빙룸과 부엌까지 샅샅이 뒤졌다. 행여 숙희가 메모를 남겨놓았을까 해서.그러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그러다가 그는 아랫층에서 아주 우연히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려다봤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오른쪽에 나타나는 문이 메인 욕실인데 좀 전에 내려올 때는 보지 못했던 어떤 옷가지가 핸드싱크대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운진은 그리로 올라가서 누구의 어떤 옷인가 보았다.여자의 그러니까 숙희의 속내의 벗어 놓은 것이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안방도 아니고 여기서 속옷만 갈아입고 나가나...' 운진은 그녀의 속옷이 행여 딸들의 눈에 띄일까 봐 치우려고 집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만져졌다.운진은 일부러 보려한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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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 운진은 그 한인종합상가 앞 길을 지나가며 건물을 쳐다보기만 했다.푸드 코트에 가면 아마 그 김 여인이 운진을 나무랄 것이다. 왜 그냥 가버렸느냐고.그는 자신의 행동이 무례했다는 것을 안다.그러나 변명의 이유는 가지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혼남이 다른 남자의 아내와 마주 앉아서 쌍방의 배우자 참석없이 개인적 대화를 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서' 라고...며칠 째 그는 그렇게 그 상가 앞을 지나치기만 했다.그리고 이제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어차피 세상일이 마음 먹은대로 다 순조로히 돌아가지는 않으니까.   숙희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자정이 넘도록 귀가하지않고 있다. 그녀가 남편 운진에게 일러준 사무실 전화번호는 보이스메일을 남기라는 음성 녹음만 흘러나왔다.운진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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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따라 운진이 서둘러서 돌아온 집은 늦게까지 텅 비어야 했다.   '쳇! 이럴 줄 알았으면...'그랬다가 운진은 자신을 나무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설마 남편이 새벽까지 막탕으로 더듬고 갔을 남의 부인의 몸을 탐하고 싶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같이 있다가 오는 거라는 후회냐?운진은 저녁으로는 라면을 삶아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그가 냄비를 싱크에 넣고 설겆이를 마악 시작하려는데 집 전화의 벨이 울렸다.운진은 직감에 숙희다! 하고, 부엌 벽에 달라붙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헬로?"   "응, 자기 집에 있네?"   "응. 회사요?"   "아니. 나 지금 애들이랑 여기 있는 음식 코너에서 저녁 막 먹구 자기것 사 가려구 전화했지. 자기 뭐 시켜갈까 하고. 뭐 먹고 싶어?"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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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김 여인이 물은 '일은 잘 됐느냐'는 질문을 얼른 이해 못 했다.   "일이... 라뇨?" 운진은 그렇게 되물으며 고개를 모로 꼬았다.김 여인이 김치 종지를 미는 척 했다. "전에... 어떤 고소를 당하셨잖아요."   "고소... 아, 녜에!"   운진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기억을 하셨네요? 네, 그랬죠, 참..."운진은 수저질을 멈췄다.   "아니, 왜, 더 드시지 않고?"   김 여인이 쟁반 전체를 미는 시늉을 했다. "오늘 우려낸 국물이라 맛이 시원할 텐데..."   "그 때... 귀국하신다고 하고는 못... 하셨나 봅니다?"   "귀국은..."   "아하! 저를 떨치시려고..."   "호홋, 차암... 솔직히 물으시니 말문이 막히네요."   "저도 구태여 변명하지 않은 걸... 오히..

pt.2 15-1x141 어떤 재회

어떤 재회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월요일, 운진은 네시가 조금 넘어서 그 푸드 코트에 또 들어섰다.시간이 시간인 만큼 책방여인 그녀가 충분히 퇴근했으려니 하고.카운터에는 며칠 전에 본 젊은 여자가 서 있다가 아는 체를 했다. "오셨어요?"   "아, 녜..."   "뭐 드실래요?"   이 날은 그 젊은 여인의 우리말 발음이 괜찮다. "오늘 설렁탕, 좋아요."   "줘요, 하나, 그럼."   운진은 바지 주머니에서 돈부터 꺼냈다. "다대기 좀 주구요."   "네?"   "다대기를 내가 챙기나..." 운진은 음식도 내 주는 카운터 주위를 살폈다.그 때 그의 귀에 많이 익은 여인의 음성이 들렸다. "다대기. 핫페퍼 말하잖아."   "아아! 네!" 젊은 여인이 활짝 웃었다.운진의 얼굴이 굳어졌다.곁에서 일러주..